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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해/배 중진

떠나는 해/배 중진 반갑다고 한지 어제 같은 숫자가 겹쳐 행운이 겹친다고 좋아했는데 인간을 조롱하는 경자년이 될 줄이야 경악을 금치 못하게 자멸로 이끌어 벌써 희생자가 얼마나 되는가 방법이 없고 대책이 없다 빨리 사라지길 기원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길 희망한다 음침한 철길 컴컴한 터널 살기 띤 기차가 돌연히 눈앞으로 들이닥친다 억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친다 경기를 일으켰다 식은땀이 흥건하다 경자를 보고 싶지 않다 제발 떠나가라 우리의 만남은 슬픔이었다 악연도 이런 악연은 없었다, 일찍이 11/13/2018

詩 2020 2020.12.20

인생무상/배 중진

인생무상/배 중진 살을 에는 강한 바람에 몇 그루 되지도 않는 큰 소나무가 미친 듯이 춤을 춘다 마치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동네 어귀에서 산지기 하며 주막집을 하는 친구 어미는 갑자기 거대한 덩치가 쿵 하고 쓰러지면서 말도 못 하고 돌아가셨고 죽은 지 하루 만에 뭐가 급하다고 슬퍼하며 매달리는 상제 하나도 없이 저 소나무 요동치듯 요란한 치장 펄럭이며 상여가 들썩거리는데 요령잡이도 말을 아끼지 싶도록 모두가 빠르게 치달려갔다 그것도 공동묘지로 우린 짚 동가리가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서 콧물 질질 흘리며 그것도 구경거리라고 멀거니 바라보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죽은 이가 너무 불쌍하다며 훌쩍거린다 저렇게 떠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왜 허무하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단다 우리는 추워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죽음의..

詩 2019 2019.01.10

어떤 이의 불행한 아침/배 중진

어떤 이의 불행한 아침/배 중진 커피 끓이다가 우연히 운동을 병행하다가 물끄러미 창밖을 보았는데 사람 같은 물체가 도로 한복판에 누워있는 듯한 모습이고 딱 한 사람만이 갈팡질팡하며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느라 안달하지만 앞뒤를 막아주는 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경이 없어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어도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불과 몇 초 만에 우렁찬 경적을 울리며 거대한 소방차 두 대가 도착하고 경찰차 두 대가 뒤에 붙이듯 정차하고 뒤늦게 구급차가 와 도로를 안전하게 막는다 뜻하지 않은, 꿈속에서조차도 예기치 않은 사고로 누군가는 불행이 시작되었고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도와주려고 전문가들은 엄청난 경비를 들여가며 교육하고 피땀 흘리며 험한 훈련을 받고 생면부지일지라도 자기 형제 일처럼 돌보며 가끔은 숭고..

詩 2018 201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