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6

쓰러진 고목/배 중진

쓰러진 고목/배 중진 혹독한 겨울에도 살아남았는데 어렵게 수십 년을 살았는데 폭풍우가 몰아친다는 예보에 별 대수롭지 않게 견딜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넘어졌다 둔탁한 천둥소리 비슷한 것을 남기고 나자빠졌다 자동차가 밑에 많이 있었는데 공교롭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로 옆으로 쓰러졌다 거대한 가지 두 개 중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쪽의 것이 휘어짐을 견디지 못하고 밀치면서 밑동부터 투박하게 뒤틀리면서 나가떨어졌다 남아있는 것이 혼자 저 억센 바람을 다 견딜 수 있을까 높은 창에서 이젠 멀리까지 볼 수 있지만 까마귀도 이젠 찾아오지 않으리 매미도 쉬러 오지 않으리 휑하게 자리가 비었고 가슴에 큰 빈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거대한 바람이었다 엄청난 폭우였다 모든 것이 제정신이 아니더니 전깃불마저 나갔다..

詩 2020 2020.08.05

겨울 왕궁/배 중진

겨울 왕궁/배 중진 폭우가 끝나기를 기다렸는데 엄동설한이 느닷없이 짓쳐왔다 얼음판이 녹기를 기다리는 동안 안절부절못하고 몸은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느지막한 오후 점심도 할 겸 북쪽으로 장소도 정하지 않고 달리는데 온 세상이 확 바뀌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겨울 왕국을 연상하도록 모든 것이 수정으로 덮여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만져보니 얼음이었다 마을 전체가 꽁꽁 숨어 있었고 모든 건물이 밤사이 그렇게 만들어졌으며 산도 숲도 난생처음 보는 장관이었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이상하게 보였다 점심을 하는 둥 마는 둥 높은 곳에 올라 왕궁을 한눈에 바라보고 싶은 심정이다 동화 속의 요정을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다 어젯밤 별다른 꿈을 꾸지 않았고 아침까지도 뭘 할 것인지 몰랐는데 한순간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詩 2019 2019.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