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억세게 재수 없는 벌/배 중진

배중진 2013. 12. 10. 03:55

억세게 재수 없는 벌/배 중진

 

눈이 오다가 비가 오다가

안개가 꼈다가 좀 개였다가

일기예보와는 시시각각으로 차이를 보이길래

창밖을 내다보며 변화를 살피는데

 

방충망을 오르는 녀석이 있었고

안인지 밖인지를 몰라 가까이 가니

벌 한 마리가 안쪽에서 계속 오르길래

거처할 곳이 아님을 알려주려고

 

방충망을 올렸다 내렸다

탁탁 치면서 충격을 주었지만

잡고 떨어지지를 않았으며

떨어진다 해도 방안으로 들어올 것 같아 닫으면서

 

방충망을 올리고 내리는 틈새를 살피니

마른 짚들이 수북했으며 하얀 집이 나오는데

여름내 사용하지 않았음을 기억했고

미안하지만 연필로 다 긁어내 떨어트렸다

 

빗물이 새들어와 수선차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재해를 만나 집을 잃듯 간 곳이 없으니

이 추운 겨울에 어느 곳으로 피난 갈 것이며

오늘 운수가 사나움을 꿈에라도 생각했겠는지

 

기회를 주면서 기다리는데

어둡기 전에 다른 곳으로 날아갔으면 싶고

추운 겨울 떨며 지내지 말고

따스한 가정 이뤄 행복하길 염치 불고 기원한다네

 

 

 

 

 

 

 

 

 

 

 

 

 

 

 

 

 

 

 

 

 

 

 

 

 

 

 

 

 

yellowday2013.12.10 05:33 

이 엄동설한에 어디로 갔을까요...
왜 가출을 해갖고서리 ~~에구

 

불변의 흙2013.12.10 06:26 

* 행복을 주는 사람들 *
평소에 관심 없던 사람도 어느날 부드러운
눈길 따뜻한 미소로 살며시 건네주는 사탕

몇알에 가슴 따뜻해 옴을 느낍니다. 한번
만난적 없는 사람일지라도 서로 밝은 미소로

인사한다면 가슴속에 따뜻한 느낌이 전해옵니다.
자주 만난적 없는 사람이 밝은미소로 격려를

전해줄 때 가슴속에 따뜻한 마음이 전해옵니다.
서로에게 전해지는따뜻항 느낌으로 살고 있음을

느낍니다.오늘도 소중한 만남과 고운 인연을
만들며 행복한 시간되시길...-불변의흙-

 

님비(NIMBY)/배 중진

오늘 날씨가 따뜻하니 벌이 어디선가 기어 나와서
더듬이를 움직이며 방충망을 오르락내리락하길래
그동안 인간한테 들켜 집 잃고 차디찬 곳에서 벌벌 떨었겠지만
월동준비를 제대로 하려고 성급하게 나왔던 모양이더군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잔혹한 암시를 주기 위하여
핀셋으로 집어서는 방충망 밖으로 떨궜더니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힘차게 날아 사라졌지요
불행하게도 빌미를 줘 다시 다른 창틀도 정밀하게 조사하여

일자로 길게 눌어붙은 보금자리를
털어냈는데 벌들은 어디로 갔나 보이지는 않더군요
아무래도 금속보다는 땅이나 다른 곳이 더 따뜻함을
미물이지만 이미 터득하고 있었겠지요

기온의 차가 심한 요즈음 인간도 견디기 어려운데
집 잃고 쫓겨났으니 팥죽을 끓여 악귀를 쫓는다는 생각은 않지만
불행하게도 엄청나게 재수 없는 벌이 너무 가까이도 멀어도 좋을 것은 못되고
내 주변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못 봐주는 이기심의 발로였으리라


*NIMBY=Not in my back yard, 공익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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