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 180

기다림/배 중진

기다림/배 중진 뜨거운 사랑이 식었나 점점 열기가 사라지고 으슬으슬 춥기까지 하네 모든 문제를 사랑의 힘으로 녹여 우리 사이 매우 끈끈했었는데 세월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이 알게 모르게 냉정한 이성이 자리 잡게 됐는지 알록달록한 모습이네 몸은 전과 같지 않지만 불과 같은 사랑을 했었고 식었다 해도 정은 남아 있지 않았나 싶어 요사이 밀고 당기고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 보려 노력했더니 반짝거림과 동시에 미지근함을 느꼈지만 기울어지는 대세를 막을 수는 없는지라 긴 겨울밤처럼 숨죽이고 있다가 봄날을 기다려 바짝 추스름과 동시에 우리 사이 변치 않는 사랑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겠다 ◇ 흐르는 물처럼 ◇ 인생은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과 같아서 이 순간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들도 언제까지나 우리 것일 ..

詩 2017 2017.10.01

바람같이 사라진 추억/배 중진

바람같이 사라진 추억/배 중진 오래전에 다녀왔다고는 하는데 도시의 윤곽을 잡을 수가 없고 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아 옛날 사진을 찾아 뚫어지게 바라보지만 전혀 종잡을 수가 없다 애지중지 모았던 적은 돈에서 듬뿍 꺼내 기분 좋게 썼고 아까운 시간을 모처럼 할애하여 진땀 흘려가며 추억을 만들었는데 불과 십여 년 전이었는데 감쪽같이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아침부터 기억을 더듬어 그곳을 방문했다는 흔적을 찾아보았으나 종일 헛수고였고 안타깝게 아쉬움만 남아 오늘 이 시간이 무척이나도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내일 어제를 생각하려면 또 많은 것을 잃을까 봐 두렵다 모든 것이 무섭게 사라진다 책임지지 못할 과거를 만들지 말아야겠는데 시간은 똑딱거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뚫어지게 바라보지만 뚫어지도록 바라보지만..

詩 2017 2017.09.30

허리케인이 남기고 떠난 것/배 중진

허리케인이 남기고 떠난 것/배 중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땀의 값어치를 알기에 나의 것도 소중하지만 남의 것도 아껴주는데 천금 같은 시간에 일은 하지 않고 빈둥빈둥 노는 놈팡이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용하여 남의 귀중한 것을 약탈하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그것도 모두 죽느냐 사느냐 정신이 하나 없을 때 그들은 남보다 약삭빠른지 지독하게 살아남아 자연재해가 초토화하듯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양심도 없는 건달들이 희희낙락 또 한차례 쓸고 지나갔다 운이 없어 죽은 사람도 있으며 바깥세상에서는 도와주지 못해 방송 매체를 보면서 안타깝게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도 있으나 어둠이 내리기도 전에 악한 자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닥치는 대로 상점으로 뛰어 들어가 아무도 없는 곳에 남아있는 모든 것들을 쓸어 담는다 순간은 사라지..

詩 2017 2017.09.29

가을에 핀 개나리/배 중진

가을에 핀 개나리/배 중진 가을에 개나리가 피었다 가는 세월 붙잡고 싶은 심정이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많지는 않지만 살짝 삐져나온 모습이 앙증맞기까지 하고 일찍이 보지 못한 잎을 보았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가끔은 잎과 꽃이 순서를 바꿔 나오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겠지 그렇다고 가망 없는 세상은 아닐 테고 더 잘못되기 전에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도 요즈음 덥기까지 한데 얼마나 늦게까지 우스운 세상을 즐기려는지 개똥벌래2017.09.27 09:03 배중진님 반갑습니다. 이곳은 아침부터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며 풍요로운 가을이 익어갑니다. 계절을 뛰어넘어핀 개나리, 비록 봄에핀 개나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앙증맞은 자태가 사랑스럽더군요. 잘보고 쉬어갑니다. 행복한하루 되십시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詩 2017 2017.09.26

향수/배 중진

향수/배 중진 꿀벌은 메밀꽃을 보고 달려들고 나그네는 잊었던 고향을 찾아 왔네 벌은 원하는 만큼 들고 가지만 고향 떠나 슬픈 자는 향수병만 짊어지고 가네 코를 킁킁거리며 애써 찾으려고 해도 사라진 옛날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데도 머나먼 땅에서 옛것만 스멀거리며 생각이 나 발버둥 치며 잡으려 해도 헛일임을 모를 리 없건만 그렇게라도 해야 아픈 가슴이 조금이나마 씻어지기에 가을만 되면 이산 저산 쏘다니며 흔적을 찾아보네 30년이 넘도록 향수/배 중진 꿀벌은 메밀꽃을 보고 달려들고 나그네는 잊었던 고향을 찾아 왔네 벌은 원하는 만큼 들고 가지만 고향 떠나 슬픈 자는 향수병만 짊어지고 가네 코를 킁킁거리며 애써 찾으려고 해도 사라진 옛날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데도 머나먼 땅에서 옛것만 스멀거리며 생각이 나 ..

