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은행나무/배 중진

은행나무/배 중진 아름답기에 소중하게 소장하려 했던 은행잎 학생이기에 책갈피에 간직하려 했던 은행잎 청춘이기에 가슴속에 새겨보려 했던 은행잎 사랑하기에 마음 깊이 음미하려 했던 은행잎 인류의 역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있었으며 계절의 변화가 시작됨을 넌지시 알려주기도 했고 이별의 징조가 시작함을 홀로 걷는 시간 많아지며 느꼈고 생명의 창조가 시작함을 터져 나온 은행을 보고 알았는데 고국에서 보내준 은행잎이 비록 색깔은 변했어도 마음은 변치 않았으며 고국에서 보여준 은행나무 세월 흘러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으며 고국에서 먹었던 은행알은 이제 맛보기 틀렸어도 추억으로 남았고 고국에서 자라는 은행나무 수가 옛날과 비교하여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인데 단단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고 생명력에 감탄함을 금할 길이 ..

詩 2013 2013.11.26

대나무 숲/배 중진

대나무 숲/배 중진 자갈길로 울퉁불퉁하고 신작로가 고르지 못했으며 자동차가 지나갔다면 먼지가 아주 오래 남는 도로와 주변 그런 상황에서도 두 손을 마주 잡은 너와 나는 즐겁기만 하더라 청춘의 처녀 총각이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느냐마는 밤늦게 아무도 가고 오지 않는 도로에도 고개 넘어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곳이 있었고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게 아니었다 대나무 숲을 끼고 있는 오두막집이 귀퉁이에 있었지만 그곳을 지나 둘이 달려가다 보면 그래도 남자이기에 무섭다는 소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만 처녀를 집에 바래다주고 열정이 식은 상태에서 그곳을 통과한다는 것은 체면이고 남자고 한갓 똘마니로 변해 오금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칠 수밖에 아직도 그 신작로는 남아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도 자다가 도..

詩 2013 2013.11.23

만종/배 중진

만종/배 중진 늦가을 너무나도 조용했고 모처럼 따스함을 느껴 온 식구가 매달려 밭걷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까지 아무도 주의 깊게 듣지 않았고 밭의 중간에 놓였던 라디오에서 청천벽력 같이 들려오는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소식에 우린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급기야는 울음을 터트렸는데 알면 얼마나 알고 정치에 관심도 없는 아이가 뭘 추수하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단순히 날씨가 좋았던 토요일 오후라 생각했으며 요사이와 천지차이인 정보 세계를 감안하면 한국시각으로도 빨리 입수한 정보인데 나쁜 소식을 빨리 접해서 좋을 것이 뭐란 말인가 그 이후로 11/22/1963을 잊을 수가 없었으며 모든 것을 추스르고 땀이 식어 으스스한 시간에 다 같이 둘러서서 멀리서 들려오는 애달픈 만종 소리를 들으며 위대한 대통령의 명복을..

詩 2013 2013.11.23

태양은 떠오르지 않네/배 중진

태양은 떠오르지 않네/배 중진 감미로운 바이올린 멜로디는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빠르고 느리게 길고 짧게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면서 리드미컬하게 아름다운 음악을 자아내는데 며칠째 잠도 이룰 수 없게 기침을 심하게 하고 가래를 뱉고 있으며 목소리는 쉬어 끽끽 나오지도 않아 아예 입을 봉하고 충혈된 눈을 부라리네 누우면 목구멍을 간질간질하게 하여 기침을 격발시키고 목구멍이 아프면서도 온통 붉게 가슴과 목을 물들이니 뱉을 건 뱉어야 하는데도 숨이 막히니 눈물은 글썽글썽 꼴이 말이 아니다 화요일 급하게 의사를 찾아 처방전을 기대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니 항생제는 듣지 않을 테고 금요일까지 고군분투하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전화하라며 흉측한 X-Ray를 세 번 찍었고 결론이 폐렴은 아니란다 밥맛은 없어도 억지로 ..

詩 2013 2013.11.22

보름달은 아니지만/배 중진

보름달은 아니지만/배 중진 보름달을 보고 싶다는 것은 우리의 염원이고 그 희망 사항이 꼭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는 무한의 세상 비구름은 그러한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꼭 그 시간에 나타나서 달님과의 사이 가로막기를 어디 한, 두 번 했던가 불쌍한 우리에게 찬란한 빛을 전하지 못함은 젖이 퉁퉁 부은 산모가 아이를 찾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이요 굶주림으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한 끼를 건너뛰는 형상이 아니겠는지 어스름 달빛이 보이다가 먹구름이 둥근 달을 스쳐 가는 모습이 보였고 반대 방향에서는 우리 눈에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는데 우리 표현대로라면 그들은 서로 뒤서거니 앞서거니 우주를 마음대로 농락하면서 즐기는 것은 아니겠는지 우린 다만 원숙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같은 모습을 보며 희열을..

