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닭장/배중진

배중진 2011. 3. 14. 06:20

닭장/배중진

빨간고추와 달걀, 빈병, 고무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반찬으로 찐 달걀은 맛이 좋아 동생과 쟁탈을 하게 만들기도 했었지
아이스케키는 줘야 먹는데 돈이 없어 빈병과 고무신으로 바꿔줬다
고추는 지천으로 널려 있었고 그렇게 위대한 줄도 몰랐다, 어른이 될때까지는

빈병도 바닥이 나고 하얀 고무신도 할아버지를 제외하곤 신는 사람이 없어
닭장을 노렸으며 닭이 고자질을 할리도 만무니 닭장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달걀을 주머니에 있는대로 쑤셔 넣었는데 바지와 저고리가 뽈록했지만
보는 사람은 없으니 모든것은 완전범죄였고 입에선 벌써 침이 흐른다

닭이 꼬꼬 소리를 내고 끄르륵 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려도
보이는것은 오직 눈깔사탕과 별처럼 생긴 설탕이 갖은 색깔로
유혹을 하고 있으니 한시바삐 서두르기만 하면 되는것이라
뜨락에서 마당으로 폴짝 뛰어 내리면서 엉덩방아를 쪘는데

주머니에 있었던 계란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주머니마다 흥건했다
아뿔사 이럴 수도 있구나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깨진 달걀이었다
깨진 껍질을 닭한테 던져주니 알기나 하는지 서로 쟁탈을 하는 꼴이라니
평온하기만 했던 오후 별사탕은 보이지 않고 눈깔사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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