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농촌인심/배중진

배중진 2011. 12. 24. 16:24

농촌인심/배중진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으며
주무시는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안약을 넣어 드리고
발이 시렸지만 얼마나 내렸는지 확인하곤 다시 잠자리로 들어갔으며
새벽에 득득 거리는 소리가 들려 이웃집에서 눈을 치우는 줄 알았는데

문을 따고 나가보니 어! 대문까지 그 누군가 깨끗하게 쓸어놓고 가셨다
40년 역사의 이 집에서 눈을 치워 본 경험이 없어 어디로 모아 놓아야 하는지
가친께 여쭈어 보고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놓친 것이다
그분은 계속해서 어르신들이 가시는 경로당까지 다 치워 놓으셨고

죄송하게도 첫눈을 사진기에 담느라 산으로 올라가서 들어보니
이곳에서 미는 소리가 들리고 저곳에서도 치우는 소리가 들려
민망하기 짝이 없었으나 미국으로 곧 가야 하는 몸이라
계속해서 여러 설경을 찍고 또 찍고 고향을 송두리째 담았으며

하산하는 즉시 넉가래를 들고서 나가 몇 군데 눈을 치웠으며
싸리비로 뒷마무리하고 나니 그나마 미안한 감이 가셨는데
미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눈을 치워주는 사람들이 없어 신기했고
아직도 한국의 농촌인심은 이웃을 흐뭇하게 배려하는 사랑의 발로였다
백목련2011.12.24 16:41 

방긋^^

제이님의 고향집에 하얀 눈이 내렸네요
사진 모두 고아요
포근하고 기쁜 성탄절 보내시고
밝은 새해 맞이하세요 ^^

 

고란초2011.12.26 17:04 

제이님, 농촌의 설경을 멋지게 담으셨네요.
도시는 인심이 박해도 농촌은 아직도 후한 편입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면 옆집에 사는 사람도 모를 정도니 그만큼 유대관계가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이에 비하면 농촌은 서로 유대관계가 끈끈하여 서로 돕고 사는 것 같습니다.
제이님, 크리스마스는 즐겁게 잘 보내셨는지요?
눈까지 저리 내려 기쁨이 더 했을 것 같습니다만...ㅎ
제이님, 항상 건강하시고 늘 행복한 날만 되시길 비옵니다.

 

2011.12.27 22:43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의외로 짧아 체험하신 분의 고충이 잘 전달되지 않았지 싶은 것이 제 사견입니다.ㅎㅎ
멋진 연말연시가 되시기 바랍니다. 매우 춥습니다. 아파트가 아니라서 농촌의 위풍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고 힘찬 새해 맞이하시길 빌겠습니다.

 

2011.12.27 22:44

의대생의 체험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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