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답답한 양반/배 중진

배중진 2018. 7. 7. 02:31

답답한 양반/배 중진


남들이 반대하는 결혼이었지만

우린 행복을 나누었고


건강하지 못한 남편인지라

사랑으로 더욱 보듬었는데


어린 자식들 남겨 놓고

젊은 나이에 일찍 무심하게 떠난 양반을 대신하여


팽개친 많은 농사 거리 뒤치다꺼리하다 보니

젊음은 사라졌으나


걸리적거렸던 임야가

행정도시의 중심지가 될 줄이야


남부러울 것이 없게 되자

더 늙기 전에 세상을 보자 하였더니


자식은 손자와 손녀들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어

엄마는 뒷전이고 허우적거려 여유가 없네


티브이는 손자의 오락 놀이용이라 정신을 빼놓고

손녀들은 손톱 물들이느라 혼이 빠지고

사위는 직장생활 하느라 아침에 나가면 늦게나 들어오고

사람 구경이라도 할라치면 

방구석에 틀어박혔는지 코빼기도 구경할 수 없고

간혹 만나면 이상하게 생긴 백인들 하얀미소만 짓고 사라지네


그렇다고 운전할 수도 없는 처지

넓디넓은 미국이 이렇게 좁게 다가올 줄이야


믿고 온 것은 아니지만

하나 있는 조카 새끼는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다고

연락도 하지 않아

답답한 이 심정을 어디 가서 하소연할꼬


참 지지리도 한심한 인생이었고

복은 웬걸 덕도 무지무지하게 없는 삶이다


푹푹 찌는 날씨만큼이나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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