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 180

앵두/배 중진

앵두/배 중진 초등학교 1학년 때 심심해서 친구 집에 갔더니 우물가에 앵두나무가 있더군요 빨간 알이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지만 따먹으라는 말 한마디 없어 어찌나 서운하던지요 그래서인지 99점이 100점보다 더 좋다고 했더니 이상한 애 처음 봤다고 친구의 누나가 그러더군요 아마도 새콤달콤한 맛이 생각나 하나 얻어먹으려고 99점을 들먹거렸는지도 모르지요 그때가 6월이었던가 봅니다 덥기에 헛소리도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지요 조금 후에 그 누나가 막 찐 포슬포슬한 감자를 설탕에 약간 묻혀 내왔는데 그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 사라져도 모를 정도였지요 그래서 앵두 하나 따먹고 만족스럽게 그 집 쪽대문을 빠져나왔던 추억이지요 지금은 남의 텃밭으로 변했지만 앵두와 같이 생생합니다 ★작은 베품이 큰기..

詩 2017 2017.06.18

오래간만에 새겨보는 이름들/배 중진

오래간만에 새겨보는 이름들/배 중진 33년 동안 미국에서 살면서 안되는 발음으로 그나마 있는 친구를 괴롭힐 마음이 없고 그 누구에게 자랑하려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지도 않았으며 엉뚱한 상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존재를 알릴 이유가 없고 열심히 생활하면서 한눈팔고 싶지도 않고 한정된 시간 촌음이 아깝고 무엇보다도 건강에 해로운 짓은 행하길 꺼리는 법칙을 고수하느라 궁금해도 참으면 되지 싶고 어렵게 사는 모습 구태여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으며 남에게 변한 세월 보여주기 두려워 꼭 필요한 대화를 제외하곤 국내외적으로 연락하지 않던 무척이나도 조용했던 시간 나라고 왜 고국을 그리워하지 않겠고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원까지 쌓아온 우정을 감히 떨치며 유사시 죽음을 같이하기로 혈맹을 맺은 친구를 어찌 잊을 소냐 말만 듣던..

詩 2017 2017.06.16

이웃사촌/배 중진

이웃사촌/배 중진 낯설고 물맛이 살짝 다른 곳에 이사를 온 이종사촌 한국 같으면 이사 잘했느냐고 물었을라나 말이 틀리고 생각이 전혀 다른 외국 사람들 새로운 이웃이 생겨 좋다고 반기며 도와줄 일이 없는지 귀찮을 정도로 묻는다 웃음 띠며 연신 감사하다 굽신거리니 통하는 것이 없는 곳에서도 잘도 통하고 불편하면서도 척이 지지 않아 눈만 마주치면 어느새 무슨 생각하는지 알기에 굳이 말이 필요 없지만 차원 높은 대화를 위하여 오늘도 안되는 발음이지만 손짓 발짓 다 동원하여 이웃과 동화하려고 애를 쓰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은 법이고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벌써 좋은 이웃사촌 물었으려나 현재 어절의 어미는 사투리입니다. 불필요하게 받침이나 음절을 더한다든지 변형한다든지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詩 2017 2017.06.15

눈높이/배 중진

눈높이/배 중진 동물원에 가서 안팎을 구분하고 자유를 속박하는 경계인 담장을 자꾸 올라가고 칭얼대고 조르다 못해 소리 지르고 울부짖는 철부지 아이가 있다면 밖에서 자유롭게 모이를 쪼는 공작의 긴 꼬리를 잡으려고 쫓아다니는 녀석이 있어 저를 어쩌면 좋은가 망설이며 남의 아이라 탓하지도 못하고 꿍하고 있었는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는 볼 수가 없다고 하여 그때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다리를 굽혀 아이의 눈높이에서 울 안의 동물을 보려 했더니 정말 보이지 않아 몸을 굽혀 안아 올려주면서 그들의 불평불만을 다소나마 이해하게 되었는데 같이 똑같은 것을 바라본다고 해서 그도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으며 아이는 보는 것이 한정되어 있지만 어른의 무감각을 무한정 일깨워주기도 하는 ..

詩 2017 2017.06.12

무슨 도움이 될는지/배 중진

무슨 도움이 될는지/배 중진 갑자기 질식시키려는 듯 태양은 작열하고 바람도 꼼짝하지 않는 날 말로만 듣던 사람이 눈앞에 떡 나타났다 생전 보지도 못했지만 서로를 확인하고 나란히 앞만 바라보고 가시밭길 헤쳐나가는데 나에겐 익숙한 길이었지만 그에게는 초행이었고 함정이 어느 곳에 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남이 가니 따라오는데 아는 사람이 더욱 불안해한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그는 아직 젊고 정열을 지녔으며 부양할 가족이 있어 책임감이 막중하다 태양을 가려줄 수는 없지만 그늘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기에 조심스레 안내하며 따라올 수 있도록 가다 쉬기도 한다 생면부지 낯선 곳이지만 인간이 사는 곳이기도 하여 어떻게든 차츰 적응해 나아가겠지만 아는 사람도 다시 시작하라면 주저하는 길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더군..

