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폭풍/배 중진

배중진 2018. 3. 3. 14:17

폭풍/배 중진


바람이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날려 보내려는 기세다

바람만 불어도 두려움으로 떠는데

비까지 쏟아붓고 앞이 보이지 않게 눈도 퍼붓는다


잠깐 몰아치는 것이 아니고

온종일 시달리게 하니

뿌리가 있었다면 아마도 반쯤 뽑혔겠지


창문은 우리를 보호하려고 막아서지만

박살 나지 말라는 법도 없어

휘둥그레지며 그저 두 손을 모은다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기에

피해지역이 생기지만

내가 아니길 희망할 뿐이다


앞집에 있는 큰 건물이

어둠에 휩싸였고

들리지는 않지만, 아우성을 치고 있으리


영하로 내려간 기온인데

얼마나 추울까

밤은 또 얼마나 길고


무섭게 짓쳐오고

앙칼지게 들려오는 저 소리

난장판을 만들지 말고 사라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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