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16

Longwood Gardens 11/4/2021

해마다 몇 번씩 찾아가는 곳인데 2020년도에는 꼼짝하지 못했다가 요사이 이곳저곳 방문하면서 아마도 괜찮겠지 하는 심정으로 찾아갔는데 호텔부터 시작해서 백신을 맞았으면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고 하지만 미심쩍어 그래도 착용하고 다녔으며 이들은 면역력이 강하지 싶기도 하여 나이가 든 사람이 약자이니 조심하고 경계하는 수밖에. 레스토랑도 그렇고 전혀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고 매우 고무적이다. 언젠가는 나도 시원하게 벗고 다닐 수 있지 않겠나 희망을 품어 본다.

Pennsylvania 2021.11.06

앙상한 나무/배 중진

앙상한 나무/배 중진 잠깐 화려했던 단풍이 점점 사라지고 앙상함만 남았네요. 봄부터 두려워했던 마음이 갈 곳을 잃어 산더미처럼 쌓인 낙엽의 심정입니다. 밝은 세상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던가요. 긴 터널을 질주하면서 끝이 보이길 기대했는데 점점 수렁으로 빠지는 느낌입니다. 언제나 주어진 시간이 아닌데, 세월이 아닌데. 우리 세대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연세 드신 분들의 삶은 정말 초조하구나 똑같은 하루가 아니고 만회할 기회가 전혀 없구나 가을이 가네 무심함만 남았네 정적만 감도네 나무 홀로 하늘을 우러러보네 가을이라는 계절이 불과 며칠 반짝이더니 오늘도 전과 같이 비가 내리는 날로 변하여 더욱더 짧게 만들었습니다. 아쉬움의 연속이고 처참함의 나날입니다. 언제나 밝은 태양은 떠오르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게 될는..

詩 2020 2020.11.12

중국 할머니 떠나시던 날/배 중진

중국 할머니 떠나시던 날/배 중진 항상 병상에 누워계시던 중국 할머니 말이 없으시고 눈을 감으셨는지 떴는지도 알 수 없으며 날씨가 좋을 때마다 누군가에 의해 밖으로 나오시던 분 어떤 때는 혼자 계시기도 했고 뭘 생각하실까 궁금도 했다 딸인지 시중드는 사람인지 연세가 드신 분은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조절을 못 하지 싶었고 웬 말이 그리 많고 누가 기꺼이 들어주는지 궁금 또한 한데 종일 괄괄한 목소리가 눈살찌푸리게 하는 것이 흠이기도 하다 안 보이시면 혹시나 불길한 예감이 들기까지도 했다가 집 밖에 나와 누워계시면 매우 반갑기도 해 보시는지는 알 수 없어도 손들어 인사하기도 했는데 찬바람이 몹시 불던 날 단풍도 고이 접어 다음을 기약하던 날 경찰차 두 대 아무렇게나 집 앞에 서 있고 구급차가 내려오는 계단에..

詩 2017 2017.11.19

낙엽/배 중진

낙엽/배 중진 나무와 나뭇잎은 말을 아끼려고 무진 애를 쓰는 듯이 보였다 이별이 멀지 않았음을 알기에 슬픈 표정을 애써 감추려고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며 입가에 거짓 미소까지 띄워 보았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만나리라 장담도 할 수 없는 험한 세상에 천천히 이별을 음미하며 한순간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서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찬바람이 냉정하고도 몰상식하게 휙 몰아쳐 가니 정신이 아뜩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사랑하는 잎은 새파랗게 질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오랫동안 슬픔을 간직하여야만 했다 까만 밤도 하얗게 세도록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상 고온의 날씨가 쭉 이어지다가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지니 파랗던 은행잎이 대책 없이 떨어지더군요. 단계가 있을진대 그런 과정..

詩 2017 201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