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자의 비애/배 중진
작은 기계 소리만 들려도
홀로 남은 나무는
사시나무 떨듯 한다
왜 아니겠나
오랜 성상
비바람을 같이 막고
혹독한 폭설에도 꿋꿋하게 견디지 않았던가
싫든 좋든 간에
이웃으로 받아들였지 않았던가
옆에 있던 나무들이 이유도 없이
싹둑싹둑 잘려나갔으니
작은 소리에도
섬뜩섬뜩하겠지
언젠가는
저렇게 내처 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터
하루 버티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
여름이 왔다고 좋아했는데
할 일이 많아 땀 흘리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인정사정도 없이
둥치만 남기고
얽히고설켰던 건강한 나무가 깡그리 사라졌다
시원한 바람을 혼자 감당하면서도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고
짐짓 살랑거리며 웃음 지어도
고통으로 일그러진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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