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피지 않는 장미/배중진

배중진 2011. 3. 14. 06:38

피지 않는 장미/배중진

지난해 장미를 만났다네 고운 미소에 빨려 들어갔던거야
이제껏 느끼지 못한 감정으로 깊은 속을 헤아려 보았지
솔직히 분홍색보다는 빨간색이 좋았고 보기드문 흰색,
노랑으로 시선을 끄는 장미들을 더 선호했었지

집앞에서는 빨간색과 분홍색이 번갈아 피어 오르고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는듯 경쟁을 하며 정염의 추파를 보내곤 했지
그 누구를 가리지 않고 봉오리의 신비를 파헤치려
검은손으로 옷고름을 헤치기도 했었다네

날이 무척이나 뜨거워 끓어도 더위를 잊은듯 꼿꼿했으며
비가 내려도 숙이지도 않고 반듯했으며
이슬이 내려 슬픔이 있으련만 정열을 쏟아내더니
하얀 눈으로 세상이 덮힐때 오도 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힘없이 지천으로 사그러드는 너의 모습
측은하기도 하였거니와
맨살로 그 혹독한 추위를 감당하는 모습이 장렬했다오
그대 가엾은 몸매를 두손으로 감쌋던 품이 그리워지오

 

2012.12.09 01:05

저도 처음에는 헨리8 영화에 나오는 성인을 생각했답니다. 성공회와의 갈등을
통해서 말입니다. 저도 예전에 시를 감상했던 기억이 있고 약간 번역이 다르더군요.

"오직 한 송이 피어 남아 있는
늦게 핀 여름의 장미여.
아름다운 벗들은 모두 다
빛바래 떨어지고 이제는 없다.
붉은 수줍은 빛깔을 비추면서
서로 한숨을 나누고 있다.
벗이 되어 주는 꽃도 없고
옆에 봉오리진 장미조차 없다.

쓸쓸하게 줄기 위에서
시들고 말아서야 될 노릇이랴.
아름다운 벗들 모두 잠들었으매
가서 너도 그들과 함께 자거라.
그러기 위해 너의 잎을 잠자리에
나는 정성껏 뿌려주리라.
너의 벗들이 향내조차 없이
누워 있는 그 근방에다.

네 뒤를 따라 나 또한 곧 가리니
벗들과의 사귐도 바래지고
빛나는 사랑의 귀한 굴레로부터
구슬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 사라질 때
진실된 사람들 숨져 눕고
사랑하는 사람들 덧없이 사라질 때,
침울한 세상에 오직 혼자서
아아! 누가 길이 살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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