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339

피지 않는 장미/배중진

피지 않는 장미/배중진 지난해 장미를 만났다네 고운 미소에 빨려 들어갔던거야 이제껏 느끼지 못한 감정으로 깊은 속을 헤아려 보았지 솔직히 분홍색보다는 빨간색이 좋았고 보기드문 흰색, 노랑으로 시선을 끄는 장미들을 더 선호했었지 집앞에서는 빨간색과 분홍색이 번갈아 피어 오르고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는듯 경쟁을 하며 정염의 추파를 보내곤 했지 그 누구를 가리지 않고 봉오리의 신비를 파헤치려 검은손으로 옷고름을 헤치기도 했었다네 날이 무척이나 뜨거워 끓어도 더위를 잊은듯 꼿꼿했으며 비가 내려도 숙이지도 않고 반듯했으며 이슬이 내려 슬픔이 있으련만 정열을 쏟아내더니 하얀 눈으로 세상이 덮힐때 오도 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힘없이 지천으로 사그러드는 너의 모습 측은하기도 하였거니와 맨살로 그 혹독한 추위를 감당..

詩 2010 2011.03.14

호랑이/배 중진

호랑이/배 중진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촌놈들이 모여 뜨겁고 긴 여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작당을 한다 돈은 없고 남들도 간다는 바캉스! 그래 우리도 해봐야지 육체가 부풀어 오르니 우리도 이제는 어른이다 이거다 멀리 날짜를 잡아서 뭐하게 내일 쌀 몇 됫박하고 감자와 양파 그리고 고추장과 간장 텐트와 코펠 그 밖의 장비는 빌려서 돈 몇 푼 가지고 모인다, 알았나? 4명이 모였다 할아버지께서는 할 일 없으면 밭에 나가서 밭을 한 번이라도 더 매라 아버지께선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터이니 하시면서 배낭을 챙겨주시고 어머니께선 몰래 용돈을 더 넣어 주신다 대천을 거쳐 만리포로 해서 인천 덕적도 친척을 찾는 것으로 거창하게 스케줄을 잡는다, 반기는 사람도 없는데 인척이라는 이유로 대천을 몇 번 다녀 왔기..

詩 2010 2011.03.14

정 선생님/배중진

정 선생님/배중진 시간이 많이도 흘렀습니다 그동안도 안녕하신지요 사시는곳도 모르고 생사도 모르오니 무심함을 이렇게 몇자 적어 봅니다 영어가 뭔지 기본적인 삶의 대화수단 인것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지도 모르면서 남들이 하니,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강박관념으로 들리지도 않으면서 돈과 시간과 정열을 바칩니다 이 문장 기억하시는지요? 시험을 보기전 영어선생님이 Close the book!을 말씀 하셨는데 연세가 제일 많으시고 열심이신 선생님께선 책상위 영어책으로 고개를 자꾸 가까이 하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시는 그녀의 말씀에 선생님의 머리는 거의 책에 닿을 지경이었고 이곳 저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지요 민망함을 해소코져 살며시 다가선 미국인 여선생님 소리없이 책을 덮어 주셨네요 그러니..

詩 2010 2011.03.14

포근함이 있는 곳/배중진

포근함이 있는 곳/배중진 보라! 간밤에 축복을 주셨네요 온천지를 하얗게 새롭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소리없이 아니 간혹가다 나무들의 고통소리를 들었지만 새들도, 짐승도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곳으로 변화시켰지요 님이 뜻하심을 어이 알겠습니까마는 간신히 좁은길 만들어 놓고 부랴 부랴 얼음판으로 내칩니다 길이 없는 얼음판을 가로 질러 발자욱을 남기지요 겨울내내 우리의 웃음이 멈추지 않는곳 오늘도 못잊어 그위로 달려왔지요 얼음판이 쩡쩡거리는 소리를 기억하시나요? 잘익은 수박이 쫙 벌어지는 그 견고함도 이곳에서 들립니다 모든것이 있는곳 비록 운동장은 없어도 우린 부럽지도 않아요 서로 엉켜서 썰매도 타고 신나게 달리기도 하고 그것도 싫으면 공을 차기도 하는곳 그것도 양말의 힘으로 달리지요 발이 시렵기는요 한편에선 모..

詩 2010 201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