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 180

기가 막혀서/배 중진

기가 막혀서/배 중진 마지막 그랜드 슬램 테니스 대회가 뉴욕시에서 한참이다 평소 잘 알던 젊은이도 있어 응원을 할라치면 제멋대로 라켓을 휘둘러 답답함과 안타까움으로 숨이 넘어갈 지경이라 채널을 돌려본다 짐짓 모른 체하고 엉뚱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그래도 궁금하여 중계하던 방송국으로 돌아가면 신기하게도 소원하는 녀석이 앞서나가고 있다가도 어떻게 성원하는 것을 알았는지 또 지랄이다 나, 다시는 그자의 경기를 보지 않으리 시원한 계절에 다시 뜨겁고 지독한 여름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열 받을 일이 없다 누군가 열심히 하여 당연히 우승하는 선수가 나오겠지만 꼭,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괜찮다 최선을 다하는 인간에게 영광 있으리라 최선을 다하는 인간에게 영광이 있으리라 최선을 다하는 인간에게 영광 있으리라 ..

詩 2017 2017.09.07

보름달을 보며/배 중진

보름달을 보며/배 중진 우리 사이 달 같은 사이 까맣게 검은 모습이었다가도 차츰 미소를 찾아가기도 하고 활짝 핀 모습이었다가도 슬며시 보이지 않는 사랑 보이지 않을 땐 마음이 어둡고 보일 땐 세상이 떠받치는 줄 알고 우쭐거리길 한동안 멀어져 가는 마음 잡을 수 없어 안타깝고 가까이 다가올 땐 손꼽아 기다리길 며칠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 달이 원래의 달로 보이다가도 생각지도 않게 가까이 다가와 밝게 비추자 흠칫 놀라는 표정뿐이요 전과 같지 않으니 아픔이 얼마나 컸었던가 예전의 둥근달이 한없이 그리워라 모든 것이 바스락거리는 찬바람 부는 계절엔 어제는 저녁 먹으러 나가다가 둥그렇고 노란 달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답니다. 언제는 달의 생성에 민감하여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도 있었는데 저토록 크게 떠가는 ..

詩 2017 2017.09.06

공생/배 중진

공생/배 중진 불쌍한 멧돼지 표범한테 숨통을 물려 발버둥을 치며 괴성을 지르지만 산천초목만 떨 뿐 달리 방도가 없는데 낄낄거리며 어슬렁어슬렁 하이에나가 다가오더니 표범한테 달려들어 빼앗는 것이 아니라 뒤쪽을 물어뜯어 가뜩이나 정신이 몽롱한데 갈가리 찢어지는 아픔을 더 하니 자연계의 잔인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희생이 있어야 살아가는 동물이 있는 세계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표범은 상대가 상대인지라 먹을 만치 먹게끔 허용하고 적당히 눈치를 보아 남은 먹이를 물고 벼락같이 나무를 기어오른다 단독으로 제물을 잡을 수도 있지만 가끔은 엉뚱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운 만큼 양보하는 것도 살아가는 한 방편임을 알고 있기에 죽기 살기로 먹이를 놓고 기쓰고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 하루 배부르면 그것으로 끝이요 과한 ..

詩 2017 2017.08.29

인면수심/배 중진

인면수심/배 중진 막 돼먹은 악마가 가명과 허위주소를 이용하여 불법으로 총까지 사들이곤 야밤에 외진 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젊은이들에게 접근하여 총기로 위협 홀딱 벗겨놓고 여자를 겁탈하고 차량을 강탈하여 무법으로 몰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다 미친 듯이 날뛰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자 교수형으로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가타부타 말도 없이 냉혹하게 두 명의 경찰을 사살하고 증발해버렸다 버리고 도주한 차량에서 지문이 발견되고 억울하게 죽어가는 경찰은 와중에도 반격하여 살인자의 어깨에 상처를 입혔어도 반세기 동안 수사당국은 이를 잡듯 전국을 샅샅이 뒤졌으나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는데 전산화된 지문의 해독으로 숨겨진 악마의 발톱이 드러났으며 변치 않은 필적감정이 도움이 됐고 어깨의 상처는 원통하게 죽은 자의 마지막 절규의 흔..

詩 2017 2017.08.20

늦여름/배 중진

늦여름/배 중진 시원한 매미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매일 불평을 하여 찌면서 짜증 나기만 했던 긴 여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런 계절도 있었던가 알게 모르게 종말로 치달리듯 점점 오염이 심각한 상태인가 별별 생각을 하면서도 그리워 눈물짓던 늦여름 귀뚜라미 소리까지 귀를 잡아끌어 거의 절망적인 상태라 바라지도 않았는데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 힘찬 소리 그들이 돌아왔음을 감쪽같이도 몰랐네 열심히 사랑하느라 노랫소리 들려줄 여유조차 없었던가 반갑다 매우 반갑다 허무함을 메꿔준 너희들에게 감사하고 생생한 삶이 진행되고 있어 나 자신 부러운 것이 없어 고맙다 ★삶과 사랑은 이해하는 것★ 아무도 삶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하지만 누구나 삶을 이해 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며 성숙해 ..

