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409

석류/배중진

석류/배중진 흔치 않은 석류를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이네 많이 먹어 본 기억도 없는데 무슨 연고로 침은 나올까 단순하게 생긴 것과는 달리 알알이 박혀있는 구슬 같은 씨들 영롱하게 빛나지만 사연이 있으리라 누구도 알지 못하는 깊은 뜻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슬픔이랄까 생각만 하여도 눈물이 출렁거리고 왜 그렇게 바삐 가셔야 했는지 서러움과 야속함만 응어리로 남았네 칼로 베다 보니 핏방울 튀기듯 하고 바닥에는 핏물처럼 흥건하여 아무리 닦아도 가시지 않는 자국은 영원히 남아 있는 내 마음속의 한 2011.12.28 15:45 여기까지 한국에 흔적을 남겨 놓았음. 청천리 블로그2012.01.17 05:53 쌀쌀한 날씨로 시작하는 화요일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한 시간들로 활기차고 상쾌한 마음으로 이어가시고요 몸소 행..

詩 2011 2011.12.28

아미산에 올라/배중진

아미산에 올라/배중진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한파가 오후에 풀리면서 집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보였고 음지에는 아직도 하얀 눈이 남아 있었으며 숲 속에 서 있는 나무들과 똑같이 서서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딱따구리가 내는 음식 씹는 소리를 알아차린 것은 나중 일 산토끼, 고라니, 다람쥐, 그리고 청설모가 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그런 동물이 보였으면 했는데 도무지 들려오질 않는 무거운 적막감 이 산속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을 어리석게도 불러 보았으나 숲을 떠나 보이지 않는 동물들과도 같이 그 누구 하나 관심 있게 들어주지도 않았고 이런 심정 아는지 모르는지 고속전철은 재빠르게 꼬리를 감춘다 나 이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비상하는 매와 같이 고향을 살피다 먹이를 낚아채듯 쏜살같이..

詩 2011 2011.12.27

역시 딸들은 강했다/배중진

역시 딸들은 강했다/배중진 눈이 쌓인 길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추운 날씨도 개의치 않으셨으며 어머니의 자매님들은 모이셨다 형부를 위로하고자 말이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도 좋은 날 홀로 계실 것 같은 형부 사랑스러운 언니가 계셨으면 웃음꽃이 만발했을 텐데 과거의 좋았던 일들을 회상하며 길고도 짧았던 80여 년의 인생길 할 말은 많은데 들어줄 사람은 없고 어디 가서 혈육의 정을 다시 나눌까 맞잡은 쭈그러진 손들을 어루만지며 아프지 말고 존엄성을 유지하다가 다른 세상에서도 만나 즐겁게 지내길 간절히들 빌면서 이별의 슬픔 삼키네 청천리 블로그2012.01.17 06:02 혈육에 정은 어느누가 막을 수 있나요 아름답고 마음이 찡하는 고운 글 소개을 해주신 jj님 감사합니다 아버님께서 편찬으시다고 하시는 데 빠른쾌..

詩 2011 2011.12.27

농촌인심/배중진

농촌인심/배중진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으며 주무시는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안약을 넣어 드리고 발이 시렸지만 얼마나 내렸는지 확인하곤 다시 잠자리로 들어갔으며 새벽에 득득 거리는 소리가 들려 이웃집에서 눈을 치우는 줄 알았는데 문을 따고 나가보니 어! 대문까지 그 누군가 깨끗하게 쓸어놓고 가셨다 40년 역사의 이 집에서 눈을 치워 본 경험이 없어 어디로 모아 놓아야 하는지 가친께 여쭈어 보고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놓친 것이다 그분은 계속해서 어르신들이 가시는 경로당까지 다 치워 놓으셨고 죄송하게도 첫눈을 사진기에 담느라 산으로 올라가서 들어보니 이곳에서 미는 소리가 들리고 저곳에서도 치우는 소리가 들려 민망하기 짝이 없었으나 미국으로 곧 가야 하는 몸이라 계속해서 여러 설경을 찍..

詩 2011 2011.12.24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배중진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배중진 밤마다 혹시나 하여 대문에 귀를 기울여 보는데 바람 소리만 요란하고 팔랑개비만 삐걱거리며 돌아가지 항상 믿음직스러워 반가웠던 친구는 오늘도 찾지를 않으니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라는 말이 허사로다 잘 안다고 여겼던 친구인데 무심한 세월이 흘렀는가 바다 건너서 강물따라 산도 넘어왔건만 주름살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골도 깊었음이여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라 했으니 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 연말연시 이 얼마나 좋은 시간인가 30년 무정한 세월의 늪을 건너뛸 호기인데 전화도 주지 않아 기다리니 먼저 걸면 왜 아니 될까 친구답지 않게 늦은 나이에 정신없이 바빠 보기도 민망하고 이다음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면 좀 더 편하게 찾을 수 있을까 서로 도움이 되지 못했으나 그저 잘 있으려니 생각했으..