詩 2013 2013.11.20

고백/배 중진

고백/배 중진 오늘도 하늘은 까맣고 바람은 강하게 불어왔으며 쏟아지다 말은 비구름은 내일도 찾아와 적시겠다며 햇살을 피해 부리나케 사라지는 형국이고 언제나 아름다움을 살펴 조용하게 하루를 계획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지요 머릿속을 비워 나쁜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눈으론 잘못된 것을 보았음에도 따라 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고 후각을 이용하여 악취가 남을 알았으나 비리를 들추지 않고 지나쳤고 입으로 남의 허물을 탓하려 하다가 황급히 덮었으며 귀로 들은 나쁜 욕들과 거슬리는 것을 더는 듣지 않으려 피하고 마음속에 차갑게 떠오르는 것들 따스하게 어루만지고 손으론 남의 좋은 것을 절대 탐하지 않았으며 발론 이웃이 공들여 쌓은 것을 넘어뜨리지 않았는데도 죄를 지었으니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

詩 2013 2013.11.18

보름달과 눈/배 중진

보름달과 눈/배 중진 대궐 같은 집은 아니지만 행복이 흐르는 집같이 생각되고 포근함을 느낄 수 있으며 달님도 방긋 웃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바람도 잠을 자는지 고요하고 지붕은 지붕대로 쌓인 흰 눈 위로 어리는 노송의 그림자가 선명하고 가지의 어느 곳엔 부엉이가 있을 것 같은 평화스러운 모습이요 산더미 같은 장작더미는 아무리 호된 찬바람이 불어와도 따스함을 지켜줄 터이고 은은한 불빛 아래 소곤거리는 사랑이야기를 지나가는 여우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을 것이며 숲 속의 덤불들은 제일인 양 좋아라 시시덕거리지 않을까 짧은 밤을 하얗게 새워도 좋을 것 같은 정경 노란 보름달은 먼 길 떠나고 싶지 않으리 사려고 물었더니 $300.00이라고 하더군요. 살까 말까 하다가 그냥 왔는데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매일 보면서 아..

詩 2013 2013.11.18

보름달/배 중진

보름달/배 중진 달이 뜬다는 오후 4:11분 창문을 열고 어디쯤에서 떠오를까 달 타령을 부르며 기다려도 시간이 지났건만 보이지가 않았는데 구름 때문에 희미한 모습이라 더욱 구분되지 않았음을 알았으며 단풍에 취한 듯 노란색이 많이 섞였고 떨어지는 잎들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는지 둥실둥실 떠오르지는 않았으며 잠자리로 몰려드는 새떼들의 극성으로 멈칫멈칫 멈춰 서는가 했는데 한참이나 기다렸다가 항해를 계속했고 오늘은 저만큼이나 보여주지만 내일은 아예 구름에 가렸다가 그것도 모자라 눈물을 찔끔거린다니 싫토록 어루만져 뽀얀 모습으로 떠나보내리 海山 김 승규2013.11.17 08:57 보름달 길 밝히니 새들은 떼지어 고향에 간다. 달이 뜬다는 오후 4:11분 창문을 열고 어디쯤에서 떠오를까 달 타령을 부르며 기다려도 ..

詩 2013 2013.11.17

솔밭/배 중진

솔밭/배 중진 솔솔 멀리 풍기는 솔 향기도 좋고 솔바람 소리도 듣기 좋아 솔잎이 떨어진 산속을 걷는 감촉이 남다르지요 솔잎이 미끄러워도 즐겁고 솔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각별하고 솔새도 즐거워 따라오며 솔잎이 내는 소리에 솔깃하기도 하지요 솔이 자랄 때는 몰랐지만 모처럼 찾으니 솔찮은 크기로 길을 막았고 솔숲에 들어가면 건강에도 좋다는 피톤치드가 솔솔 뿌려져 안락함을 느끼니 솔밭에 들어가길 권장하며 솔바람의 감촉을 느껴봄도 좋고 솔방울 사이 날아다니는 솔잣새도 찾아보며 솔나무도 더욱 건강하길 기원하지요 쏠쏠하다, 쏠쏠히 yellowday2013.11.17 05:48 소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소문을 듣습니다. 소래포구에 산다는 소금장수 따라 집을 나간 소싯적 소꼽동무의 소식을요 소꼴 먹이던 그 여름방학 소나..

詩 2013 2013.11.17

토요일 아침/배 중진

토요일 아침/배 중진 어둠은 동쪽에서 아직도 서성이는데 저 멀리 서쪽에서 간밤에 비를 뿌렸던 구름이 돌돌 말려옴을 눈으로 확연하게 확인하면서 어둠 속을 더듬어 부엌에 나가 신체의 리듬을 끊을 양 커피를 끓이고 감미로운 클래식으로 잠을 밀쳐내면서 느긋하고도 혼자만의 세계를 즐기려 하는데 어둠을 성급히 걷어내려는 듯 5개의 상점이 있는 건물의 지붕 위에서 낙엽을 모으는 고약한 소리에 이어 물기가 촉촉한 지붕을 강제적으로 말리는 소리 넓기도 하거니와 이웃을 생각했다지만 토요일임을 간파했다면 저렇게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 텐데 빗물로 인한 피해가 컸기에 며칠 전에 낙엽을 청소하더니 다 마치지 못하고 미뤘었는데 오늘 끝장을 내려는가 보다 하루를 뜻있게 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데 본의 아니게 주위환..

詩 2013 2013.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