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운명의 여자/배 중진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매우 활달했으며 매사 솔선수범하고
성가대에서 독창을 도맡아 불렀으며
사랑하는 남편과 선남선녀의 오 남매가 오붓하게 있었고
옥니였지만 단정한 모습이 보기 좋았으며
누가 뭐라고 하면 웃음으로 넘기는 분이셨는데
그녀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치매를 앓고 계셨다는 암울한 정보요
그녀 역시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지만서도
딸이 불러주는 노래를 경청하고 반응을 보였다는데
그 어머니가 저세상으로 떠나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딸에게 이상한 징조가 나타나더니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여 하루가 달랐으며
성당에서는 그녀를 배려하느라 더 늦기 전에 뭐든지 해줬는데도
지금의 그녀는 젊다면 젊은 나이에
아무도 몰라보고 음식을 삼킬 줄도 모르고 있어 슬픔을 자아내게 하고
매년 온 식구가 모여 사진을 찍어서는 크리스마스 카드로 보내곤 했는데
올해도 다르지 않았지만 받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경악하며 내는 소리는
너무 비참해서 보고 싶지도 않다고 했고 사랑하는 가족들은 그녀를 에워싸고 애써 미소를 지었으나
정작 그녀는 입을 벌리고 눈을 감았으며 앉아있지도 못하고 거든 모습이요
평소의 풍채가 아니고 아주 작게 쪼그라들었으며
추위를 타는지는 모르지만 이불로 하반신을 덮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인간이 추하게 변할 수 있는가 되묻고 싶고
성당을 위해서 성금도 많이 내고 봉사도 많이 했는데 그 공은 어디로 갔는가 싶어
연말을 보내면서 어제 모였던 교인들이 측은하게 말을 하지만
현대 의학으로서는 어찌할 수 있는 병이 아니기에
가족이 돌려가며 돌보고 희생하며 정성을 다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모두 지쳐있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더라
그런 상태의 그녀에게도 새해는 다가오고
어제와 다르지 않게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진 그녀에게 누가 존재를 인식게 할 것이며
내일의 세계는 무엇으로 그녀를 도울 수 있겠는가 슬픈 운명의 여성이여
자녀들도 지금은 웃고 있지만 머지않아 어찌 될지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2013년 마지막 詩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마음이 쨍한것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치매에 관심이 많아지는 나이인데 또 1년이 다 갔군요
그래도 새로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그래서 더 감사하고 있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병 강녕하시길 기원 합니다...ㄳ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것 같아 ~~~~~
저도 노인병원 봉사를 제법 다녔기에 말기로 넘어가는 환자도 많이 보았지요.
젊어 한가닥 하던 기상은 간데없고~~~`
꼭 잡고 놓아주지 않던 쭈그러진 손잔등이 마음을 아프게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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