詩 2017 2017.06.12

기구한 삶은 이어지고/배 중진

기구한 삶은 이어지고/배 중진 땅에 떨어진 mockingbird 때문에 잠을 잤어도 잔 것 같지 않아 개운치가 않은 하루였지만 등짝을 때린 어미 새를 찾아 나무 그늘 쪽으로 갔더니 어제의 새가 따가운 눈초리로 흘겨보고 있었으며 근처 언저리에서는 기적같이 살고자 하는 가느다란 외침이 있었는데 역시나 어미는 표독스런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와 큰 덩치가 두렵지도 않은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빠르게 공격해 왔으며 매우 도전적이었다 새끼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라도 들은 것에 안도감이 들어 얼른 자리를 피해 더는 위압감을 주지 않으니 우리 사이 언제나 그렇듯 평화의 바람이 살랑거리며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늦은 봄을 즐기게 되겠지 깨끗하게 씻겨나간 거대한 바위를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고 그곳을 ..

詩 2017 2017.06.10

엄마는 어디 갔나/배 중진

엄마는 어디 갔나/배 중진 장미는 활짝 피었지만 좀 추운가 잎이 오그라들었고 모란은 지저분한 모습이었으며 붓꽃도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어 애매한 시간 하늘도 우중충하니 밝은 표정은 아닌데 갑자기 꽃 속에서 새끼 토깽이 더듬거리며 나와 누가 가르쳐 줬는지는 모르되 풀숲에서 열심히 고픈 배를 채우고 있는데 큰 눈과 길쭉한 귀는 연신 움직이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동생이나 누나는 보이지 않았고 엄마와 아빠도 없이 혼자서 오물거린다 가끔 엉금엉금 기면서 어두운 모습이다 무슨 사정이 있을까 숨어서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리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산내음님 나는 나를 사랑 합니다. -혜민스님- 부족한 '나'라고 해도 내가 나를 사랑해주세요. 이 세상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분투하는 내가 때때로 가엽지 않은가요? 친..

詩 2017 2017.06.10

급하긴/배 중진

급하긴/배 중진 오늘따라 mockingbird가 많이 보였고 더운지 아니면 위협하는지는 모르지만 날개를 폈다 접었다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보기 좋아 길을 가다가 멈췄는데 낮은 높이에서 다른 한 마리가 가지에서 가지로 날아가면서 위급함을 알린다 뭣도 모르고 더 가까이 가서 사진으로 남기려고 했더니 제법이나 위세를 부려 알았다며 그 자리를 떠나려다 어미의 몸짓이 수상하여 작은 목소리가 나는 곳을 더듬거리며 찾아보니 나뭇가지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잔디 위를 살피니 눈도 뜨지 못한 새끼가 짹짹거린다 날고 싶었던 모양이지 무척이나도 나는 것이 부러워 보이지 않으면서도 기어 나왔던 것이겠지 그리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고 벌써 밟혀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으며 ..

詩 2017 2017.06.08

나이아가라 폭포의 아침/배 중진

나이아가라 폭포의 아침/배 중진 우리는 지친 몸을 잠을 통해서 깨끗하게 풀었지만 나이아가라 폭포는 천둥소리를 내면서 지축을 끊임없이 진동시키며 그렇게도 쏟아졌건만 지치지도 않는지 잠을 청하지도 않고 새벽이 되었는데도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지 못했지 싶더군요 우리는 하루를 힘차게 여행하려고 나갔고 나이아가라 물줄기는 아침에 다소곳한듯하지만 영겁을 흘러왔듯 거칠 것이 없는 하루를 또 보내겠지요 풀지 못할 일을 풀어보려는 듯 한국인2017.06.07 15:19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워주는 단비가 촉촉히 내렸습니다. 좀 좍좍 내렸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입니다. 며칠 후에 비가 또 온다니 기대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건강한 여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즐겁게 머물다 갑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꼭 가보고 싶은 곳..

詩 2017 2017.06.07

좋아한다면/배 중진

좋아한다면/배 중진 잊었나 벌써 잊었나 그렇게 좋아했던 나를 벌써 잊다니 보고서도 누군지를 모르고 습관적으로 살짝 미소만 건네주니 그대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가 섭섭하지만 그래도 임이 앞에 있어 반갑고 우연한 만남에 무엇보다 행복하면서도 가물가물하는 기억을 어찌하오리까 좀 더 다가가 말을 붙이니 그제야 아련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관계를 맺어갈 수 있었는데 좋아한다면 자존심 팽개치고 먼저 인사하고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어도 슬픔을 안고 멀어져 가지는 말자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고 못 잊을 사랑 심어주지 못했던 첫인상이었어도 좋다 지금부터 사랑하면 되니까 씨밀레님 우리의 생각은 씨앗과 같아서 그 종류에 따라서 싹이 나고 꽃이 피어납니다. 연꽃 씨앗을 심고 잘 돌보면,..

詩 2017 201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