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병원에서 주말을/배중진

배중진 2011. 12. 19. 09:09

병원에서 주말을/배중진


달도 없고 닭소리도 나지 않고 개 짖는 소리도 없는 곳
인간들의 앓는 소리만 들려 서로 잠 못 이루게 하는 곳
인간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이곳을 떠나고 싶어
춥고 타는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자연의 속으로 가고 싶어

 

많은 식구가 오지 말라고 했어도 인천, 춘천에서
추위를 무릅쓰고 달려왔으며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같이들 맛은 없어도 식사하며 웃고 시름을 달래고 수술이 잘됐다고
언제 근심과 걱정을 했었느냐고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졌으며

 

일부는 이 근처에서 자고 내일 다시 오겠다며 떠나갔고
일주일 만에 다시들 모여 집안일을 상의하게 되니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많은 희생을 감수하는 친척들이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 가족관계가 아닐는지

 

내일 떠나기로 했던 산행이 물거품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고
역시나 저녁을 같이하기로 한 친구들과의 모임도 부서졌고
알 수는 없으나 전화를 했었던 사람들과의 연락이 끊기고
가장 춥다는 한파 또한 우리를 괴롭히지는 못하고 떠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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