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양반들/배 중진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요사이 매우 시원한 나날이었기에
감사하는 마음뿐이요
토요일이라 느긋한 기분인데
느닷없는 굉음이
모든 것을 산산조각내는 듯한 소음이
듣는이를 진저리치게 하여
창밖을 내다보니
집 주위의 거목들을 마구 베어
분쇄기에 밀어 넣고 있더라
무지막지한 모습이었고
고목들의 안쓰러움을 모른 체했으며
화들짝 놀란 새들도
황망히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더이다
종일 엄청난 힘의 크레인까지 합세하여
그동안 잘 자라고 있던
17년 지기의 다정한 친구들을
인정사정 볼 것도 없이 깡그리 벌목하였으니
저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나
그동안 자라던 우정과 사랑이 싹둑 잘려나간 기분이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였는데 허무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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