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조용하게 쏟아지는 흰 눈/배 중진

배중진 2013. 12. 11. 08:04

조용하게 쏟아지는 흰 눈/배 중진

 

일기예보가 뜬금없었지만

눈이 내리는 시각은 비슷했고

조금 내린다고 하더니

그래도 한이 서렸는지

 

나뭇잎이 떠난 앙상한 자리

소복하고도 소담스럽게 덮어

뜻하지 않은 횡재로

창문마다 열어놓고 밖을 구경하니

 

만만한 곳은 점점 하얗게 쌓여가는데

사람이 다니는 길과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는

아무리 안달하며 쏟아부어도

촉촉하게 녹아 흔적도 없어

 

하얀 눈이 향수를 불러오다가도

그리움이 채 자리도 잡기 전에

만질 수도 없이 사라지니

한 많은 허공만 또 질타하네

 

 

 

 

 

 

 

 

 

 

 

 

 

 

 

 

 

 

 

 

 

 

 

 

 

 

 

 

 

 

 

 

 

 

 

 

 

 

 

 

 

 

 

 

 

 

 

 

 

 

 

 

 

한 많은 허공만 또 질타하네

 

뉴욕도 오늘 눈이 내렸답니다. 녹기도 했고 쌓이기도 했으며 그리고 밤에는 얼기도 했지요.
앙상한 나뭇가지에 때아닌 아름다움으로 다닥다닥 붙어 장관을 이뤘답니다. 오늘따라
바람도 불지 않아 오랫동안 즐겼던 하루였는데 아쉬움은 빛이 부족했다는 것이지요.
벽난로에서 나오는 구수한 냄새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흰 눈은 아직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더군요.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2013.12.11 15:03

눈이 내리면서 녹은 것을 밤에 기온이 급강하하며 바싹 얼려
미끄럽더군요. 아무리 소금을 뿌려도 보이지 않는 곳에는 얼음이
매복하고 있었지요. 고국에도 눈 소식이 있어 주의를 요구하지
싶기도 했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라일락향기2013.12.14 02:50 

하얗게 눈이 덮힌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입니다.
서울도 눈이 내렸는데 생각만큼 많은 양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네요.

'詩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음 같은 침묵 속으로/배 중진  (0) 2013.12.11
하얀 눈과 까만 밤/배 중진  (0) 2013.12.11
때가 되니/배 중진  (0) 2013.12.10
증조할머니/배 중진  (0) 2013.12.10
억세게 재수 없는 벌/배 중진  (0) 201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