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이런 세상이 싫다/배 중진

배중진 2018. 2. 28. 12:40

이런 세상이 싫다/배 중진


한국인 피가 섞인 미국 인디언이

친구와 술집에 갔는데

친구는 생면부지의 남자를 따라나서

늦은 밤

차편이 없자 

아는 사람에게 전화했지만

그 누구라서 선뜻 나타날까


황당하면서도 몰골이 우습고

신세타령을 했지만, 너무 후회막급하고

늦은 시간이라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만이 우글거리는 새벽


그때 만나지 말아야 할 두 사람이 탄 트럭이 나타나

도움을 주는 척

늦은 시간 우는 여인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기가 막힌 억지 논리


차는 엉뚱한 방향으로 달리고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이었으며

운전하던 자는 다짜고짜로 강간하려 했고

연약한 여인이 용을 쓰며 반항했지만

무자비하게 난자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해머로 무참히 살해된 후

사막에 버려져 완전범죄로 끝이 나는가 싶었는데


사필귀정인가 악마는 깊은 사막에 빠지고

나쁜 놈에게도 아비는 있었고 

그 아비가 달려와 차를 빼 주려 했으나 그의 차도 속수무책

작은 견인차가 왔어도 방법은 없었고

마지막으로 대형이 와서야 해결이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천우신조랄까

대형 견인차 운전자의 부인이 전화했는데

사막지대라서 감이 좋지 않자

무식한 자는 일하던 중이라 홧김에 전화기를 내던졌고


그 전화기가 살인사건을 푸는 열쇠가 되어

하이에나 같은 두 살인자를 인간사회에서 제거했는데

살인마는 극형에 처했고

공범은 가석방 없는 40년을 선고받았으며

그의 진술이 사건 전모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었음은 당연하고

경찰은 가능한 한 많은 증거를 확보함과 동시에

과학적으로 모든 것을 입증할 수 있었어도


억울하게 떠난 자의 고통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얼마나 분하고 아팠을까

앞날이 창창한 36살의 한 많은 삶이라서

잔인하고 무서운 세상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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