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옛날에도 나눴던 사변 이야기/배 중진

배중진 2018. 6. 25. 07:53

옛날에도 나눴던 사변 이야기/배 중진

권수네 마당에는 큰 대추나무가 뒷간 가는 쪽으로 자리 잡고 있어
넓은 마당에서 자치기를 해도 큰 무리가 없었는데 국민학교 4학년인가
5학년이던 때, 그러니까 만으로 9살 내지는 11살짜리들이 언쟁이 붙었다.
서울에서 학교 다니다가 전학을 와 공부 잘하던 민중이는 전국이 어수선하다며
625사변이 또 일어난다고 했고 좀 앳된 나는 전쟁이 날 수는 있지만
똑같은 날에 터진다는 것이 매우 희박하다는 요지였고 625라면 전쟁
발발한 날을 기려 부르는 것이라고 했더니 박박 우긴다. 그때 세 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둘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분하게 패했지만
나는 이제껏 내가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어찌 그리 당차고도 논리적이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어도 전쟁을 모르는 나이이지만 할머니와 가친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가 있어 한반도에서 다시는 끔찍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오늘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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