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소란/배 중진

배중진 2018. 3. 1. 01:20

소란/배 중진


조용한 성당 안

모두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신실히 기도하는데

자꾸 두런거리는 소리가 나고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는 아니었으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와

잠재적으로 목청이 더 올라갈 수 있어 조바심 났고

통제하지 못하는듯한 느낌을 받아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괴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육두문자는 아니라서 다행이었어도

곁에 없는 아버지를 부르짖고 있었다


불쌍한 어머니는 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고

다른 형제는 본체만체했으며

할머니는 내 손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좀 떨어져 앉아계신다


모든 시선이 제일 앞쪽인 입구로 쏠리고

신부님은 열심히 설교하시나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하소연일지라도 들릴 리가 만무했으며


좌불안석으로 공연히 땀이 솟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라

나의 불행같이 다가온다


한참 후

모든 것이 망가진 뒤

어머니는 간신히 혼이 없는 아들을 데리고 나갔으나

너무 늦었고

그 이후 들어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없어

더 궁금하기만 하였으나


원래 저런 사람이라면

남의 중요한 시간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도 있었고

한편으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하느님을 의지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그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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