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가기 싫은 달/배중진

배중진 2011. 12. 21. 07:41

가기 싫은 달/배중진


새벽 3시에 달을 보니 붉은 모습이
아버지 눈 수술 후의 모습같이 빨갛게 보이고
2시간마다 일어나서 한 방울씩 안약 넣어 드리는데
예전의 빚을 갚는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동쪽에서 늦게 나타나 간신히 걸려 있고
아침 7시이지만 머리 위에 서성이고 있으니
따스한 해를 기다리는 지 홀로 가기 싫은지
길쭉하고 핼쑥한 모습으로 힘드시는지


별들이 많이 보였던 새벽이었지만
아침엔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고 있었고
모든 것들을 얼게 하였으며
이지러지는 달만큼이나 날카롭게 파고드네


시간에 떠밀려 어렵게 가고 있지만
또다시 차오르는 우리의 달과는 달리
우리네 인생은 가고 없어지지만 궁색하게
부활과 윤회라는 말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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