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4

늙기도 서러운데/배 중진

늙기도 서러운데/배 중진 음식점으로 쓰윽 들어갔는데 다른 날과는 좀 다르게 중간마다 띄엄띄엄 빈자리가 보였고 젊은 사람들은 신나게 떠들어도 시선이 가지 않지만 조용하게 식사하시는 할머니가 눈에 띄었고 연세 많으신 남자분은 뭐가 그렇게도 원하는 것이 많은지 차분하게 잡수시지 않고 이것저것을 가져다 햄버거에 뿌리고 음료수도 더 받아 마시느라 혼자 바쁘셔 눈길 두 번 정도 주는 것으로 끝났는데 이상하게 연신 조금씩 입가에 음식을 대고 오물거리는 할머니에 신경이 쏠리면서 왜 혼자일까 궁금했고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으시고 허공만을 응시하였으며 조금 후에 손녀와 딸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손녀가 불이 반짝거리는 장난감을 빙빙 돌려도 시선은 따라가지 못했으며 딸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들으시는지는 몰라도 대꾸도 없으..

詩 2017 2017.05.16

이름 모를 작은 꽃/배 중진

이름 모를 작은 꽃/배 중진 산모퉁이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핀 이름 모를 작은 꽃 큰 꽃은 멀리에서도 보이지만 작은 꽃은 가까이 다가가도 잘 보이지가 않기에 물가의 잠자리들 너무 멀다고 거들떠보지 않고 물 위를 맴돌고 토끼들도 먹을 게 없다고 넓은 풀밭에서 입을 끊임없이 오물거리네 벌과 나비도 사람인 양 화려하고 매혹스러운 향이 있는 큰 꽃만 찾아다니니 작은 바람에도 괴로운지 더욱 심하게 몸부림치네 오늘은 그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도 작은 꽃을 사랑하기로 했네 海山 김 승규2016.07.23 03:41 아름다운 꽃과 잠자리입니다. 달/배 중진 밝은 달 살펴보면 생각보다 상처투성이 애쓰며 감춰보나 살며시 나타나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지구 상에 있을까 미소를 지어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시인님같이 잘 되지를..

詩 2016 2016.07.23

겁없는 토깽이/배 중진

겁없는 토깽이/배 중진 차가 지나다니는 길로 막 들어서며 토끼가 길을 건너려고 하고 있어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어쩌나 살폈더니 그래도 멈출 줄은 알아 다 지나간 다음에 불편한 걸음을 옮겨 원하는 곳에 닿기는 했는데 숨을 고르는지 그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 건넌 이유를 알고 싶었고 가까이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눈깔만 돌리지 자세는 그대로인데 저렇게 겁이 없다가는 며칠 전에 길에 쫙 펴져 떡이 된 친구 쪽이 나지 않을까 아예 겁을 주기로 마음을 먹어보는데 그늘진 풀밭에 배를 너부죽이 깔고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어 공연히 움직이게 하고 싶지가 않은 여름날의 오후 /친구와 사랑의 한계가 없는 젊은 사람들의 우정이지 싶기도 하면서 나이가 들면 품위를 지키면서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고 서로 돕고 ..

詩 2016 2016.06.27

토끼의 정원/배 중진

토끼의 정원/배 중진 오늘도 토끼가 있던 곳을 지나가면서 찾아보니 보이지가 않아 섭섭했는데 약간 떨어진 곳에서 손수 키운 풀을 뜯어 오물거리고 있을 줄이야 반가움에 들고 있던 도토리를 내밀었지만 본척만척도 하지 않았으며 계속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씹어 먹고 있어 민망하기까지 했는데 사이에 꼭 필요한 말이 없어 서먹했던 감정도 검고 선명한 눈동자 속에 있는 나를 보니 우습기도 하더라 누가 가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입이 벌어졌어도 욕심부리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나 겁내지도 않으며 토끼지도 않고 즐거움을 주니 감사할 뿐이지 마지막 사진을 잘 보시면 실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답니다. 자기 할 일은 다하면서 얼굴도 붉히지 않더군요,ㅎㅎ. 님, 주말 편안이 잘 쉬셨죠...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지척을 알 ..

詩 2013 201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