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앵무새의 유혹/배 중진

앵무새의 유혹/배 중진 앵무새가 있는 줄도 몰랐고 앵무새가 말을 걸을 줄이야 몇 살이냐 물으니 대답이 없으며 6라고 주인이 대답하니 그때서야 six 그 소리를 듣고서 길을 가던 사람들이 멈췄고 금세 구름떼같이 몰려들어선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고 이름을 묻는 둥 관심이 높았으며 처음에는 낯설어 피하더니 떼굴떼굴 눈알을 돌리다가 화려한 날개를 펼치며 눈웃음을 치면서 유혹하니 그 모습에 다들 환호하면서 더위도 잊고 별소릴 다 하나 더 이상의 흉내는 없었으며 주인도 신이 났던지 먹이를 주니까 살살 돌려가며 떼어먹기도 하고 흘리는 부스러기도 많았으나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유혹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절로 빼앗겼네 앵무새의 유혹/배 중진 앵무새가 있는 줄도 몰랐고 앵무새가 말을 걸을 줄이야 몇 살이냐 물으니 ..

詩 2013 2013.08.12

해바라기/배 중진

해바라기/배 중진 알게 모르게 담장 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끗거리며 바라보는데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좀 먼 거리 기회를 엿보다가 고개 숙인 해바라기를 보고 왜 해님을 따라가지 않는지 묻고 싶은 마음 간절하여 대답을 들으려 다가갔더니 그렇게 여름 내내 했지만 이젠 너무 세월이 흘러 무거움으로 고개 돌릴 수도 없다네 그 심정 왜 모르겠는가마는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머지않아 이빨이 다 빠져나가 몰골이 말이 아닐 텐데, 어떡하나 알게 모르게 담장 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끗거리며 바라보는데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좀 먼 거리 기회를 엿보다가 고개 숙인 해바라기를 보고 왜 해님을 따라가지 않는지 묻고 싶은 마음 간절하여 대답을 들으려 다가갔더니 그렇게 여름 내내 했지..

詩 2013 2013.08.11

투쟁/배 중진

투쟁/배 중진 새벽의 어둠이 걷히면서 안개가 어둠을 대신하고 비마저 어둡게 만드는데 까마귀 어두운 단말마음 누군가 찾아와 괴롭히니 하루가 불행한 시작이요 사나운 매에겐 행운이라 부릅뜬 눈으로 주시하네 고요한 정적을 깨트리고 약자는 불만을 터트리나 강자는 말없이 노려보니 다 같이 힘 모아 투쟁하네 어쩔 수 없음을 알았는지 허공에 솟구쳐 사라지니 그 자리 차지한 까마귀들 승리의 목소리 드높이네 새끼는 계단 사이로 숨어 동정을 살피고 昔暗 조헌섭2013.08.10 09:56 중진님이 정성 들여 올려주신 고운 글 투쟁 즐겁게 잘 보았습니다. 정말 덥다 덥다 해도 이렇게 더운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앞산갔다 오는데 빗물인지 땀 물인지 온몸이 흠뻑 합니다. 연일 가마솥 더위에 지치고 힘든 나날이지만, 알알이 영글어..

詩 2013 2013.08.09

탈출하는 새색시/배 중진

탈출하는 새색시/배 중진 속사정이 있어도 알 수는 없지만서도 비장한 마음으로 담장에 앉았으리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지만서도 당사자보다 비통하지 않아 귓전으로만 듣네 볼썽사납게 신부 드레스를 입고 급기야는 과감하게 몸을 던져 부당하고 끈질겼던 인연을 끊고 홀가분한 모습이지만 어딘가 슬픔이 깃들여 있고 사뿐사뿐 걷는 모습에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으며 우아한 자태로 부르르 떨던 시절은 옛날이 되었네 명장/김선식2013.08.09 17:15 아름다운 글 그리고 공작새 한참을 봅니다 現山 류연숙2013.08.09 19:42 볼수록 너무나 아름다운 공작새 입니다 고운글 잘보고 갑니다 편한밤 되세요 라일락향기2013.09.16 18:01 두바이 왕궁에 있다는 그 공작새네요. 깃털이 환상적입니다..

詩 2013 2013.08.09

또 여름을 기다리며/배 중진

또 여름을 기다리며/배 중진 여름이 끝날 무렵에 여름을 또 기다리는 못난이는 날마다 자라나는 참외의 싹을 바라보며 여름이 가기 전에 더욱 빨리 자라서 남 못지않게 보란 듯이 노란 참외가 주렁주렁 열리길 학수고대하나 자연은 그렇게 호락호락 어리숙하지도 않았으며 결국은 깊은 상처만 입고 뿌리도 깊지 않아 피다만 노란 꽃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여야 했던 8월 말 남들이 땀 흘려 생산한 것 맛있게 사서 먹고 난 후 그 씨앗을 버리지 않고 심었으니 제대로 성장할 기회도 주지 않은 팔월은 덥거나 말거나 노란 참외를 기다리는 엉뚱한 아이의 희망이었지요 참외를 버리고 호박을 먹는다. 좋은 것을 버리고 나쁜 것을 가진다는 말. 착한 아내를 버리고 우둔한 첩을 좋아한다는 말. 참외를 버리고 호박을 먹을 수는 없지요. y..

