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 180

첫눈/배 중진

첫눈/배 중진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친구 마음이 조급했던지 친구가 보고 싶었는지 지나가다 살짝 들렸다며 싱겁게 웃는 녀석 싱싱해서 좋았고 오래간만에 보았기에 찬바람과 같이 왔지만 창문을 활짝 열고 반갑게 맞았답니다 눈앞에서 재롱을 떨며 높이 날랐다가도 옆으로 다가오고 비껴가기도 했으며 나의 찬 볼에 뽀뽀도 해주고 떠나면서 다시 오마 떠나더군요 뜻밖이고 오래간만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멀리 있던 친구가 찾아주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고 내친김에 자주 들르겠다는 말만 남기고 바쁘다며 총총 사라졌어도 내일부터는 잘하면 친구를 볼 수 있겠다는 마음에 오늘 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듯합니다 오솔길2017.11.21 14:28 배 중진님~ 안녕하세요.........! 고운 시 읽으며 잠시 쉬다 갑니다 성경책에..

詩 2017 2017.11.21

중국 할머니 떠나시던 날/배 중진

중국 할머니 떠나시던 날/배 중진 항상 병상에 누워계시던 중국 할머니 말이 없으시고 눈을 감으셨는지 떴는지도 알 수 없으며 날씨가 좋을 때마다 누군가에 의해 밖으로 나오시던 분 어떤 때는 혼자 계시기도 했고 뭘 생각하실까 궁금도 했다 딸인지 시중드는 사람인지 연세가 드신 분은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조절을 못 하지 싶었고 웬 말이 그리 많고 누가 기꺼이 들어주는지 궁금 또한 한데 종일 괄괄한 목소리가 눈살찌푸리게 하는 것이 흠이기도 하다 안 보이시면 혹시나 불길한 예감이 들기까지도 했다가 집 밖에 나와 누워계시면 매우 반갑기도 해 보시는지는 알 수 없어도 손들어 인사하기도 했는데 찬바람이 몹시 불던 날 단풍도 고이 접어 다음을 기약하던 날 경찰차 두 대 아무렇게나 집 앞에 서 있고 구급차가 내려오는 계단에..

詩 2017 2017.11.19

낙엽/배 중진

낙엽/배 중진 나무와 나뭇잎은 말을 아끼려고 무진 애를 쓰는 듯이 보였다 이별이 멀지 않았음을 알기에 슬픈 표정을 애써 감추려고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며 입가에 거짓 미소까지 띄워 보았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만나리라 장담도 할 수 없는 험한 세상에 천천히 이별을 음미하며 한순간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서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찬바람이 냉정하고도 몰상식하게 휙 몰아쳐 가니 정신이 아뜩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사랑하는 잎은 새파랗게 질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오랫동안 슬픔을 간직하여야만 했다 까만 밤도 하얗게 세도록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상 고온의 날씨가 쭉 이어지다가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지니 파랗던 은행잎이 대책 없이 떨어지더군요. 단계가 있을진대 그런 과정..

詩 2017 2017.11.15

은행잎/배 중진

은행잎/배 중진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이 급강하한다는 예보였으며 1933년 이래 가장 추운 날씨가 될 거라고 호들갑을 떠는 기상청 관계자 그러려니 했고 옷을 단단히 껴입으면 되겠지 막연히 생각하다가 창문을 여는 순간 들이닥치는 찬 공기를 쐬고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는데 은행나무에게는 무척이나도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나 보다 파란 잎들이 주눅 들어 수북이 떨어져 쌓여 있다 이런 경우를 처음 보는지라 얼마나 괴로웠으면 살기 위해 저토록 발버둥 쳤을까 생각하니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지 싶었으며 몇 개 달리지도 않은 은행을 찾아보았으나 쫙 깔린 나뭇잎 속 어딘가로 쏙 빠져 보이지도 않았다 열매가 잔뜩 매달리든 말든 신경 쓰는 사람들이 아닌지라 관심도 없겠지만 분명 무슨 조화로 매우 희귀하게 매달렸고 사랑..

詩 2017 2017.11.12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배 중진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배 중진 얼굴이 반반한데도 치장하고 걸치는 것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잔소리하고 구시렁대고 불평불만만 늘어놓았더니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고 보기 싫어하니 떠나야겠단다 그리곤 성큼성큼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사라졌다 찬 공기만 남기고 수북하게 낙엽만 떨구고 후회한들 소용없었고 가슴 철렁 내려앉았으며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 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고 모든 것이 썰렁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붙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사랑하는 임은 건너지 말아야 할 겨울 강을 훌쩍 건너갔다 그 이후 겨울바람만 혹독하게 불어닥치고 회한의 눈물은 끝도 없이 떨어져 하얗게 쌓여갔다 20도를 넘나들었는데 갑자기 영하 7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12도가 될 거라는 토요일이랍니다. 갑자기 가을이 도망치듯 빠져나가고 겨울, ..

