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내가 원하는 것/배중진

배중진 2011. 12. 22. 18:41

내가 원하는 것/배중진

골목으로 몰아치며 살을 에는 바람에
마지막 남은 감나무 이파리는 사각거리고
향나무도 견디기 어려운지 우는소리를 내며
많지는 않지만 잔디 위에 눈도 쌓였다네

흰 구름은 여러 형태로 무심하게 흐르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전투기들도 하늘을 가르고
헬리콥터들도 육중한 소리를 내며 훈련 중이었으며
까치들은 어제 찾아온 무밭에 넘실거리며 내려앉는다

분명히 성탄절이 찾아오는데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지 않고
미국을 벗어나 맞이하는 첫 번째이기에 낯설고
자동차 없이 움직이려니 엄동설한 엄두도 나지 않아
조용히 신문보고 책 읽으면서 선물 없이 보내는데

모든 것 참고 이해하며 어수선하게 넘어간다 해도
같이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즐길 수 있는 사람 하나
농촌집이 너무 크고 위풍이 세어 다리를 움츠리고 자지마는
언제나 넉넉하고 따스한 그대 품만 있으면 모든 고통 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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