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wood Gardens 33

앙상한 나무/배 중진

앙상한 나무/배 중진 잠깐 화려했던 단풍이 점점 사라지고 앙상함만 남았네요. 봄부터 두려워했던 마음이 갈 곳을 잃어 산더미처럼 쌓인 낙엽의 심정입니다. 밝은 세상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던가요. 긴 터널을 질주하면서 끝이 보이길 기대했는데 점점 수렁으로 빠지는 느낌입니다. 언제나 주어진 시간이 아닌데, 세월이 아닌데. 우리 세대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연세 드신 분들의 삶은 정말 초조하구나 똑같은 하루가 아니고 만회할 기회가 전혀 없구나 가을이 가네 무심함만 남았네 정적만 감도네 나무 홀로 하늘을 우러러보네 가을이라는 계절이 불과 며칠 반짝이더니 오늘도 전과 같이 비가 내리는 날로 변하여 더욱더 짧게 만들었습니다. 아쉬움의 연속이고 처참함의 나날입니다. 언제나 밝은 태양은 떠오르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게 될는..

詩 2020 2020.11.12

인생무상/배 중진

인생무상/배 중진 살을 에는 강한 바람에 몇 그루 되지도 않는 큰 소나무가 미친 듯이 춤을 춘다 마치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동네 어귀에서 산지기 하며 주막집을 하는 친구 어미는 갑자기 거대한 덩치가 쿵 하고 쓰러지면서 말도 못 하고 돌아가셨고 죽은 지 하루 만에 뭐가 급하다고 슬퍼하며 매달리는 상제 하나도 없이 저 소나무 요동치듯 요란한 치장 펄럭이며 상여가 들썩거리는데 요령잡이도 말을 아끼지 싶도록 모두가 빠르게 치달려갔다 그것도 공동묘지로 우린 짚 동가리가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서 콧물 질질 흘리며 그것도 구경거리라고 멀거니 바라보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죽은 이가 너무 불쌍하다며 훌쩍거린다 저렇게 떠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왜 허무하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단다 우리는 추워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죽음의..

詩 2019 2019.01.10

어떤 이의 불행한 아침/배 중진

어떤 이의 불행한 아침/배 중진 커피 끓이다가 우연히 운동을 병행하다가 물끄러미 창밖을 보았는데 사람 같은 물체가 도로 한복판에 누워있는 듯한 모습이고 딱 한 사람만이 갈팡질팡하며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느라 안달하지만 앞뒤를 막아주는 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경이 없어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어도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불과 몇 초 만에 우렁찬 경적을 울리며 거대한 소방차 두 대가 도착하고 경찰차 두 대가 뒤에 붙이듯 정차하고 뒤늦게 구급차가 와 도로를 안전하게 막는다 뜻하지 않은, 꿈속에서조차도 예기치 않은 사고로 누군가는 불행이 시작되었고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도와주려고 전문가들은 엄청난 경비를 들여가며 교육하고 피땀 흘리며 험한 훈련을 받고 생면부지일지라도 자기 형제 일처럼 돌보며 가끔은 숭고..

詩 2018 201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