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슬픈 운명의 여자/배 중진

슬픈 운명의 여자/배 중진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매우 활달했으며 매사 솔선수범하고 성가대에서 독창을 도맡아 불렀으며 사랑하는 남편과 선남선녀의 오 남매가 오붓하게 있었고 옥니였지만 단정한 모습이 보기 좋았으며 누가 뭐라고 하면 웃음으로 넘기는 분이셨는데 그녀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치매를 앓고 계셨다는 암울한 정보요 그녀 역시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지만서도 딸이 불러주는 노래를 경청하고 반응을 보였다는데 그 어머니가 저세상으로 떠나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딸에게 이상한 징조가 나타나더니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여 하루가 달랐으며 성당에서는 그녀를 배려하느라 더 늦기 전에 뭐든지 해줬는데도 지금의 그녀는 젊다면 젊은 나이에 아무도 몰라보고 음식을 삼킬 줄도 모르고 있..

詩 2013 2014.01.01

만나서 반갑기는 하지만/배 중진

만나서 반갑기는 하지만/배 중진 친구의 축 성탄을 겸한 연말파티에 참석하여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씩 반갑게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는 것은 안녕도 건강하지도 못함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휠체어에 의지하는 사람도 있고 워커가 있어야 움직이는 친구도 있으며 하체가 부실하여 멀리 가지 못할 것 같은 분 머리가 지나치게 숙어져 답답한 모습 등 이 밤에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 기적이었고 서로 해를 넘기면서 맞이하면서 즐기자는 것인데 시종일관 옆에서 불안하여 그들의 동정을 살피고 불편하거나 힘든 점이 없나 염려하니 만나서 반갑긴 하지만 삶이 녹록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꼈고 창백한 얼굴이 불길함만 더해주었으며 같이 손뼉 치며 The Twelve Days of Christmas Song을 부르는데..

詩 2013 2014.01.01

불운한 베고니아/배 중진

불운한 베고니아/배 중진 친구가 생일 선물로 전해준 베고니아 발이 달렸으면 선택이라도 하련만 꼼짝 못 하고 낯선 곳에 와서 나름대로 해님을 찾아 창가만 바라보지만 햇빛은 닿지 않는 곳이요 가끔가다 달님이 반겨주는데 캄캄한 밤 무서움에 치를 떨며 웅크리거나 추워 벌벌 떨어도 누구 하나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어 이보다도 더 불운한 식물은 없으리라 여름이 왔다고 좋아할 수도 없는 것이 치매증세가 있는 주인을 어찌 믿을 수 있겠으며 이제까지 운이 좋았던 것은 아픈척하며 사랑하는 잎을 눈물을 머금고 떨궈야 그제서야 갈증이 있는 줄 알고 겨우 물 한 모금 주니 그런 피눈물 나는 이별의 아픔이 아니었다면 뿌리부터 시작해서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살아남지 못했으리 새해가 왔다고 인간은 야단법석이지만 취사선택의 자유가 없는..

詩 2013 2014.01.01

送舊迎新/배 중진

送舊迎新/배 중진 과감하게 떨쳤습니다 정에 약해 눈물겨웠지만 뒤돌아보지도 않고 덮었답니다 며칠 가지 못해 그리워 눈물 훔치겠지만서도 그리곤 앞에 놓인 설원을 바라보면서 무엇으로 저 하얀 곳을 채울까 하는 생각과 길도 없는 저곳을 지나 산너머에 이를 수 있을까 겁도 났지만 설렘으로 상기되었지요 가진 것은 각자가 다 다르지만 주어진 일 년이란 시간은 같았으며 어떻게 출발하여 어디에서 끝마칠지는 아무도 모르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성격의 일도 아니지요 짧은 시간이 모여 역사라는 엄청난 것을 만들기에 한순간이라도 허송세월을 할 수는 없겠으며 추구하는 것은 다 다르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은 반드시 열리게 되어있으니 계획을 잘 세우고 버릴 것은 버려 아쉬움을 싹둑 자르고 원하시는 대로 좁은 길을 ..

詩 2013 2013.12.31

Blue jay/배 중진

Blue jay/배 중진 일요일 아침부터 먼 곳에서 까마귀들이 집단농성을 하는지 시끄러웠고 같은 자리에서 움직일 줄도 모르고 계속 몇 시간을 떠드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그 공간을 가끔 아름답기 그지없는 Blue jay가 아름답지 못한 목소리로 계속 귀를 자극하여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춥지는 않은 날씨였지만 비가 오려는지 꾸부정하고 사나운 매가 위협을 했고 피해를 봤는지는 모르나 봄철에 짝을 찾고 둥우리를 만들던 소리가 아니었으며 계속 울부짖다가 사라졌지만 그 괴상한 울음소리 심상치 않아 마음이 언짢았으며 더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는 이때 마음이라도 편해야 할 텐데 아침 내내 Blue jay를 걱정했다네 昔暗 조헌섭2013.12.30 10:19 년 ..

