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무정한 양반들/배 중진

배중진 2018. 6. 17. 12:07

무정한 양반들/배 중진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요사이 매우 시원한 나날이었기에

감사하는 마음뿐이요

토요일이라 느긋한 기분인데


느닷없는 굉음이

모든 것을 산산조각내는 듯한 소음이

듣는이를 진저리치게 하여

창밖을 내다보니

집 주위의 거목들을 마구 베어

분쇄기에 밀어 넣고 있더라


무지막지한 모습이었고

고목들의 안쓰러움을 모른 체했으며

화들짝 놀란 새들도

황망히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더이다

 

종일 엄청난 힘의 크레인까지 합세하여

그동안 잘 자라고 있던

17년 지기의 다정한 친구들을 

인정사정 볼 것도 없이 깡그리 벌목하였으니 

저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나


그동안 자라던 우정과 사랑이 싹둑 잘려나간 기분이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였는데 허무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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