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1

빼앗긴 봄/배 중진

빼앗긴 봄/배 중진 흰 눈이 내리지 않은 겨울이 후딱 지나가 겨울을 빼앗긴 듯했는데 봄이 왔는데도 또 송두리째 탈취당한 듯한 느낌이다 개나리는 서로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려는 듯 드문드문 피었고 일찍 찾아온 목련은 뭔가 못마땅한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며 생각지도 않은 튤립이 마른 땅에 엉성한 모습이다 크로커스와 도도한 수선화가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우리네의 마음은 열릴 줄을 모른다 자연에 동화되어 같이 즐길 줄을 모른다 어둠이 내리깔리면 인적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쥐새끼조차도 두려워 나서지 않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숨죽여가며 살아가야 하나 인간끼리가 두려움의 존재가 되었고 부딪히지 않고 피하는 것이 예의이며 눈으로만 인사하는 비정상이 정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여름까지 탈탈 털려서는 정말 안 될 일이다 Tod..

詩 2020 2020.03.21

이웃사촌/배 중진

이웃사촌/배 중진 낯설고 물맛이 살짝 다른 곳에 이사를 온 이종사촌 한국 같으면 이사 잘했느냐고 물었을라나 말이 틀리고 생각이 전혀 다른 외국 사람들 새로운 이웃이 생겨 좋다고 반기며 도와줄 일이 없는지 귀찮을 정도로 묻는다 웃음 띠며 연신 감사하다 굽신거리니 통하는 것이 없는 곳에서도 잘도 통하고 불편하면서도 척이 지지 않아 눈만 마주치면 어느새 무슨 생각하는지 알기에 굳이 말이 필요 없지만 차원 높은 대화를 위하여 오늘도 안되는 발음이지만 손짓 발짓 다 동원하여 이웃과 동화하려고 애를 쓰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은 법이고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벌써 좋은 이웃사촌 물었으려나 현재 어절의 어미는 사투리입니다. 불필요하게 받침이나 음절을 더한다든지 변형한다든지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詩 2017 201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