詩 2013 2013.08.08

동물원/배 중진

동물원/배 중진 복잡한 것을 싫어해도 그런 곳에 모이는 이유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음이요 구태여 멀리 나가지 않아도 세상에 희귀한 것을 모아놓았기 때문이겠지 잡혀 온 동물들은 불만이고 고향이 생각나겠지만 두려워하여야 할 적이 없어 나름 편안한 느낌을 받지는 않겠는지 거기에다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자유의 박탈이겠지 먹기 위해서 사는 사람도 있고 살기 위해서 먹는 사람도 있으며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뭔가를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으니 불편하다 하여도 참아가며 휴일을 가족 위해 희생하는 것은 아닌지 자유를 외치며 마음대로 떠돌아다닌다면 부르짖는 사람은 어느 정도 얻을 수 있겠지만 엄격한 규율 속에서 이웃에게 피해 주지 말아야 하며 자유를 멋대로 해석하고 실행해서도 안..

詩 2013 2013.08.08

풋내기 서서 노 젓기/배 중진

풋내기 서서 노 젓기/배 중진 어쩐지 꾸부정하더니 위태스러운 모습이었고 파도가 조금 높으니 Stand-Up Paddle Board에서 안절부절못하다가 한눈파는 순간 손쓸 사이도 없이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는데 보는 사람이 비명을 질렀지만 당사자는 그 자체를 모르는듯하여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지 싶었고 아직 햇병아리이니 저렇게 시도하고 좌절도 하며 경험을 쌓다 보면 제법 빠른 속도로 언젠가는 거친 물결도 가르겠지만 지금은 잔잔한 수면이 아쉬울 테지 어쩐지 꾸부정하더니 위태스러운 모습이었고 파도가 조금 높으니 안절부절못하다가 한눈파는 순간 손쓸 사이도 없이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는데 보는 사람이 비명을 질렀지만 당사자는 그 자체를 모르는듯하여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지 싶었고 아직 햇병아리이니 저렇게 ..

詩 2013 2013.08.08

종소리/배 중진

종소리/배 중진 철썩이는 파도소리 들리고 수평선엔 수없이 많은 돛단배 떠 있으며 갈매기는 공연히 끼룩거리니 매미 소리 또한 요란하네 가까이에 있는 백사장에선 더위를 식히는 아이들의 물탕 소리 물속으로 뛰어드는 첨벙 소리 깔깔대는 소리가 어우러져 긴 여름날이 짧다고 하지만 고즈넉하고 웅장한 집에는 무섭게도 침묵만이 감돌아 궁금함에 휩싸여 자꾸 기웃거리게 하네 옛날의 전성시대가 그리웠던가 어제의 함성이 아쉬웠던가 무겁게 밖으로 내걸린 편종이 밝고 명랑한 음악을 들려줬으면 싶은데 Carillon 철썩이는 파도소리 들리고 수평선엔 수없이 많은 돛단배 떠 있으며 갈매기는 공연히 끼룩거리니 매미 소리 또한 요란하네 가까이에 있는 백사장에선 더위를 식히는 아이들의 물탕 소리 물속으로 뛰어드는 첨벙 소리 깔깔대는 소리..

詩 2013 2013.08.07

가꾸지 않은 돌기둥/배 중진

가꾸지 않은 돌기둥/배 중진 하나의 돌기둥에 불과했지만 석공의 힘을 빌려 원하는 대로 조각되고 다른 것과 조화를 이뤄 거대한 박물관으로도 탄생하듯 저 많은 어린 학생들도 성실한 선생님들에 의해 다듬어진다면 장차 세상을 이끌어나가게 되고 이웃과도 잘 협력하여 청출어람 될 수 있으리라 지금은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고 촌음을 천방지축으로 날뛰지마는 열정이 식지 않는다면 뭐든지 이룰 수 있고 나날이 진일보하여서 큰 그릇으로 자라 장래에 인류를 위해 크게 쓰이게 되리라 Metropolitan Museum of Art 가꾸지 않은 돌기둥/배 중진 하나의 돌기둥에 불과했지만 석공의 힘을 빌려 원하는 대로 조각되고 다른 것과 조화를 이뤄 거대한 박물관으로도 탄생하듯 저 많은 어린 학생들도 성실한 선생님들에 의해 다듬어진..

詩 2013 2013.08.06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배 중진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배 중진 허수아비 그래 그렇게 보이네 검은 머리에 노란 옷을 입고 있는 귀신 그래 그렇게 느끼네 검은 모습에 눈과 코 그리고 입도 없이 목맨 임신부 그래 그렇게 매달려 검은 밧줄에 대롱거리며 부패한 처참한 모습이었고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 그래 그렇게 끌려가 검은 상처로 절규하는 우리의 딸들로 Pinnate Prairie-coneflower 허수아비 그래 그렇게 보이네 검은 머리에 노란 옷을 입고 있는 귀신 그래 그렇게 느끼네 검은 모습에 눈과 코 그리고 입도 없이 목맨 임신부 그래 그렇게 매달려 검은 밧줄에 대롱거리며 부패한 처참한 모습이었고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 그래 그렇게 끌려가 검은 상처로 절규하는 우리의 딸들로 위안부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 최고야2013.08.04 16:27 ..

詩 2013 201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