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찾느뇨/배중진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안을 들여다 보는 사람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릴땐 그렇게 총명하여 어른들을 즐겁게 하더니
지금은 그 좁은 공간을 뚫어지게 보면서도 뭘 찾는지를 알지 못하네
찬장의 문을 열어 놓고 들여다 보는 사람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모든것을 쉽게 척척 살림도 잘 하더니
숟가락도 제대로 분간을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나오게 하다니
대문을 나서면서 자신이 없는 사람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한땐 모든일을 척척 일사천리로 지휘도 했었는데
자동차 키와 돈과 지갑중에 하나를 꼭 빼뜨리고 있으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사람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젊어선 계획표를 치밀하게 작성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하더니
성당을 가는지 시장을 가는지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