詩 2017 2017.11.09

첫눈과 끝 장미/배 중진

첫눈과 끝 장미/배 중진 장미는 첫눈이 내릴 줄 몰랐다 어제와 똑같은 날씨라 요염한 모습이었는데 간밤에 기습적으로 쏟아진 눈이 얇디얇은 꽃잎을 움츠리게 했고 파랗게 질리도록 했으며 숨을 곳을 찾다가 첫사랑에 몸을 내던졌고 둘은 엉겨 붙은 채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밤낮이 흘렀으며 무어라 말을 하는 사람들도 없었기에 행복하다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 첫눈은 시름시름 증발했고 장미도 아름다움을 감췄으며 가을은 쫓겨서 갔고 겨울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첫눈을 쏙 빼닮은 눈이 많이도 내렸다 강아지님 ☆ 日 暮 途 遠 ( 해 일/ 저물 모/ 길 도/ 멀 원 )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 몸은 쇠약한데 뜻은 커 앞으로 할 일이 까마득하게 많다. 우리에게 여유와 부드러움이 없다면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킵니다 ​곡선만이 ..

詩 2017 2017.11.09

작은 약속/배 중진

작은 약속/배 중진 인연에 따라 가족이 되고 친구를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을 하고 이별도 맛보고 그러기를 60년이 넘게 했어도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그리움 만족하지 못하는 우매함으로 웃으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삶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일까 가지고 있는 것도 풍족하건만 돌아서면 허무함이 스치니 보낼 것은 보내고 더는 생각을 말자 내 것이라 여기지 말자 넓은 초원에 바람이 일지 않는 것이 정상이더냐 먼지가 일어남을 걱정하느냐 어제가 찾아왔다가 미련을 남기고 사라졌고 오늘을 열심히 살지만, 후회 또한 없지 않을 테고 내일은 희망이 가득 찬 날이 되리라 생각하며 살자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인간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저렇게 아름다운 생태계를 볼 수도 있으니 우리가 잘 지켜서 보존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詩 2017 2017.11.07

안개/배 중진

안개/배 중진 밤은 점점 깊어가고 안개도 덩달아 짙어가는 늦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절호의 기회라 여기는 나쁜 사람이 있다 그러나 밤과 안개는 영원하지 않다는데 그들의 한계가 보인다 모든 것이 제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 악당들은 숨기 시작한다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떤다 안개와 밤이 그들을 대담하게 했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었고 소리 없이 움직였던 시간에 비해 긴 세월을 그들은 어둠 속에 살아야만 한다 파랑나비님 세상을 보는 지혜 210 기술의 핵심은 남이 알지 못하게 하라. 그대는 항상 남보다 뛰어나고 언제나 거장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기술을 전수할 때에도 기술을 부려야 하며 가르침과 베풂의 원천을 고갈시켜서는 안된다. 그래야 명망을 지키고 그대에 대한 다른 이들의 의존심을 유지할 수 있다. 남의 ..

詩 2017 2017.11.04

단풍 구경/배 중진

단풍 구경/배 중진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라 벼르고 별러 단풍 구경을 왔는데 유명한 곳은 뭉게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며 썰렁한 기운이고 매우 쌀쌀했으며 손이 시려 등산하고픈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는다 멀리서부터 달려오면서 호수의 면이 거울같이 잔잔하길 기대했으나 물결은 촐랑거려 정신까지 혼란스러웠으며 화려한 단풍을 구경하려고 입장료가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호수를 찾았는데 올해는 알록달록하지도 않고 동네에서 보았던 침침한 단풍과 별 차이가 없어 얼굴까지 하얗게 질렸다 그나마 큰 까마귀(raven)의 울음소리가 우렁찼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끼리끼리 엎치락뒤치락 장난치며 크게 원을 그리는 것이 보기 좋았고 팔락팔락 떨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숲이 무성하니 철새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마구 떠들며 나무에..

詩 2017 2017.11.02

시월이 남기고 떠난 것/배 중진

시월이 남기고 떠난 것/배 중진 길고 긴 시월의 마지막 하늘이 무척 낮고 대낮인데도 먹장구름으로 덮어 우락부락하게 짓쳐오다가 사나운 형상으로 빠르게도 뒤엉켜 질주하더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쏟아내 흥건히 찻길을 덮어 쏜살같이 달리는 차량이 영문도 모르는 행인에게 물벼락을 퍼붓는다 보는 사람이야 재밌다고 깔깔거릴 수도 있지만 뒤집어쓴 사람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심술궂은 가을비는 인간을 골탕 먹이려 작정했는지 인정사정없이 몰아쳐 왔고 바늘구멍이라도 있으면 뚫고 들어올 기세였으며 밤새 치열한 공방전 끝에 성난 빗물이 환희의 눈물이 되어 승전고를 똑똑 울린다 모든 격전은 끝났고 망연자실 천장을 보니 온통 하얀색이다 가을비는 해냈고 갈바람을 몰아쳐 닥치는 대로 아름다운 잎들 떨구면서 낄낄거리며 ..

詩 2017 2017.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