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 59

개기월식/배 중진

개기월식/배 중진 며칠 전부터 떠들썩하다 몇백 년 만에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월식이란다 달력에 표시하고 일기예보에 관심을 두지만 밝지만은 않다 구름이 끼고 비까지 내릴 거라는 비보다 정확한 시간을 알아냈고 저녁때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보름달이 떴지만 심상치 않다 밤이 깊어갈수록 까만 세상이 되더니 어느 순간 바닥을 적신다 비가 쏟아지고 있음을 알았다 무슨 수로 개기월식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우리 같은 사람에게 절호의 기회를 누가 주려고 했던가 아서라 그냥 그렇게 살자 보통 사람은 꿀 잠자는 시간이기도 하다 보름달도 민망한지 붉은색으로 변한단다 달 가림을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2021.11.19 14:44 Beaver Moon Lunar Eclipse Beaver blood full mo..

詩 2021 2021.11.19

해변/배 중진

해변/배 중진 모처럼 가을 날씨도 좋고 반려동물도 제 세상을 만난 듯 거칠 것 없는 광활한 해변의 백사장을 짓쳐나간다 뒤따라오는 비슷한 친구도 있고 생전 처음 보는 작은 강아지들도 덩달아 날뛰는데 그들은 대화가 필요한지 컹컹 하늘 높이 울부짖네 누가 나를 구속하여 좁은 세상에 가두었나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백사장 앞에 어렵게 발을 옮기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뜀박질하며 달아나는 여성도 보이네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을 맑게 정화하는 사람도 있는 듯 네가 가진 것이 얼마나 되고 나의 건강이 어느 정도 알차게 오래된 신체를 버팅기게 할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지만 집안에 처박혀 인간을 두려워하다가 탁 트인 공간에서 심호흡하면서 내일로 연결되는 길을 조심스레 살펴본다 먼 곳에서 주춤하는 분들을 경외..

詩 2021 2021.10.19

벌새/배 중진

벌새/배 중진 항상 꽃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지역을 걷고 있는데 생각지도 않은 벌새가 꿀을 취하고 있네 제자리에서 긴 주둥이로 열심히 빨아들이면서 인간이 다가와도 무심한 척하더니 한 바퀴 재빨리 돌고는 쏜살같이 사라지는구나 그럴 필요 없다고 말리고 싶었는데도 정확하게 날아간 방향을 쫓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곳을 한없이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벌새는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무슨 인연일까 생각도 하면서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곳을 지날 때마다 벌새를 찾곤 합니다 벌새가 귀한 지역이라서 찾아온 행운에 감사하고 영광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또 우연찮게 만나겠다는 희망도 품어봅니다 Hummingbird 배중진2021.10.08 14:47 9/22/2012 NYBG 사진 사랑도 결실을 보았으면 하지만 자연과는..

詩 2021 2021.10.08

사랑의 계절/배 중진

사랑의 계절/배 중진 뜨거웠던 계절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벅찬 시절 알게 모르게 열기를 품은 바람은 식어가고 생각만 하고 있던 사람은 불같이 떠오르네 논배미 벼들도 한자리에서 삶을 익히느라 고개를 숙이고 하루도 빠짐없이 원숙한 사랑을 기다리다 무거워진 마음 고추잠자리 찢어진 날개로 맴돌다 빨랫줄에 걸터앉고 원대한 포부를 품은 제비들도 떠나가면서 정든 마당을 내려다보는구나 갈 사람 가고 떠날 것은 떠나는 우리네 세상 사랑은 찾아오고 가을도 덩달아 내려앉네 *뜨거운 바람은 열기를 품은 바람은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Washington, D.C. 10/17/2015 Visit the world’s largest natural history museum. Highlig..

詩 2021 2021.09.12

공범/배 중진

공범/배 중진 수요일 밤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순식간의 일이었고 그 누구도 감히 예측하지 못했다 두려움을 퍼부었다 멈추길 갈망하였지만 불호령같이 천둥 치며 섬광의 벼락을 곳곳에 내리꽂았다 순진무구한 노익장 교수 부부가 늦은 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실개천을 만났는데 평상시와는 달리 급류로 변했고 어어 하는 순간에 휩쓸려 사라졌다 주검도 찾지 못하고 지상에서 종적을 감췄다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리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리 경험이 많은 인생이지만 처음 맞는 재앙이었으리 천재지변이 자주 발생한다 홍수, 가뭄, 산불, 지진, 화산 등이 인간이 자연을 망쳤다고 한다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을 마음껏 버렸단다 소중한 생명이 종말을 고했다 잘, 잘못을 구태여 따질 것이 아니고 너 나 할 것 없이..

