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wood Gardens 33

새봄엔/배 중진

새봄엔/배 중진 차가운 계절과 함께 모든 것은 사라지고 쓸쓸한 기억만이 남았지만 저 깊은 땅속에서 스멀거리는 봄기운은 죽은 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마법 같은 것 떠나간 사랑도 기사회생시키는 요술 같은 것 새봄엔 못 이기는 척 그 마술에 걸려 외로움과 그리움을 떨쳐보기로 한다 제 가친은 한쪽 눈이 보이시지 않는데도 지금도 손 떨림이 없이 즐겨 서예 활동을 하시더군요. 한 번은 글자가 느끼기 힘들 정도로 일직선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무리 노력해도 이젠 그리된다고 하시지만 아들 중에, 동네에서 그렇게 쓰시는 분은 아무도 없답니다. 자랑스럽게 음식점에도 헌정하시고 마을 간판이니 선친의 비석에도 글씨가 남아있고 마을 입구에 세운 마을 이름도 건재하답니다. 멋진 작품을 잘 감상했으며 간혹 너무 기교를 부린 ..

詩 2016 2016.03.08

단풍이 지고 나니/배 중진

단풍이 지고 나니/배 중진 무슨 힘이 있었을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름다운 단풍을 찾아 정신없이 헤매도 멀쩡했었는데 차츰 기운이 떨어지더니 단풍도 시름시름 떨어지고 싸늘한 느낌이 들더니 나무도 앙상함을 들어내고 마지막 이파리가 긴 여운을 남기고 창가에 떨어지던 날부터 두문불출 침대에 누워 기침하기 시작했고 떨어진 잎처럼 수도 없이 가래를 뱉어내며 눈물 아닌 눈물을 글썽이고 눈은 충혈되어 꼴이 말이 아니고 가슴은 쥐어짜듯 아파 움켜쥐고 안간힘을 쓰며 시퍼런 것을 뱉고 또 뱉고 목구멍은 쓰라리다 못해 머리까지 띵하고 목소리는 애초부터 쉬더니 나오지도 않더라 목을 통해 모든 것이 쏟아지고 목을 젖히면 까칠함과 동시에 기침하고 졸려도 잠을 잘 수도 없었고 깜깜한 밤은 샐 줄 몰랐으며 끊임없는 기침은 이웃까지 잠 ..

詩 2013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