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사필귀정/배 중진

배중진 2018. 3. 3. 12:13

사필귀정/배 중진


젊어서는 누구나 실수하는 법이라지만

좀도둑으로 시작하여

술기운으로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었는지

무고한 십 대를 남자 친구 앞에서 보란 듯이 강간하고

그들이 사랑을 나누던 차량을 빼앗아 타고 도망가다가

얼마나 불안했던지 빨강 신호등을 과속으로 무시하고 지나치다

경찰에 적발되어 조사받는 중에

모든 것이 탄로 날까 봐

경찰차로 돌아가는 경찰을 뒤에서 비겁하게 저격하여 살해하고

또 다른 경찰마저 사살하고

50여 년간을 숨어 살다가


지문이 과학적으로 판독되고 디지털로 관리되어 보편화하였고

반세기가 지났어도 변하지 않은 필적 때문에 감정 식별이 쉬웠으며

죽어가던 두 명 중의 한 경찰이 쏜 총알이 어깨에 박혔던 흔적이 남아

죽은 자의 억울함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손자까지 두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살인자는

어두운 구석은 있었으나 그 누구도 모르리라 생각했는데

공들인 탑은 무너지고 죽어서도 감옥에 남아있어야만 하는 형을 받았는데

젊어서 대책 없이 저지른 사고치고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었고

동기는 단순했지만, 결과는 어마어마하고 잔인하여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죗값은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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