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배 중진 기억 속의 나팔꽃은 닭장의 철조망을 기어 올라갔었고 폈다 오므렸다 했어도 감쪽같아 모르고 지냈는데 아침에 가던 길을 멈추고 싱싱함에 이끌려서 보고 또 바라보고 햇살에 눈부실 만도 한데 찡그리지 않고 활짝 피운 모습이 듣고 싶은 것이 많은 모양인데 달리 전해줄 말이 없어 어떡하나 오늘은 나도 귀만 가지고 나왔으며 그대가 들었던 새소리와 물소리 심지어는 바람 소리까지 계곡에서 있었던 일들이 궁금해서 달려왔는데 오후에 다시 그 길을 걸을 땐 화려했던 모습은 추하게 일그러졌고 아침과는 달리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 달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아 피했다네 기억 속의 나팔꽃은 닭장의 철조망을 기어 올라갔었고 폈다 오므렸다 했어도 감쪽같아 모르고 지냈는데 아침에 가던 길을 멈추고 싱싱함에 이끌려서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