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hattan 11

만추/배 중진

만추/배 중진 앙상한 나무가 들어달라고 하소연하듯 버티고 음울한 낙엽이 너저분하게 산더미처럼 쌓이고 철 지난 개나리 염치도 없이 이곳저곳에서 삐쭉거리고 엉성한 장미가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며 화려한 지난날을 속죄하는 듯 살기 위해 모두 몸부림치는 늦가을 자연은 반드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떠나가지만 누구라서 오갈 것을 장담하겠는가 2020년 경자년의 험한 시절에 이런 시절이 없었지 근래에도 없었지 우리들의 세상에 경을 칠 이런 악마가 나타나다니 떠나거라 사라지거라 우린 시간을 붙잡고 있질 못하니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말아라 10/16/2015 Rockefeller Center 10/16/2015 St. Patrick's Cathedral 10/16/2015 Columbia University 10/17/2..

詩 2020 2020.11.16

고향 하늘에도 비둘기는 날고 있는지/배 중진

고향 하늘에도 비둘기는 날고 있는지/배 중진 생각지도 않은 곳에 비둘기가 몇 번 보이는가 싶더니 아예 둥지를 틀고 밤낮으로 자리를 지키며 볼 때마다 눈알을 굴리거나 뒤꽁무니만 보여준다 포란하느라 정신이 없고 저렇게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가까운 마을의 하숙하던 집에는 비둘기가 많았고 큰 비둘기집도 있었는데 좋은 고등학교에 합격했다고 주인아주머니께서 선물로 주셨던 비둘기 한 쌍은 환경이 달라도 무럭무럭 자라나 대문 위 높은 시렁에 보금자리를 꾸려 가끔 올라가 살짝 둥지를 훔쳐보니 알이 두 개 있었기도 했는데 순식간에 많은 식구를 거느리게 되어 어떤 때는 근처에 사는 비둘기를 꼬여와 같이 지내기도 했고 웬일인지는 몰라도 휑하니 사라지기도 했었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더..

詩 2017 2017.04.14

행복을 기대하며/배 중진

행복을 기대하며/배 중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2017년을 맞이하게 되었고 앞에 놓인 흰 공간에 희망을 적어본다. 강한 나라이면서도 자유와 평화가 상존하고 권력이 약하다고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들의 수가 적어지고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밝은 사회가 되었으며 싶고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시민 정신이 투철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자기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더욱 노력하며 흡연하는 사람이 없는 맑은 분위기와 적당히 술을 마실 수 있고 거부할 수도 있는 너와 내가 되고 웃음 띤 가정을 위해서는 부와 권력도 양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룰 수 없는 욕망을 버려야 할 것이고 남을 위해 헌신하고 기도하는 생활의 습관화, 그리고 평등한 남녀관계가 되면서 분수를 지키면 더 바랄 것도 없는 2017년이 되지 않겠나? 일 년..

詩 2017 2016.12.30

유람/배 중진

유람/배 중진 하늘에는 구름선이 둥둥 흐르고 바다에는 유람선이 둥둥 떠가네 천고마비의 계절에 천고불후의 추억을 위하여 가는 곳 정확히는 모르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으로 가슴은 뛰고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명성을 얻을 아름다운 항구 신세계를 향해 두려움 없이, 거칠 것 없이 나아가니 높은 파도도 하얀 물거품이었네 배움이 있어 좋은 여행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벼르고 별렀던가 꿈이 있기에 젊음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깜깜한 밤바다 별만 초롱초롱하고 지나온 바닷길 은하수처럼 보이네 송편을 보니 침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옛날이 생각이 나기도 했지요. 남자라고 만드는 것에 적극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빙 둘러앉아 이것저것 준비하시는 것 도와드리고 몇 개는 만들었던 기억입니다. 이상하게 만들어 찐 후 제 것..

