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7

작은 공간/배 중진

작은 공간/배 중진 최신식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갔는데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까지는 좋았어도 전혀 낯선 사람이 옆에 바짝 붙어 무려 14시간을 같이 시달렸다면 무엇보다도 가장 원하는 것은 팔다리 쭉 뻗고 누울 나만의 공간이었으며 여유가 있어야 남을 위해서 빈 의자도 권하는 것이 아니겠는지 어떤 이는 마음에 상대방이 들어와 앉을 수 있도록 놔 준다고도 하는데 그렇게 어울려 사는 경지에 도달하려면 미국과 한국만큼이나 요원하지 싶다 여유가 없는데 남을 위해서 빈 의자를 권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지 싶다. 뉴욕을 4/1/2019 출발했는데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눈으로 덮여 있어 신기하기도 했고 아름다웠습니다. 더 보고 싶었는데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는 지시에 의하여 블라인드를 내렸..

詩 2019 2019.05.18

연리지/배 중진

연리지/배 중진 도도한 목련도 외로움을 타는가 곧게 뻗어가던 가지가 이웃에 의지하는가 싶더니 바짝 배를 맞추고 살기를 몇 해 살다 보니 눈을 돌려보니 더 아름다운 것을 발견했는지 서서히 마음을 떠나 곁에 있는 가지와 사랑을 속삭이다 몸이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그쪽으로 붙었네 동네가 민망하여 전에 살던 가지를 떨치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이렇게 가다가 저렇게 휘어졌는데 그래도 곧은체하며 뻔뻔했고 가운데 섰으나 불만이 없는 것은 세상에 없고 보통은 보듬고 감싸고 매사 감사하고 부족해도 만족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지 더 높은 곳을 올려다봤자 거기서 거기임을 왜 몰랐으며 봄이 돼야 한 번이라도 더 눈여겨보고 아름답다 하지 않겠나 연리지 連理枝 1.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

詩 2017 2017.02.04

친구 생각/배 중진

친구 생각/배 중진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멀고 머언 지역이라서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마음같이 쉽지는 않았는데 물가에 멋대로 서 있는 시계마냥 세월도 잊은 채 멈춰 선 두메산골 연세 드신 백인들만이 옛날이 그리워 개발되지 않은 곳을 찾는지는 몰라도 여름만 되면 조용했던 곳에 연극 구경하러 살그미 찾는 산 그림자처럼 삼삼오오 신체 부자연스런 분들이 느지막이 잊은 문화생활을 되찾아 즐기는데 시냇물은 가뭄에 양이 줄었어도 소리 내며 끝없이 갈길 재촉하고 이따금 굉음을 내며 치달리는 화물차는 보는 이 없어도 철길 따라가며 세상으로 연결하나 오래전에 같이 왔던 다정한 친구는 영영 떠나 추억 속에 허공을 맴도네 홍콩이 지저분하고 답답할 거라 생각했는데 거리가 깨끗하게 보이고 멋진 마천루가 공간을 뚫고 위로 치솟고 있음..

詩 2016 2016.08.05

참새의 눈물/배 중진

참새의 눈물/배 중진 참새 한 마리가 요란하게 울고 있었고 안절부절 사람이 가까이 왔는데도 안중에도 없이 목을 놓아 시선을 끌면서 살펴보니 얼마나 오랫동안 울었는지는 모르지만 얼굴이 붓고 털이 부스스하며 날개를 질질 끌어 지저분하고 꽤 시간이 흘렀던 모양인데 주위를 살피니 한 마리가 도로와 인도 사이에 주검으로 놓여있어 영문은 모르겠지만 사랑놀이하며 쫓고 쫓기다가 지나가는 차에 당했지 싶은데 못다 이룬 사랑이 아쉽고 임이 그리워 떠나지도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이란 주검을 지키며 통곡하면서 눈물 흘리는 것뿐이지 싶은데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예고도 없이 불시에 누구에게나 닥치고 빛과 그림자같이 항상 존재하니 즐겁다 해해거리고 슬프다 질질 짤 일도 아니며 시간과 함께 극복하면서 성숙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겠는지..

詩 2016 2016.04.25

마지막 눈/배 중진

마지막 눈/배 중진 밤새 눈이 내렸어도 기온이 따스하여 길에는 깔리지 않았고 지붕과 자동차와 나무에만 쌓여 온통 새하얀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개나리는 눈이 덮여 있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고 수선화는 모든 것을 수긍하듯 더욱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며 목련은 목덜미가 시린지 움찔거리며 하얀 눈을 연신 털어내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깐 녹기 시작하느라 땀을 줄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순식간에 사라질 눈을 내리느라 밤새 고생만 했지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니 공포의 대상은 아니었고 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의 포효에 지나지 않았으며 마지막 눈이었지 싶고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둬 잊지 않고 감사 또한 드리네 blondjenny2016.03.22 07:42 눈이 내리긴 내렸군요. 언젠가 4월에도 눈이 온 적이 ..

詩 2016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