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불운한 베고니아/배 중진

배중진 2014. 1. 1. 01:58

불운한 베고니아/배 중진

 

친구가 생일 선물로 전해준 베고니아

발이 달렸으면 선택이라도 하련만

꼼짝 못 하고 낯선 곳에 와서

나름대로 해님을 찾아 창가만 바라보지만

 

햇빛은 닿지 않는 곳이요

가끔가다 달님이 반겨주는데

캄캄한 밤 무서움에 치를 떨며 웅크리거나

추워 벌벌 떨어도 누구 하나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어

 

이보다도 더 불운한 식물은 없으리라

여름이 왔다고 좋아할 수도 없는 것이

치매증세가 있는 주인을 어찌 믿을 수 있겠으며 

이제까지 운이 좋았던 것은 아픈척하며

 

사랑하는 잎을 눈물을 머금고 떨궈야

그제서야 갈증이 있는 줄 알고 겨우 물 한 모금 주니

그런 피눈물 나는 이별의 아픔이 아니었다면

뿌리부터 시작해서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살아남지 못했으리

 

새해가 왔다고 인간은 야단법석이지만

취사선택의 자유가 없는 우리에겐

불안감과 냉소만 어둠 속에 가득 감돌고

춥고 무서워도 좋으니 저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았으면

 

 

 

 

 

 

 

 

 

 

 

 

 

 

 

 

빗살 좋은 개살구
빛 좋은 개살구

 

빛 좋은 개살구라고 화려한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 낮은 작품들이 전시회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개살구도 맛 들일 탓

개살구 지레 터진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똑같은 귤이라도 이왕이면 예쁘게 생긴 것이 좋지 않을까?

 

속 빈 강정이란 실속은 없이 겉만 그럴듯한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강정을 보면 겉은 크고 풍성해 보이지만잘라보면 속은 텅 비어있죠..
강정의 속이 텅 빈 이유는요~ 강정은 찹쌀을 기름에 튀긴 유과인데, 기름에 튀길 때 부풀면서 속이 비게 된답니다..
그래서 겉만 번듯하고 내실이 없는 사람을 속 빈 강정에 비유하게 된 거예요^^

 

빨간 의자/배 중진

저만치 놓여
이웃과 조화를 잘 이루는 의자
첫눈에 반하여
한 번 앉아보고는 괜찮다 싶어

덥석 차에 실어 가져왔더니
실속 없는 빈 강정이 되어
자꾸 허리가 아프기만 하고
의자에서 일어서면 괜찮다가도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아 뭔가를 하다 보면
묵직하게 허리를 누르면서 통증을 느껴
남에게 손가락질하는 습성으로
누군가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빛 좋은 개살구를 가져왔음이 틀림없고
아직도 남의 이목을 끌 때
밖으로 내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 사용했으면
타산지석이라는 말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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