詩 2017 2017.09.26

별 하나/배 중진

별 하나/배 중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꿈의 대화를 나눴을 뿌리와 뿌리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진 잎새 하나 어두웠기에 아무도 몰랐고 이제 갓 태어난 한가위 달도 까마득하게 알지 못했으리 별도 들어가 쉬어야 할 새벽 어둠을 헤치고 부엌으로 들어서 불을 켜니 아직 숨지 못한 영롱한 물방울이 가장 먼 곳에 달린 잎끝에 초롱초롱 매달렸다가 들켰다 많은 것 중에 찬란하게 빛나는 방울 하나 칼날로 콧속을 후벼 파는 추운 새벽 식구들 단잠 자는 시간에 홀로 깨어나 정화수 떠놓고 눈 덮인 장독대 앞에서 간절하게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눈물이 반짝거린듯하여 대롱대는 이파리 끝의 물방울을 닦아 주었다 어머니의 별이 어딘가에서 지켜주시는가 보다 뉴욕에서는 저렇게 많이 코스모스가 자라는 곳이 보이지 않더군요. 많은 행사가 있겠..

詩 2017 2017.09.23

코스모스/배 중진

코스모스/배 중진 따스한 날에 몸도 불편하신 분이 지팡이를 짚고 동네로 들어서는 어귀에 코스모스 씨를 뿌리시고 보슬비가 땅을 적시던 날 신작로를 따라 모종을 간신히 마치셨는데 감사라도 하는 것일까 무럭무럭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자라나 오가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방긋방긋 미소짓네 해바라기처럼 멀리까지 흐뭇하게 따라가네 코스모스를 생각했던 것은 가을에 사랑하는 임이 멀리 떠났기도 하지만 꽃 사랑하길 해맑은 소녀인 양 순수했고 순정을 다 바쳐 가꾸기도 하다가 꽃으로 포근하게 싸여 떠메어가지 않았던가 푸른 하늘을 보며 하늘거리고 잊었던 사랑인 듯 살랑거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도 옷깃 여미지 않고 오랫동안 서성이네 허무함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용서받지 못할 아들인데 뒤늦게 뉘우치니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돈이 원수지..

詩 2017 2017.09.14

악몽은 되살아나고/배 중진

악몽은 되살아나고/배 중진 9/11/2001 날씨를 잊을 수 없도록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덥다가도 그날만은 시원했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으며 마치 오늘 같은 날씨였다 길고도 긴 아픔의 16년이 지났건만 테러리스트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어 생각할 때마다 분노가 하늘을 찌르며 비루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린다 아무런 죄가 없는 선량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해행위 그것도 비행기를 이용한 가공할 만행이 모골을 송연하게 했는데 1941년 더 악독하고 잔인한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진주만을 공격했지만 주민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지는 않았잖는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도달했는지 종교는 무엇이고 다르다는 이유로 씨를 말리려고 하니 세상이 두렵다 가을 하늘 맑고 높기만 하여도 근심과 두려움은 가실 줄 모르고..

詩 2017 2017.09.12

늦사랑 찾아/배 중진

늦사랑 찾아/배 중진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니 가지 말라는 간곡하고도 처절한 울부짖음 속에서도 자꾸 울컥거리는 미련 더 늦기 전에 하얀 눈이 내려 발자취가 남기 전 차라리 낙엽을 밟고 떠나는 것이 그대를 위한 마지막 사랑인 것 같아 붉으락푸르락 산천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어디론가 쏠려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가을 휑하니 떠나리 갈바람처럼 떨궈진 낙엽과 함께 씨밀레 ( 김건수2017.09.10 09:13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사람은 삶을 사랑합니다. 타인의 삶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배어있는 내외적 인격을 잘 정리하여 행동에 앞서 준비가 철저하며 화해와 이해를 잘합니다. ~~~~~~~~~~~~~~~~~~~ 날씨가 좋은 주일 가족과 함께 해피하게 보내시기 바람니다 ,, 죽은 고목에 삶을 불어 ..

詩 2017 2017.09.09

불같은 증오/배 중진

불같은 증오/배 중진 그의 운명은 일찌감치 정해지지 않았을까 어린아이가 뜨거운 불맛을 보았을 때 장난하다 아니면 실수로 불에 탄 자국은 불행하게도 영원했고 흉한 상처를 보듬으려 남보다 열성을 다해 노력했건만 이성을 알아가면서 흉터는 보기 역겨운 꼴로 나타나 사랑한다고 했던 사람도 어마 뜨거라 떠나니 좌절감으로 되살아나 증오로 불타오르고 배반한 사랑이 남과 함께 사랑의 불꽃을 태우는 것을 시기 질투하여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하길 수차례 하다가 급기야는 총기를 발사하여 엉뚱한 사람에게 아픔을 건네고 감옥살이한 후 죄를 뉘우친 줄 알았더니 꺼진 불이 되살아나듯 보는 것마다 복수의 살기로 이글이글 배운 것을 최대한도로 되살려 연구 대상인 생쥐에게 주입하는 암의 세포를 인간이 마시는 주스에 섞은 후 죽도록 ..

詩 2017 2017.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