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고는 외로운 여인/배 중진
꽃들이 기지개를 켜는 계절
남쪽으로 내려와
그들의 향기를 흠뻑 들이켜
바싹 말라가는 삶에
윤기를 보탤까 싶어
때마다 자주 찾는 호텔에 들러 잠을 청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와
봄의 소리인가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큰 코 고는 소리였다
자주 터져 나오는 굉음은
얼마나 다급한지를 짐작게 하여
답답하기만 하였고
가끔 기침까지 하여
여자임을 느끼게 하였으며
분명 굉장한 덩치의 소유자일 거로 생각했고
누구도 같이 방을 사용하지 못할듯하여
무척이나도 외로운 사람이 아닐까 여겼는데
식당에서 아침을 하다
문제의 여인이 나오는 것을 보는 순간
잡생각이 적중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그런 낌새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민망하게도 주인공은 남과 어울리지 않고
이것저것 음식을 주섬주섬 그릇에 담아
푸석푸석한 얼굴로
느릿느릿, 비틀비틀하며
그녀의 방 속으로 사라졌는데
몸이 똑바른 상태가 아니었고
비록 나이는 드셨으나 평범해 보였는데
오늘 밤도 또 머물러야 하는지 그것이 매우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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