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 180

행복이 있을지어다/배 중진

행복이 있을지어다/배 중진 지난 밤 침대에 누운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악몽도 있었지만 금세 잊히고 새벽녘 가상하게 제 할 일을 꾸준히 하며 종을 치는 괘종시계 소리에 눈이 뜨였다 옆으로 누웠기에 심장이 박동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또다시 오늘 하루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이제부터는 나, 개인이 다시 의식을 가지고 활동하는 시간 순백의 설원에 흔적을 남기는 시간 똑바로 가든 돌아가든 꾸불거리든 높고 낮은 것을 가리지 않고 내가 가야 하는 길 이제까지 그렇게 무던하게 해왔고 앞으로도 몇 년은 무난하게 갔으면 하는 길 햇빛이 있을지어다 영광이 있을지어다 행복이 있을지어다 사람과 만남2017.12.31 03:13 2018. 무신년 새해도 가정 모두 행복 건강 기원 드립니다. 올 한해도 ..

詩 2017 2017.12.31

삶의 지혜/배 중진

삶의 지혜/배 중진 치매기가 있으면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친구 그 친구에게 둘도 없는 화분이 있고 화분엔 보기 좋은 꽃이 사시사철 자라고 있는데 볼 때마다 안쓰러운 것이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극적인 삶을 사는 꽃이 아닐까 당뇨에 필수인 약을 조반 전, 조반과 같이, 그리고 저녁에 잊지 않고 복용하도록 pillbox에 넣어줘도 친구는 환자가 아닌 양 관심도 보이지 않고 건너뛰는 수가 많기에 잘못되지 않게 확인하곤 하는데 하물며 창가에 놓인 화초를 생각이나 하랴 같이 해를 보낸 지가 오래인 꽃은 그런 주인을 잘 알기에 어찌나 영특해졌는지 저혈당으로 쓰러진 주인의 흉내를 내며 가끔 시무룩하다 못해 사지를 축 늘어뜨린다 오렌지 주스를 마시자마자 제정신으로 돌아온 주인과 똑같이 물을 한 바가지 주면 언제였다는..

詩 2017 2017.12.29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친구/배 중진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친구/배 중진 오래전부터 친구를 위해 자리를 비웠건만 찾아오기로 한 크리스마스 날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몸이 아파 의사가 집을 떠나지 말라고는 했다지만 장시간 걷는 것도 아니라서 한 가닥의 희망을 걸었어도 끝내 오지 않던 친구 성탄절 이후 편치 않은 혼자의 몸으로 어떻게 보냈나 궁금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서 전화를 걸었지만 끝없이 신호만 가고 친구의 모습은 오리무중이라 알고 지내는 근처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들도 바빠 찾지를 못했다면서 더 연락해보겠단다 그러길 또 며칠 꿈에서조차 아무런 연락이 없는 친구였고 흉몽도 꾸지 않았기에 잘 있겠지 하는 안일 무사주의로 일관하다 뭔가 잘못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 가까이 있는 친구들에게 친구 집의 열쇠를 가지고 있..

詩 2017 2017.12.27

검은 마음/배 중진

검은 마음/배 중진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 곳에 하얀 동심도 내려앉아 흑백을 구분하지 않고 깔깔거리며 뛰어노는데 저만치 슬그머니 검은 마음을 가진 사람 파란 비닐백에 담긴 개똥을 던져놓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네 당분간은 아무도 모르리 감쪽같이 속일 수 있으리 아무 부담 없이 다음 날도 또 던져 놓고 전율을 느꼈으리 더러움에 지친 하얀 눈은 둘러싸인 눈을 녹이며 사실을 파헤치려 노력했고 지저분한 곳엔 배신감만 감도네 누구일까 동물을 사랑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관리를 잘 할 수 없다면 이웃에게 피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지 지나치는 개를 유심히 경계하며 웃음을 머금고 주인의 낯짝을 힐난조로 응시한다 당신일까 애완견이 없는 나는 분명 아니기에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한국인2017.12.23 16:49 사랑..

詩 2017 2017.12.23

대나무/배 중진

대나무/배 중진 사철 푸른 대나무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항상 푸르름을 잃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으려면 버릴 것 버리고 맺고 끊을 것 과감하게 하여 마디마디마다 시작과 끝을 새겨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싱싱해 보이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대나무는 속까지 비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강하기는 또 어찌나 강한지 집을 짓는데 사용하기까지 하지 않던가 동심에 방패연을 만들어 띄울 때 높고 넓은 세상을 동경하고 궁금까지 했는데 대나무 살이 없어서야 가능할까 미련한 동물이 대나무 잎만 고집한다고 놀리나 그렇게 대우받는 짐승도 세상에 일찍이 없느니 더구나 겨울을 맞이하여 세한삼우 중의 하나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 인 연 ** 누군가가 말했습니다.몆바퀴를 돌고 돌아..