詩 2017 2017.08.17

엉뚱한 생각/배 중진

엉뚱한 생각/배 중진 인간이 동물 되어 마음껏 뛰놀던 시절이 있었다면 어느 악몽의 순간 식물인간 되어 남의 도움이 없으면 꼼짝달싹할 수도 없는 경지에 도달하여 눈을 감고 내몰리는 수밖에 없는데 자식이나 친척이면 얼마나 좋으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고 움직일 수 없는 신세로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면 슬픔뿐이리 세상이 저주스러우리 존재가 부담스러우리 모질게도 끝이 보이지 않는 문턱 문턱을 잘 넘는 이가 생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윤정님 오늘의 명언 근면한 자에겐 모든 것이 쉽고, 나태한 자에겐 모든 것이 어렵다. – 벤자민 프랭클린 – 우리 마음이 지쳐 있을때 ★ 서로 마음 든든한 사람이 되고 때때로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하여 속마음 마저 막막할때 우리 서로 위안이..

詩 2017 2017.08.15

추억/배 중진

추억/배 중진 방과 후 모두 떠난 교실의 맨 뒷줄 창가 구석에 중학교 2학년생의 한 아이가 엎드려 훌쩍이고 있다 상업 선생님과 단식부기와 복식부기의 차이를 울먹이며 따지다가 점수가 엉망이 된 후였기도 했지만 전교 일 등으로 상금 500원을 받은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인데 졸지에 반에서 23등 하는 성적표를 받았기도 하다 교실 점검하시는 선생님에게 발각되어 담임선생님 앞에 조용하게 끌려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측은지심에 점수를 고쳐주신다 상업과목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를 알지 못하고 옛 방식을 고집하다 당한 것이다 49년 전 잊지 못할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며 귀여운 녀석이었다고 미소를 띠지만 지금 가진 재산을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민감하여야 한다 또다시 울먹이지 않으려면 ..

詩 2017 2017.08.13

인간쓰레기/배 중진

인간쓰레기/배 중진 늦여름이지만 시원한 기분이 들었고 바람도 땀을 식혀주는 거리 나무 그늘이 길게 늘어선 조용한 곳에서 건강을 위해서 한 시간 정도 산보한다는 것은 긴 하루의 여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부분 흥얼거리며 사람 만나면 입가에 미소 띠어 인사하고 강아지와 마주치면 먼저 가도록 피해 주면서 배려하고 새가 앉아 있으면 못 본체 지나가고 토끼를 만나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데 인간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길을 막는다 악취까지는 나지 않지만 명랑했던 기분이 싹 가시며 어떤 인간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들이 기웃거리며 인간이 한 짓거리를 본받으려고 모여들었다 욕망을 배우지 말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터득했으면 하늘은 푸르고 까마득히 높으며 무한대로 넓어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

詩 2017 2017.08.13

내 사랑은 어디에/배 중진

내 사랑은 어디에/배 중진 밀어보다 먼저 연애편지를 쓰기 시작하다가 만나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헤어져 돌아가는 모습이 싫어 촌음을 아껴 같이 하고 싶은 마음으로 결혼까지 했는데 짧디짧은 6주 만에 남편은 전장으로 훌쩍 떠나고 남기고 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언제나 다시 만날까 넓은 하늘을 우러러보길 68년 귀신같이 사라진 남편은 아무런 흔적도 없다 꿈일까 생시일까 남도 아니고 그렇게 믿었던 사랑이 증발했다 최소한도 무슨 말은 있어야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아니었는지 전장으로 끌고 간 관계 당국에 물어도 MIA, Missing in Action KIA, Killed in Action 무책임하게 허무한 대답만 돌아오고 생때같은 남편이 사라지다니 앞으로 혼자 어찌 살아갈 것인가 그래도 산 사람은 수단과..

詩 2017 2017.08.12

여름날/배 중진

여름날/배 중진 결코 젊어 보이는 남녀가 아닌데 태양이 작열하는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아직 여름이지만 올해는 숨넘어갈 정도의 날씨는 극히 드물었고 여자의 빨간 옷차림에서도 덥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다 보이는 정경이요 창문을 열어도 시원한 아침나절이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어도 나뭇가지는 조용히 흔들리나 매미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뭔가 빠진듯한 서운함이 드는 여름날 이렇게 여름이 지나갔으면 싶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결코 젊어 보이는 남녀가 아닌데 태양이 작열하는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아직도 하는 것일까 2017.08.11 04:35 습도가 낮다고 하여 나갔더니 여전히 땀이 흐르더군요. 그러나 밤에는 이불을 덮고 잘 정도랍니다. 시원한 시간이 되시..

詩 2017 201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