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하얀 눈과 까만 밤/배 중진

하얀 눈과 까만 밤/배 중진 하얗게 하얗게 하얀 눈은 을씨년스러움을 덮으려 하고 불과 며칠 전에 단풍을 잃은 풀과 나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잔인하게 밟히고 더러워진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차가 다니는 차도는 인정도 없고 차가움에 이력이 났는지 오히려 배척하여 아예 쌓이지도 않더라 낮 동안의 흰 눈도 그치고 까만 밤이 스멀거리니 온도는 급속도로 떨어져 나다니는 길을 검게 칠하여 사람이고 자동차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곤욕을 치르게 하고 달님과 별님을 하늘 높이 초대하여 까맣게 까맣게 까만 밤으로 덮어버리네 하얗게 하얗게 하얀 눈은 을씨년스러움을 덮으려 하고 불과 며칠 전에 단풍을 잃은 풀과 나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잔인하게 밟히고 더러워진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차가 다니는 차도는 인정도 없고 차가움에 이력이 났..

詩 2013 2013.12.11

조용하게 쏟아지는 흰 눈/배 중진

조용하게 쏟아지는 흰 눈/배 중진 일기예보가 뜬금없었지만 눈이 내리는 시각은 비슷했고 조금 내린다고 하더니 그래도 한이 서렸는지 나뭇잎이 떠난 앙상한 자리 소복하고도 소담스럽게 덮어 뜻하지 않은 횡재로 창문마다 열어놓고 밖을 구경하니 만만한 곳은 점점 하얗게 쌓여가는데 사람이 다니는 길과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는 아무리 안달하며 쏟아부어도 촉촉하게 녹아 흔적도 없어 하얀 눈이 향수를 불러오다가도 그리움이 채 자리도 잡기 전에 만질 수도 없이 사라지니 한 많은 허공만 또 질타하네 한 많은 허공만 또 질타하네 뉴욕도 오늘 눈이 내렸답니다. 녹기도 했고 쌓이기도 했으며 그리고 밤에는 얼기도 했지요. 앙상한 나뭇가지에 때아닌 아름다움으로 다닥다닥 붙어 장관을 이뤘답니다. 오늘따라 바람도 불지 않아 오랫동안 즐겼..

詩 2013 2013.12.11

때가 되니/배 중진

때가 되니/배 중진 겨울이 오면 대지는 싸늘해져 가고 오지 말라고 해도 흰 눈은 내리는 법 연세가 들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부자연스럽게 되고 아무리 발버둥 치며 붙잡으려 해도 저 높은 곳으로 향하게 되나 겨울 날씨는 일기예보로 인하여 어느 정도 쌓일 강설량을 예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며 행동 자체를 아예 자제하는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이기에 앞뒤를 조심하며 건강하기를 꿈꾸나 가끔은 소리도 없이 꺼져가는 삶의 등불을 보면서 어쩌지 못하고 기다리는 심정이여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이 내리고 싸늘한 비도 내리다가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기도 하듯 어느 날 사랑하는 임은 그렇게 추억을 안겨주리라 사진은 오래전에 모셔왔는데 출처는 알 수 없답니다. 만약 저작권관계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바..

詩 2013 2013.12.10

증조할머니/배 중진

증조할머니/배 중진 엄마의 사랑보다도 할머니의 돌보심 보다도 증조할머니와의 기억이 더 많으니 알 수는 없다 허리를 펴시면 키가 크시나 언덕을 오르실 때는 꼬부라지셨고 남들에게는 호령하시지만 증손자한테는 귓속말로 소곤거리신다 다래끼라도 나면 좁은 길 중간 즈음 돌 위에 눈썹을 하나 뽑아 올려놓고 누구라도 지나가다 건드려 눈병 옮기를 누구보다도 더 간절하게 비셨으며 시원한 국 속에 있는 명태 눈깔을 맛좋은 반찬에 있는 조기 눈깔을 먹으라고 건네주시기도 하셔 눈총까지 받으셨는데 어느 날 깜깜한 한밤중에 안채에서 여자분들의 곡소리가 들렸고 사랑방은 증손자 잠자리만 남겨놓고 이미 깨끗하게 정리되었으며 부고를 돌릴 사람들을 벌써 뽑아 이 동네 저 동네로 보내느라 어수선했던 밤 증손자 새끼 한마디 한다는 것이 왜 우..

詩 2013 2013.12.10

억세게 재수 없는 벌/배 중진

억세게 재수 없는 벌/배 중진 눈이 오다가 비가 오다가 안개가 꼈다가 좀 개였다가 일기예보와는 시시각각으로 차이를 보이길래 창밖을 내다보며 변화를 살피는데 방충망을 오르는 녀석이 있었고 안인지 밖인지를 몰라 가까이 가니 벌 한 마리가 안쪽에서 계속 오르길래 거처할 곳이 아님을 알려주려고 방충망을 올렸다 내렸다 탁탁 치면서 충격을 주었지만 잡고 떨어지지를 않았으며 떨어진다 해도 방안으로 들어올 것 같아 닫으면서 방충망을 올리고 내리는 틈새를 살피니 마른 짚들이 수북했으며 하얀 집이 나오는데 여름내 사용하지 않았음을 기억했고 미안하지만 연필로 다 긁어내 떨어트렸다 빗물이 새들어와 수선차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재해를 만나 집을 잃듯 간 곳이 없으니 이 추운 겨울에 어느 곳으로 피난 갈 것이며 오늘 운수가..