詩 2017 2017.12.16

작은 소망/배 중진

작은 소망/배 중진 자동차를 2, 3년마다 리스해서 사용하는 것은 크거나 사소한 문제 없이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고 정확하게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믿음을 줄 수 있기에 그렇게 하길 오래전부터 해왔으며 자동차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도 없을뿐더러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밤거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을 피함도 있는데 작년부터 사용하는 자동차는 거래했던 업소가 갑자기 소식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이웃 도시에 있는 더 큰 업체가 개인정보를 입수하여 정비하러 오라고 연락 오기 시작하여 내키지 않았지만 가격도 싸 차를 맡겼더니 앞뒤 교체한 바퀴에서 압력이 부족하다고 불이 들어와 바람을 더 넣어줬어도 그때뿐 며칠 후 또 이상이 있다는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길 여러 차례 가슴이 조마조마하면서도..

詩 2017 2017.12.12

행복한 날/배 중진

행복한 날/배 중진 추운 날을 따스하게 보내고 모든 것이 헐벗은 상태인데도 배불리 먹고 불행이 온 세상을 덮쳤는데도 행복하게 보낸 뒤 잠자리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꾸물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여 어둠침침한 양탄자 위를 뚫어지라 쳐다보아도 알 수 없어 두껍게 휴지를 돌돌 말아 지그시 눌러 살펴보니 덩치가 큰 벌이었고 발버둥 치는 것이 꽁뎅이를 돌릴 것 같아 어마 뜨거라 방방 뜨며 다른 날 같으면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날려 보냈을 테지만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던져 놓고는 치를 떨며 flush 하여 흔적을 없애버렸다 오늘 잘, 잘못을 따져 벌을 주려고 늦은 시각에 방안으로 들어섰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도 정체도 모르고 움직이는 것을 건드렸다 제풀에 놀라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는지 죽지는 말았으면 싶어도 ..

詩 2017 2017.12.12

눈이 쌓인 날/배 중진

눈이 쌓인 날/배 중진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 눈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눈치를 보듯 살금살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포기할 것 다 버리고 이곳이다 싶었는지 터를 잡고 쏟아지길 온종일 눈을 피해 재빨리 사라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늦게까지 생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을 위해 꼭두새벽에 기차가 빵빵거린다 빡빡한 삶을 사는 사람을 싣고 오느라 지친 목소리가 하얗게 덮인 밤하늘에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뽀드득거리는 발소리가 무섭거나 외롭지 않게 밤새 눈 치우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장단을 맞춰 밤길을 인도하고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하면서 눈이 쌓인 꿈길을 허우적거리며 썩 이른 새벽에 나섰다 저는 촌에서 자랐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지요. 더럽고 추잡하지는 않았으며 자연과 자연스레..

詩 2017 2017.12.11

잊었던 사랑/배 중진

잊었던 사랑/배 중진 한 달에 한 번씩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있어 애를 쓰며 창작한 시를 가지고 가서 서로들 앞에서 발표하는 날인데 생각지도 않게 처음 보는 사람이 교실에 턱 들어서는 순간 순탄한 가슴이 철렁했던 것은 삼십오 년 전 사랑하던 사람의 모습이었기에 뚫어지라 살펴보고 또 보고 요리조리 뜯어보고 행동거지를 살폈지만 똑같은 사람이라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고 반응 또한 없었으며 그저 평범하게 눈을 마주치면서 어떠한 마음의 동요가 일어남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래도 넉넉했던 가정이었고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어도 그 마음만은 무척이나도 아름다웠는데 그 많던 사연 다 저버리고 그다지 탐탁한 마음은 아닐지라도 그럭저럭하는 사이에 세월이 빨리도 흘러 오늘날에 이르렀고 난..

詩 2017 2017.11.28

새침데기 초승달/배 중진

새침데기 초승달/배 중진 낙엽 떨궈 다 짓밟아 높고 그것도 모자라 이리저리 쏠려 뒹굴게 하고 찬바람 데려와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선 새침하게 앉아 있는 초승달 먹구름까지 발아래 깔고 맑은 하늘 거칠 것 없이 지쳐 나아가지만 가슴 한구석 휑한 느낌을 받으니 임도 보기와는 달리 누군가를 그리며 깜깜한 밤이 되기도 전에 찾아 나섰고 외로운 밤 끝없이 달려가도 사랑하는 임을 얼싸안지는 못하겠지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면 그저 멀리에서나마 바라만 보는 것도 아픈 마음 달랠 수 있으리 우리같이 밑에 있는 사람도 그렇게 하듯이 오솔길2017.11.26 08:19 배 중진님~ 안녕하세요.........! 고운 시 읽으며 잠시 쉬다 갑니다 성경책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이 ..

詩 2017 2017.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