詩 2016 2016.09.15

떠난 친구와 마지막으로 저녁을 했던 곳/배 중진

떠난 친구와 마지막으로 저녁을 했던 곳/배 중진 그대와 마지막으로 저녁을 했던 곳을 다시 찾아와 그때 앉았던 좌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대와의 마지막이라 차마 생각이나 했었던가 그 당시는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며 좋은 곳을 알선하다 들렸는데 이젠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이렇게 남아 친구 생각만을 하고 있으며 이 식당은 변한 것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홀로 앉아 그대만을 그리네 여름에 만나 같이 더위에 허덕였고 가을은 한국과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하느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며 겨울에 늘 그랬듯 크리스마스 저녁에 조용한 시간 보내자고 약속했는데 건강이 악화하여 참석할 수 없다는 전화통화가 또 마지막이 될 줄이야 지금은 친구의 생각으로 다른 것은 추호도 생각할 겨를이 없으며 친구가 애용하던 가구를 내일 전부 세상으..

詩 2016 2016.02.22

비둘기가 용쓰지만/배 중진

비둘기가 용쓰지만/배 중진 잠시 창밖을 내다보는데 한 떼의 비둘기들이 쏜살같이 날아가다 삽시간에 따로따로 흩어지더니 밑으로 곤두박질치곤 재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있어 배부르고 한가한 시간에 적의 기습에 맞설 수 있게 서로 작당하여 상대를 기만하는 술법으로 잽싸게 도망치는 연습을 하며 빠른 날개를 자랑하지만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살기 어린 눈과 날카로운 발톱과 사나운 부리로 무장한 체 덩치가 더 크고 강한 날개로 위에서 덮치듯 내리치는 속력 앞엔 아무리 빠르게 발버둥 치고 요리조리 피해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도 맹금류한테서는 벗어날 수가 없어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바탕이 될 수밖에 없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것처럼 조용한 곳에 험상궂은 새들이 나타나질 않길 바라며 귀소성이 있어 인간과 더불어 살아오길 오래 했지만 ..

詩 2015 2015.06.23

금이빨/배 중진

금이빨/배 중진 방긋 웃을 때마다 금이빨이 번쩍이고 침묵은 금이라고 했지만 조용하게 이야기하니 구슬과 같이 흐르네 40년을 입 안쪽에 숨어 있다가 답답했던지 세상으로 나오려 하여 아쉬워도 치과에 가서 떼어내 소중하게 집으로 가져왔다는 친구 요모조모 살피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곤 금은방으로 달려가 단돈 $25.00을 받고는 좋다고 씩 웃는다 기술의 혁신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금으로 덮어씌우지 않고 고유의 치아 색에 가까운 porcelain으로 대체했다고 하며 누가 보아도 감쪽같아 노후에도 건강한 치아를 자랑하는데 앞으로 20년만 더 사용한다 하여도 감지덕지할 삶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Empire State Building Bryant Park Bryant Park Time Square Time Square..

詩 2015 2015.05.05

맨해튼의 가을/배 중진

맨해튼의 가을/배 중진 북쪽의 단풍이 아쉽게 절정을 지났기에 남쪽의 단풍은 그래도 남아있겠지 싶어 센트럴 파크에 가려고 했더니 자동차 주차할 공간이 근처엔 턱없이 부족하여 1시간 이상을 돌고 또 돌아도 자리가 없어 주차전용시설을 이용하기로 했으나 목적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걷고 또 걸으면서 맨해튼 구석구석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바람 강하고 춥기도 한 날씨를 원망하는데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가을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었고 서로 사람구경을 재미있어하는지 지쳐 보이지도 않고 활기를 띠고 있었으며 밝은 태양은 기다릴 줄 모르고 시간을 재촉하여 아름다운 단풍을 목전에서 빼앗아 가듯 나무 위만 빛을 살짝 남기고 점점 어둠을 흩뿌려가니 밝음을 쫓아 정신없이 숲과 나..

詩 2014 201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