詩 2013 2013.12.30

기차길 옆 오두막집/배 중진

기차길 옆 오두막집/배 중진 비록 누추하지만 아이는 꿈을 키우고 아무도 찾는 사람 없어도 외롭지는 않으리 남들은 아이들이 많을 거라며 긴긴 동지섣달의 밤을 이야기하고 캄캄한 밤에 기적을 울리면 잠을 못 이루기는 마찬가지라고 놀리지만 별이 쏟아지고 눈이 쏟아지며 깨가 쏟아지고 잠이 쏟아지네 비록 누추하지만 아이는 꿈을 키우고 아무도 찾는 사람 없어도 외롭지는 않으리 남들은 아이들이 많을 거라며 긴긴 동지섣달의 밤을 이야기하고 캄캄한 밤에 기적을 울리면 잠을 못 이루기는 마찬가지라고 놀리지만 별이 쏟아지고 눈이 쏟아지며 깨가 쏟아지고 잠이 쏟아지네 명장/김선식2013.12.29 15:11 멋진시 멋진작품 한참을 봅니다. 수고해주신 덕분에 사무실에서 편안히 잘봅니다. 줄거운 주말 웃음이 함께하는 주말 되세요 ..

詩 2013 2013.12.29

2013년을 보내면서/배 중진

2013년을 보내면서/배 중진 미국에서 졸업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을 뜻하며 초침은 쉬지 않고 빠르게 달려 분침에 이르고 분침은 허덕이며 시침에 도달하고 시침은 여유 있게 하루를 넘기네 하루가 일주일을 구성하며 일주일을 정신없이 몇 번 지나다 보면 달이 차서 기울어 계절도 바뀌고 무상한 계절은 원하든 원치 않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오는데 우린 시간을 만들어 놓고 항상 쫓기는 신세요 코뚜레에 매여 어거지로 끌려가는 신세로 그나마 현명한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대처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은 피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동안 분주함 속에서도 성취감을 느끼며 계획대로 일 처리가 된 분도 있고 아무리 애를 썼으나 아직도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아있는 사람도 있으며 시작은 웅대했으나 유야무야 목표가 사..

詩 2013 2013.12.29

쌀가루를 뿌린 듯/배 중진

쌀가루를 뿌린 듯/배 중진 칠흑같이 까만 밤에 부분 별빛도 초롱초롱하지만 쌀가루를 뿌린 듯 이곳저곳이 하얗게 덮였다네 밑으로 축 처진 하현달이 어둠을 뚫고 성탄절을 축하하는 듯 다소곳하고 쌓인 눈이 일부 녹으면서 빙판을 만들었지만 거룩한 밤에 누가 나서서 소금을 뿌리겠나 참기름을 뿌린 언덕길을 엉금엉금 기면서 고추같이 혹독한 바람을 이마로 맞으며 걸음을 빨리 걷는다고 허둥대지만 심장만 터질 듯 요란하고 천 리 길인데 발자국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도 나다니지 않았으며 조용히들 집에서 기쁘게 구주를 맞이하지 싶었고 텅 빈 거리를 쓰레기들만이 온통 세상을 만난 듯 설치고 보이지는 않지만 은총이 뿌려지고 예수님은 탄생하셨네 yellowday2013.12.27 07:13 성탄절 즐겁게 보내셨군요. ㅎ 새해에도 건..

詩 2013 2013.12.27

14:14 to White Plains/배 중진

14:14 to White Plains/배 중진 은퇴하신 신부님이 타고 오시기로 한 열차 시각이요 기쁘게 구주의 탄생을 맞이하는 날 한가할 때도 있었지만 의외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기도 한 날 정확한 시간에 나아가서 두툼하게 차려입으신 친구를 환영한다 오늘은 좀 더 이른 시외열차를 타고 오셔서 기다리셨던 모양인데 연세가 드시면서 금년은 맨해튼에서의 출발 시각을 모르셨기에 일부러 어제 정거장에 가서 시간표를 얻어와 알려드렸으며 주말과 Holiday schedule은 보통사람이 보아도 장난이 아니게 복잡했다 일찍 성당에 가셔서 조용하게 미사에 참석하시고 예전 같으면 제일 바쁘신 날로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아는 사람도 없는 다른 지방에 가셔서 끝나자마자 달려오신 느낌이고 이야기보따리를 잔뜩 걸머지고 ..

詩 2013 2013.12.26

샌님과 친구/배 중진

샌님과 친구/배 중진 샌님의 고향 친구는 대체로 얌전하고 말이 없으며 얼굴들이 반반하여 누가 뭐라고 해도 무작정 뭉쳐 다녔고 누가 옆에서 열을 가하지 않으면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가 한 번 화가 났다 하면 주위를 꼭 태워야 풀이 죽는다 샌님은 두렵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있으며 말을 아끼느라 아무렇지 않은 체하나 친구들은 일을 저질러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샌님은 앞뒤가 걱정되어 그게 아니다 지금은 한국과 미국으로 나뉘어 태평양만큼이나 거리가 멀고 골이 깊어도 고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맺어졌던 친구라고 험한 어떠한 것도 삭이고 서로 그리워한다 아마로소2013.12.24 14:08 배즁진님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 좋은 포스팅 잘보았습니다 웃음꽃이 피워..

詩 2013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