詩 2021 2021.09.04

패럴림픽/배 중진

패럴림픽/배 중진 앞을 볼 수 있고 사지가 멀쩡하다면 못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불행하게도 볼 수 없고 불편한 인간이 많다 많지 않은 숫자이기에 일상에서 조우하기란 극히 드문데 장애 올림픽이 펼쳐지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의지를 갖추고 신체적인 불구를 극복하고 있었다 입이 딱 벌어지고 눈물이 볼을 타고 한없이 흐르며 그들의 도전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우리에겐 편견을 지우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정신적인 장애를 이기어 굴복시켜야 한다 배중진2021.08.30 23:39 별것 아닌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거 그것이 바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행복입니다. -靑 波- 패럴림픽/배 중진 앞을 볼 수 있고 사지가 멀쩡하다면 못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불행하게도 볼 수 없..

詩 2021 2021.08.28

태양을 떠받친 사람들/배 중진

태양을 떠받친 사람들/배 중진 아침에 옥상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뭔가 잘못되었으니 고치고 바로 내려오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고 35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뜨거운 곳에서 작은 우산을 펼쳐 그늘을 만들어 놓고 거대한 상업용 에어컨을 수선하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곳에서 그늘이 진 곳은 그 아무 곳에도 없었다 옥상의 지붕에서 복사하는 열을 얼마나 복받치게 하겠는가 아마도 그들은 젊은 사람이겠거니 우리 같은 사람은 두 손, 두 발 들고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않는데 저들은 인간이 아닌가 안쓰러워 자꾸 창밖으로 내다보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대단한 인부들이었고 오후가 되니 넓은 옥상 한 귀퉁이에서 그늘이 서서히 드리워져 오는데 어느 세월에 기다린단 말인가 오후 세 시가 되니 펼친 것을 접고 내려갈 준..

詩 2021 2021.08.27

낙화/배 중진

낙화/배 중진 안갯속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능소화 정적만 감도는 저편 누가 오고 있으리 숨도 크게 내쉬지 않고 큰 꽃 한껏 피웠으리 서서히 해님은 등장하나 몽매에도 그리워하는 사랑하는 우리 임은 오늘도 영영 나타나질 않는구나 한숨 쉴 때마다 꽃잎 하나 떨어져 헤아릴 수 없는 낙화 대지를 적시네 강성우2021.07.17 23:00 안녕하세요 폭염의 날씨속에서 한줏길을 기쁨으로 행복으르 사랑으로 보람으로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하느라 피땀을 쏱느라 애 많이많이 쓰셨습니다 수고하신 친구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모든 피로들을 모든 스트레스를 열대야를 잠시 잊으면서 고운꿈 꾸시고 편안한 밤 행복한 토요일 밤이 되시길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배중진2021.07.18 01:01 저렇게 내일을 ..

詩 2021 2021.07.17

남생이/배 중진

남생이/배 중진 무서운 속도로 달리다가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는데 앞에 뭔가가 고개를 쭉 빼고 세상을 살핀다 이곳저곳 동정을 살핀다 기겁을 하며 속도를 줄여 피하면서 끝까지 살피니 분명히 남생이다 아니 지금 살고 있는 연못도 넓고 깊은데 한참 떨어진 거대한 곳으로 가려고 하나 그럴 필요가 없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길을 나섰나 아무런 은폐물도 없이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 차량이 수시로 쌩쌩 달리는 도로를 또 지나야 하는데 과연 엉금엉금 기어 도달할 수 있을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안쓰러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데 나 자신을 그곳에 던지기에는 무모하다 싶어 그냥 나 갈 길을 달려가는데 사랑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태어난 곳일까 등짝만큼이나 무겁고 갑갑하다 *사는 8/11/2019 picture 거북이..

詩 2021 2021.07.10

사랑이 뭐길래/배 중진

사랑이 뭐길래/배 중진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 서로 그리워만 하다가 끝난 사람 세월의 장벽이 가로막아 한동안은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망막하게 막아 시간이 약이라고 했지만 고통은 가신 것이 아니었다 항상 떠나지 않는 그리운 얼굴 보고 싶은 얼굴 가지고 싶은 마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멀리 떨어져 있기엔 너무 가까운 사랑 앙금으로 남아도 좋다 앙숙으로 남아도 좋다 죽었다 체념한 사람 살아서 못다 한 사랑 살아있기만을 빈다 행복하기만을 빈다 배중진2021.07.09 01:33 항상 떠나지 않는 그리운 얼굴 보고 싶은 얼굴 가지고 싶은 마음 배중진2021.07.09 01:34 만지고 싶은 사람 만지고 싶은 얼굴 가지고 싶은 마음 배중진2021.07.11 02:11 Bronx Zoo 8/11/20..

詩 2021 2021.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