詩 2013 2013.12.10

나그네의 밤/배 중진

나그네의 밤/배 중진 예전과는 달리 미리 호텔을 예약했으며 뉴욕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불안한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늦게까지도 사랑스러운 꽃에 흠뻑 취하여 마음껏 공간을 휘저으며 식물원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관계자들의 또 다른 내일을 위하여 꽃의 소중한 휴식을 위하여 하나씩 조명을 소등하니 꽃향기는 정원을 포근히 감싸네 나그네는 객지에서 그 지방 고유의 음식을 취하고 좀 더 지역을 넓게 탐방하며 결실의 계절 가을에 견문을 넓혀가네 예전과는 달리 미리 호텔을 예약했으며 뉴욕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불안한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늦게까지도 사랑스러운 꽃에 흠뻑 취하여 마음껏 공간을 휘저으며 식물원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관계자들의 또 다른 내일을 위하여 꽃의 소중한 휴식을 위하여 하나씩 조..

詩 2013 2013.12.08

Golden Pheasant/배 중진

Golden Pheasant/배 중진 무엇이 두려운지 보여주지도 않고 보일락 말락 감질나기만 하였으며 분통해하는 것은 너와 나 사이에 철조망이 가로놓여 만질 수도 없거니와 먹을 것을 줄 수도 없고 수도 없이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해도 담아지지 않는 아쉬움으로 진을 쏙 빼놓고야 말았지 않았나 좀 더 넓은 공간의 철조망이길 그나마 희망했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잘생기고 어여쁜 얼굴 속 시원하게 들여다보았으면 원이나 없겠는데 겁은 많아서 작은 소리에도 도망가니 제발 꽁무니라도 따라가게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고 꽁무니를 뺀다고 긴 꽁무니를 쉽게 놓칠 리도 만무하며 꽁무니를 사린다 하여도 눈에 띄지 않는 색깔이 아니지 않은가 땅을 설설기기에는 너무 안타깝고 드넓은 하늘을 펄펄 날아 모두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했으면 무엇이..

詩 2013 2013.12.06

궁상맞은 얼굴/배 중진

궁상맞은 얼굴/배 중진 사슴과 같은 가지진 뿔이 있으나 아니고 당나귀와 같은 꼬리가 있으나 아니고 소와 같은 발굽이 있으나 아니고 낙타와 같은 목이 있으나 아니고 도대체 뭐란 말인가 프랑스에 보고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Pere David's Deer라 했고 중국에서는 四不像이라고 부른다는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모습이 애처롭고 저기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궁상맞은데 아마도 저 녀석은 오래전에 고향을 떠났지 싶었고 젊은 녀석들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기에 이곳이 고향인 줄 착각하고 있으니 향수병과는 무관하리 세월이 변하고 세상이 좁다 보니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휩쓸려 다니고 정이 들면 타향도 고향이 된다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말도 있긴 하지 꼬리를 내린 녀석들과 올리고 있는 녀석을 잘 보시면..

詩 2013 2013.12.06

스라소니/배 중진

스라소니/배 중진 창밖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니 스라소니를 관찰하고 있는데 발 옆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 자세히 살피니 참새가 낙엽을 뒤적이며 먹이를 찾는 소리였으며 그것은 가까이 있는 나만이 들을 수 있었기에 빙그레 웃으며 여러 가닥의 철삿줄 사이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는 참새가 귀엽다며 시선을 돌리는 순간 눈앞에 스라소니가 달려들고 있어 깜짝 놀랐으며 우리 사리에는 유리 벽이 보이지 않게 울타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어떻게 저 멀리에서 듣고 달려왔을까 아무리 동물이지만 참새도 조심하며 내는 소리였고 나는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는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간파하고 동물적인 몸놀림으로 덮쳐오니 상상을 초월했으며 빠르게 움직이다가도 철조망으로 뛰어올라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하니 답답함은 알겠지만 얼..

詩 2013 2013.12.06

호랑이의 위용/배 중진

호랑이의 위용/배 중진 꼼짝 못 하게 노려보는 저 눈빛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 용맹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 방벽이 있음을 알기에 경거망동하지 않고 점잖게 돌아서는 위용 송곳처럼 날카로운 저 이빨 가공할 만한 펀치 크기와 몸무게에서 나오는 파괴력 빠른 몸동작에서 나오는 괴력 포효하지 않아도 설설기며 모시는데 산이 떠나가도록 쩡쩡 거린 다면 산천초목이 벌벌 떨고 발이 달린 짐승들은 오금아 나 살려라 줄행랑치겠지 세상이 좁다고 설치고 한국이 좁다고 떠났고 한때는 아이들 울음도 그치게 하더니 어슬렁거리며 답답한 신세로 으르렁거리네 호랑이의 위용/배 중진 꼼짝 못 하게 노려보는 저 눈빛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 용맹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 방벽이 있음을 알기에 경거망동하지 않고 점잖게 돌아서는 위용 송곳..

詩 2013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