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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배 중진

1월/배 중진 흰 눈이 떨어지자 베고니아도 떨어졌습니다 잠시 착각을 했는지 아니면 창밖의 세상이 그리웠는지 모든 꽃잎을 떨궜습니다 밤사이 잘 지냈는지 아침 인사 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매정하게 메마른 잎으로 변해 넋을 잃게 했습니다 영원하리라 생각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단 며칠간만이라도 더 꿈의 대화를 나눴으면 했는데 2월이 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뭐가 성급했는지 저 멀리 구름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아마도 일 년 후에나 가능하리라 생각하니 짧았던 시간이 매우 그립습니다 따스함과 포근함으로 모든 것을 녹였었는데

詩 2023 2023.02.01

첫사랑/배 중진

첫사랑/배 중진 흰 눈은 사랑하는 인간이 뚜렷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도록 수북하게 내려준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일지라도 흔적을 남기게 퍼부어준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영원히 잊지 못하는 것은 사라진 흔적 때문이리라 긴 역사를 통해서 잊히지 않는 분들은 많지 않지 싶습니다. 우리들은 눈 위에 발자국을 찍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이 아닐까 슬픈 생각도 하지만 건강하게 최선을 다하면 더 바랄 것도 없지 싶지요. 멋진 산행에 제가 후련한 느낌까지 받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1/14/2009

詩 2021 2021.01.14

인간아/배 중진

인간아/배 중진 미국에서 사귄 친구를 빼고 한국에서 맺었던 친구들의 생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축하도 하지 않았으며 사계절 중에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갑자기 전화기에 다정한 벗의 생일이 떴다 보낼 카드와 물건 등도 덩달아 올라왔다 이상하다 전혀 기록하지 않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겸연쩍기도 하여 카카오톡으로 근황을 물으면서 혹시 생일이냐고 떠봤더니 음력으로 작년 시월에 맞이했단다 반세기 동안 친구였는데 우린 어째서 남들도 다 축하하는 생일을 그냥 쳐다보고 보냈을까 우리의 존재가 그렇게 밋밋했던가 친구가 탄생했기에 재미없었던 청소년기 무탈하게 서로 의지하며 보냈지 않았던가 마음속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지 않았던가 그동안 같이 마신 술잔이 얼마였고 사회에 대한 푸념을 마냥 늘어놓아도 다 ..

詩 2019 2019.01.14

자작나무/배 중진

자작나무/배 중진 깜깜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 보고 있다 하늘에는 달님이 노란 얼굴을 하고 긴 고드름만이 숲의 나무들과 마주할 뿐 인적없는 겨울 산중에 누군가 나타나 해칠 것 같아 휴식을 취하러 온 것이 아니고 두려움에 떨고 있으니 추위만 탓할 것이 아닌데 주말에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법석일 수가 없고 주중에는 시간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이 들어서 주위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들릴 리 만무요 주책없는 생각에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새벽에도 눈이 뜨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검은 고양이가 어둠 속에 왔다 갔다 한다 목에 단 방울이 딸랑거리니 요령 소리같이 들려온다 노란 눈빛이 상서롭지 않다 오솔길2017.05.13 07:10 배중진님~ 안녕하세요.........! 우울하고 고운 시 읽으며 잠시 쉬다 갑니다 성경책..

詩 2017 2017.05.13

검은 고양이/배 중진

검은 고양이/배 중진 모처럼 친구 집에서 검은 고양이를 만났는데 반가워하기는커녕 만남을 피하고 걸음걸이가 어찔어찔한지 비틀거리면서도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애교도 그친 상태에서 맥없이 이 층의 계단을 헛디디며 오르고는 꾸물거리며 내려오고 멍청이 서 있다가는 술 취한 사람같이 안간힘을 다 쓰면서 또 오르곤 비틀비틀 벽에 부딪히면서 힘겹게 내려오고 마취에서 덜 깨어 뭔가 다름을 알기는 아는 것 같은데 반복적인 행동을 스무 번이 넘게 하여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다가가 껴안으며 정신 차리라고 했는데도 계속 묵묵히 오르고 내려오는데 말을 못하기에 더욱 안쓰러웠고 친구가 집을 비운 사이 뭔가 비정상인 상황이 벌어졌던가 아니면 독립기념일 축하 폭죽으로 놀랬는지 알 수 없고 믿고 의지할 주인이 간데온데없이 사라져 큰집 지..

詩 2016 201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