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기다리는 것/배중진

배중진 2011. 12. 21. 07:36

기다리는 것/배중진

이제 고향으로 가는 길을 조금은 알 것 같고
걱정거리 이외는 따스하게 기다려 주는 분도 계시지 않는데
가야 하는 고향이 있고 집이 있기에 눈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모시는데
내리자마자 민감한 코를 자극하는 똥재냄새라니

도대체 이것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온 동네에 퍼지는가
그 누구한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쓰레기 소각이 여의치 않아 늦은 밤에도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농촌의 현실에 이제까지 편하게 마음대로 버렸던 도시 사람

수도관을 점검하고 부엌의 이곳저곳을 확인하고
봐주시는 이웃의 연로하신 아저씨께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를 선물했으며
자상하게도 수도관을 얼지 않도록 덮어 놓으시기까지 하시는 배려와
서로 몸이 불편하셔도 진정으로 내 몸같이 돌봐주시는 훈훈한 인심

처음에는 보지 못했는데 무언가 달라 보이는 화장실
자세하게 살펴보니 선인장이 예기치도 않았는데 아름다움을 과시하네
처음 보는 꽃으로 누가 볼세라 피었다가 부끄럽게도 들켰는데
오므라들까 봐 기다리던 숭고한 마음 변할까 봐 가슴에 담아보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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