여름날의 오후/배 중진 역시 불볕은 모든 것을 조용하게 했으며 매미도 재미가 없는지 목소리가 시들하고 바람도 늘어질 대로 늘어져 나무까지도 후줄근한데 반달이 하늘의 반쯤에 낮부터 걸려 도무지 움직일 줄을 몰랐으며 천천히 걷는 사람도 후덥지근하여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젊은 사람이 젊음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어 제까짓 게 뛰어봤자 벼룩이지 생각하며 추이를 주목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 발짝 더 가지도 못하고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주저앉아 물병만 하늘로 높이 쳐들면서 축 늘어지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느냐마는 그래도 밤에 공원에선 영화를 상영한다고 준비로 분주하다 어제 시간은 모르지만 오늘은 반달이 15:10 PM에 떠서 내일 새벽 12:45 AM에 진다고 합니다. 뉴욕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