詩 2011 2011.12.24

내가 원하는 것/배중진

내가 원하는 것/배중진 골목으로 몰아치며 살을 에는 바람에 마지막 남은 감나무 이파리는 사각거리고 향나무도 견디기 어려운지 우는소리를 내며 많지는 않지만 잔디 위에 눈도 쌓였다네 흰 구름은 여러 형태로 무심하게 흐르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전투기들도 하늘을 가르고 헬리콥터들도 육중한 소리를 내며 훈련 중이었으며 까치들은 어제 찾아온 무밭에 넘실거리며 내려앉는다 분명히 성탄절이 찾아오는데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지 않고 미국을 벗어나 맞이하는 첫 번째이기에 낯설고 자동차 없이 움직이려니 엄동설한 엄두도 나지 않아 조용히 신문보고 책 읽으면서 선물 없이 보내는데 모든 것 참고 이해하며 어수선하게 넘어간다 해도 같이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즐길 수 있는 사람 하나 농촌집이 너무 크고 위풍이 세어 다리를 움츠리고 ..

詩 2011 2011.12.22

쓸쓸한 거미집/배중진

쓸쓸한 거미집/배중진 가을에 신기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겨울엔 빈집만 바람에 흔들리네 사람은 이름 석 자 남긴다고 했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고 했지요 하루살이들이 걸려 아직도 같이 흔들리고 추위에 모든 것이 얼어붙어 인사불성이더니 걸릴 것 없는 바람만 휑하게 통과하고 눈이라도 내릴 으스스한 허공에 빈 제비집만 쓸쓸하고 내년에는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할까 이웃엔 빈 거미집만 앙상하고 명년에는 그 위치를 누가 지키려나 가을에 떠나신 어머니 겨울을 맞으신 아버지 찾아오는 사람 없이 홀로 썰렁한 곳에도 따스한 봄은 다시 찾아오려나 *사진이 보이지 않음. 전부 지웠음.

詩 2011 2011.12.22

힘찬 새해/배중진

힘찬 새해/배중진 힘찬 새해가 떠오릅니다 어둠을 살라 먹고 출발이 좋습니다 저 밑에 깔린 불행을 짓밟고 행복을 추구하라 부추깁니다 힘찬 새 해가 떠오릅니다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분들에게 어제와 다르지 않음을 과시하며 흑룡으로 날아오릅니다 힘찬 새해가 떠 오릅니다 한 많은 우리 분단역사에 하늘은 똑같은데 음양의 조화를 표시한 통일된 하나의 원을 강조합니다

詩 2011 2011.12.22

가기 싫은 달/배중진

가기 싫은 달/배중진 새벽 3시에 달을 보니 붉은 모습이 아버지 눈 수술 후의 모습같이 빨갛게 보이고 2시간마다 일어나서 한 방울씩 안약 넣어 드리는데 예전의 빚을 갚는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동쪽에서 늦게 나타나 간신히 걸려 있고 아침 7시이지만 머리 위에 서성이고 있으니 따스한 해를 기다리는 지 홀로 가기 싫은지 길쭉하고 핼쑥한 모습으로 힘드시는지 별들이 많이 보였던 새벽이었지만 아침엔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고 있었고 모든 것들을 얼게 하였으며 이지러지는 달만큼이나 날카롭게 파고드네 시간에 떠밀려 어렵게 가고 있지만 또다시 차오르는 우리의 달과는 달리 우리네 인생은 가고 없어지지만 궁색하게 부활과 윤회라는 말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네

詩 2011 2011.12.21

기다리는 것/배중진

기다리는 것/배중진 이제 고향으로 가는 길을 조금은 알 것 같고 걱정거리 이외는 따스하게 기다려 주는 분도 계시지 않는데 가야 하는 고향이 있고 집이 있기에 눈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모시는데 내리자마자 민감한 코를 자극하는 똥재냄새라니 도대체 이것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온 동네에 퍼지는가 그 누구한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쓰레기 소각이 여의치 않아 늦은 밤에도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농촌의 현실에 이제까지 편하게 마음대로 버렸던 도시 사람 수도관을 점검하고 부엌의 이곳저곳을 확인하고 봐주시는 이웃의 연로하신 아저씨께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를 선물했으며 자상하게도 수도관을 얼지 않도록 덮어 놓으시기까지 하시는 배려와 서로 몸이 불편하셔도 진정으로 내 몸같이 돌봐주시는 훈훈한 인심 처음에는 보지 못..

詩 2011 201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