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honk Mountain House 8

만추/배 중진

만추/배 중진 앙상한 나무가 들어달라고 하소연하듯 버티고 음울한 낙엽이 너저분하게 산더미처럼 쌓이고 철 지난 개나리 염치도 없이 이곳저곳에서 삐쭉거리고 엉성한 장미가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며 화려한 지난날을 속죄하는 듯 살기 위해 모두 몸부림치는 늦가을 자연은 반드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떠나가지만 누구라서 오갈 것을 장담하겠는가 2020년 경자년의 험한 시절에 이런 시절이 없었지 근래에도 없었지 우리들의 세상에 경을 칠 이런 악마가 나타나다니 떠나거라 사라지거라 우린 시간을 붙잡고 있질 못하니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말아라 10/16/2015 Rockefeller Center 10/16/2015 St. Patrick's Cathedral 10/16/2015 Columbia University 10/17/2..

詩 2020 2020.11.16

가을/배 중진

가을/배 중진 기온이 갑자기 내려갔는데도 고운 잎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않고 간당간당 매달려 있습니다 무섭고 혹독한 비바람에 그렇게 시달렸는데도 일편단심 곁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햇빛도 이별의 슬픔을 아는지라 축복하지 않았기에 쫓아다니면서 열광과 찬탄을 보낼 수는 없었지요 진한 눈물 잔뜩 머금은 아름다운 단풍잎은 떠나는 순간이 짧을수록 서로에게 좋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의 아픔을 같이 나눠야 가볍다기에 우수수 떨어져 누군가를 위해 밑거름이 되겠지요 10/25/2015 Bear Mountain, New York 10/26/2015 Mohonk Mountain House, New Paltz, New York 고향 생각이 납니다. 까치가 울고 참새가 지저귀는 마을이었지요. 기와집이 있었고 좀 누추하지만 초..

詩 2020 2020.10.27

단풍 구경/배 중진

단풍 구경/배 중진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라 벼르고 별러 단풍 구경을 왔는데 유명한 곳은 뭉게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며 썰렁한 기운이고 매우 쌀쌀했으며 손이 시려 등산하고픈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는다 멀리서부터 달려오면서 호수의 면이 거울같이 잔잔하길 기대했으나 물결은 촐랑거려 정신까지 혼란스러웠으며 화려한 단풍을 구경하려고 입장료가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호수를 찾았는데 올해는 알록달록하지도 않고 동네에서 보았던 침침한 단풍과 별 차이가 없어 얼굴까지 하얗게 질렸다 그나마 큰 까마귀(raven)의 울음소리가 우렁찼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끼리끼리 엎치락뒤치락 장난치며 크게 원을 그리는 것이 보기 좋았고 팔락팔락 떨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숲이 무성하니 철새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마구 떠들며 나무에..

詩 2017 2017.11.02

뱃놀이/배 중진

뱃놀이/배 중진 살다 보니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젊기에 사랑이 있기에 앞만 바라보고 같이 달려오길 수십 년 역경을 헤쳐 나오면서 바라보는 임의 자태가 의젓했고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사랑으로 거뜬히 이겨 늠름한 모습 모든 것 털고 잔잔한 호수에 사랑을 싣고 힘들게 노를 저어가니 사랑하는 임이 안쓰러운지 미소 지으며 믿음직스러움 스마트 폰으로 담아주자 남자다우면서도 인자스럽게 웃으며 곱게 변한 여인을 안전 조끼 속 품 안에서 사진기를 꺼내 아름다움을 간직하네 고요한 산속에 모처럼 우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 힘든 길을 같이했기에 더욱 숭고하고 물고기가 여유롭게 헤엄치다 물 위로 힘차게 솟구치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네 계백님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詩 2017 2017.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