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홀로 외롭게 가는 길/배 중진

배중진 2018. 11. 26. 23:13

홀로 외롭게 가는 길/배 중진


저 앞에 외롭고도 어렵게 홀로 가시는 가친을 생각했답니다


좋은 날도 있었지요
즐거웠던 날도 많았지요
한 잔에 취해 고성을 지르시며 춤을 추시는 것도 보았지요
이웃의 할머니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곱사춤을 추시는 것도 보았지요
코에 담배 넣고 입에 담배 물고 히죽거렸습니다
과음하셔 토하시는 것은 괴로움으로 비치기도 했지요


항상 말이 없으신 분
이웃과 관계가 원만하신 분
멋진 마을을 위해 협조하시는 분
허리 수술 후 지팡이에 의존하시며
오늘도 가야 하는 길 힘들게 가십니다


아는 사람 모두 떠나가고
몇몇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시는데
앞에는 많지 않은 사람들이 더 고통스러운 모습입니다


산도 넘어왔고
강도 건너왔고
미움도 버리고
많았던 짐도 정리하여
지팡이만 짚고 가지만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도 떠밀려 갑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나
엎어졌다 일어나서 또 낯선 길을 갑니다
혼자서 말입니다


















'詩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감/배 중진  (0) 2018.11.30
반가운 달님/배 중진  (0) 2018.11.27
과시/배 중진  (0) 2018.11.25
달랑 떨고 있는 나뭇잎/배 중진  (0) 2018.11.21
첫눈 내리던 날/배 중진  (0) 201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