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포근함이 있는 곳/배중진

배중진 2011. 3. 14. 06:17

포근함이 있는 곳/배중진

보라! 간밤에 축복을 주셨네요
온천지를 하얗게 새롭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소리없이 아니 간혹가다 나무들의 고통소리를 들었지만
새들도, 짐승도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곳으로 변화시켰지요

님이 뜻하심을 어이 알겠습니까마는
간신히 좁은길 만들어 놓고 부랴 부랴
얼음판으로 내칩니다
길이 없는 얼음판을 가로 질러 발자욱을 남기지요

겨울내내 우리의 웃음이 멈추지 않는곳
오늘도 못잊어 그위로 달려왔지요
얼음판이 쩡쩡거리는 소리를 기억하시나요?
잘익은 수박이 쫙 벌어지는 그 견고함도 이곳에서 들립니다

모든것이 있는곳 비록 운동장은 없어도 우린 부럽지도 않아요
서로 엉켜서 썰매도 타고 신나게 달리기도 하고
그것도 싫으면 공을 차기도 하는곳 그것도 양말의 힘으로 달리지요
발이 시렵기는요 한편에선 모락 모락 나무를 긇어다가 군불을 지피지요

짧은 낮시간 정신없이 지나고 우린 시장끼를 느끼면
할 수없이 지친몸, 땀이 흠뻑 젖은 몸에 썰매를 매고
털털거리며 들어와서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에
삶은 고구마와 동치미를 찾곤 했지요

이 세상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부러운것이 하나도 없었던 시절이었지요
그저 깔깔대고 그 소리가 이웃 담장을 넘습니다
서서히 밀려오는 겨울의 밤이 지친 그대들을 포근히 감싸는 곳이지요

 

2011.12.12 08:28

그리움이 가득한 곳이지요. 뒤늦게 찾아와 옛일을 회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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