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or Park 9

착각/배 중진

착각/배 중진 우리 모두 착각 속에 사는 현대인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고통을 잊으려 하고 화려한 미래를 꿈꾸며 미소 짓는다 바닷가에 핀 능소화 구중궁궐 속 담장에 기댄듯이 어제도 오늘도 님을 기다리며 기웃거리다 살짝 담을 넘었네 다소곳한 여인도 아름답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에 호기심을 느끼며 가꾸는 네 모습이 가상 키도 하구나 오늘 너와 나의 어울림에 그동안의 외로움은 구름처럼 흘려보내고 끊임없이 성가시게 굴던 바람의 유혹도 뿌리치고 꿀벌의 으름장 앞에서도 새침함을 잃지 않았고 나비의 화려한 몸부림에도 도도함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았잖는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리움을 떨구고 환각 속의 달콤한 정을 나누자꾸나 너와 나, 오붓이 *뛰어난 음악가 덕분에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분명 인류에게 해가..

詩 2020 2020.06.27

장미도 시들었고/배 중진

장미도 시들었고/배 중진 사월의 어느 뜨거운 날 삐쭉삐쭉 솟은 빌딩 사이를 정신없이 기분 좋게 걸었는데 그 이후 체력은 욕심을 감당하지 못했나 엉덩이를 가시로 콕콕 찌르는 통증이 시작되었어도 얼마가 지나면 괜찮겠지 싶어 고통 속에서도 참고 유혹의 그 날을 회상하곤 했지만 나날이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아픔이 더해가고 발작하듯 신음하는 빈도가 높아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라 60여 일이 지나면 저절로 후련하게 사라진다 했지만 의사를 찾아가 치료받기 시작했는데 좌골 신경통은 설 수도 앉을 수도 없을뿐더러 바깥출입도 매우 한정되어 거의 집안에 구금상태였으나 세월은 세차게도 빨라 오월이 오리무중이었고 유월도 유성처럼 사라졌는데 엉뚱하게도 장미가 그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가시방석으로만 느껴지는 요즈음 향기를 맡고..

詩 2017 2017.06.30

사라진 토깽이들/배 중진

사라진 토깽이들/배 중진 이상하다 모두 어디 갔을까 한 10분 거리의 좋아하는 길을 걷다 보면 어떤 집의 정원에는 5마리 정도의 토끼가 보이고 안 보일 때는 저쪽 집의 정원에서 귀를 쫑긋 맑은 눈으로 끝까지 따라오기도 했으며 그렇다고 겁을 먹진 않았는데 산책길을 갔다 왔다 그리고 또 갔다 오면 40여 분 때론 10여 마리를 볼 수 있었는데 늦가을부터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옛날 시골에선 가장 날렵하고 덩치가 큰 덕구가 산토끼를 쫓아 산을 오르고 내려갔는데 올라가는 언덕에서는 산토끼가 더 빠르고 내려가는 비탈에서는 용맹한 마을의 개, 덕구가 더 빠르다고 하면서 따스하고 바람 막아주는 짚 동가리 아래에서 주고받던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곳 미국의 마을에서는 인적이 뜸한 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토끼가 많아..

詩 2017 2017.01.22

포구의 능소화/배 중진

포구의 능소화/배 중진 하루에도 시간 구애받지 않고 자주 오던 분이 왜 발길을 뚝 끊었을까 문지방이 저리 닳도록 헤집고 다녔던 사랑이요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몸살이 날 정도로 기다렸었는데 차마 말 못 할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귀한 몸에 이상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TV를 켜도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창밖을 내다보면 비슷한 사람만 보여 쫓아가다 말고 넓은 공간이 점점 좁아져 질식할 것만 같아 몸부림을 치는데 오매불망 사랑하는 임은 오시지 않고 온통 그리움의 세상으로 변해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지난번 황홀하게 열정을 쏟던 순간에는 아무런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는데 돌아서는 순간 못된 바람이 들었던가 떠나가는 돛단배를 바라보니 갈매기, 망망대해의 거친 파도와 먹구름뿐인 세상 포구에 남아 기다리면..

詩 2016 2016.07.16

토끼의 정원/배 중진

토끼의 정원/배 중진 오늘도 토끼가 있던 곳을 지나가면서 찾아보니 보이지가 않아 섭섭했는데 약간 떨어진 곳에서 손수 키운 풀을 뜯어 오물거리고 있을 줄이야 반가움에 들고 있던 도토리를 내밀었지만 본척만척도 하지 않았으며 계속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씹어 먹고 있어 민망하기까지 했는데 사이에 꼭 필요한 말이 없어 서먹했던 감정도 검고 선명한 눈동자 속에 있는 나를 보니 우습기도 하더라 누가 가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입이 벌어졌어도 욕심부리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나 겁내지도 않으며 토끼지도 않고 즐거움을 주니 감사할 뿐이지 마지막 사진을 잘 보시면 실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답니다. 자기 할 일은 다하면서 얼굴도 붉히지 않더군요,ㅎㅎ. 님, 주말 편안이 잘 쉬셨죠...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지척을 알 ..

詩 2013 201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