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나팔꽃/배 중진

나팔꽃/배 중진 기억 속의 나팔꽃은 닭장의 철조망을 기어 올라갔었고 폈다 오므렸다 했어도 감쪽같아 모르고 지냈는데 아침에 가던 길을 멈추고 싱싱함에 이끌려서 보고 또 바라보고 햇살에 눈부실 만도 한데 찡그리지 않고 활짝 피운 모습이 듣고 싶은 것이 많은 모양인데 달리 전해줄 말이 없어 어떡하나 오늘은 나도 귀만 가지고 나왔으며 그대가 들었던 새소리와 물소리 심지어는 바람 소리까지 계곡에서 있었던 일들이 궁금해서 달려왔는데 오후에 다시 그 길을 걸을 땐 화려했던 모습은 추하게 일그러졌고 아침과는 달리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 달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아 피했다네 기억 속의 나팔꽃은 닭장의 철조망을 기어 올라갔었고 폈다 오므렸다 했어도 감쪽같아 모르고 지냈는데 아침에 가던 길을 멈추고 싱싱함에 이끌려서 보..

詩 2013 2013.08.20

소원하더니/배 중진

소원하더니/배 중진 침묵이 흐르지만 활기가 넘치는 곳 알지 못해서 그렇지 생동이 넘치는 곳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면 모든 것이 보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앞만 보고 달리면 아름다움 놓치고 얻는 것은 없다네 적당히 도를 넘지 않고 이웃과 공히 나눠 가지면 아픔과 소외감 떨치겠지만 사랑도 병인 양 지나치니 저런 불행한 모습이요 본래의 아름다움 간곳없네 다수 의견을 존중하듯 대세를 따랐으면 좋았을걸 침묵이 흐르지만 활기가 넘치는 곳 알지 못해서 그렇지 생동이 넘치는 곳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면 모든 것이 보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앞만 보고 달리면 아름다움 놓치고 얻는 것은 없다네 적당히 도를 넘지 않고 이웃과 공히 나눠 가지면 아픔과 소외감 떨치겠지만 사랑도 병인 양 지나치니 저..

詩 2013 2013.08.19

범부채/배 중진

범부채/배 중진 활짝 핀 모습도 그렇고 둘둘 말아 접힌 꼴도 그렇고 부채라고 표현함이 기발했고 점이 있어 표범 또는 범을 앞에 붙였겠지요 그러나 두려움이 들게 하지는 않았으며 조용한 곳에서 눈에 띄지 않게 피어 있었으며 우연한 기회에 포착한 경우랍니다 그저 꽃이 아름답다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진 꽃의 모습이 신기했지요 우리의 국화 무궁화도 그렇고 더러운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투로 간략하면서 깨끗하게 정리했다는 것이지요 여섯 형제 마지막 힘을 모아 서로 의지하며 외롭지 않게 둘둘 말아 꼿꼿한 모습으로 지탱하다가 열매가 다 자라나는 것을 지키는듯했지요 나사 같은 모습으로 뭔가 외부와 꽉 조이고 싶은 마음으로 정기를 흡수하여 속에 있는 씨앗이 알차게 맺도록 도와주지 않겠는지요 꽃이 지고 나면 그냥 떨어지는..

詩 2013 2013.08.18

갸륵한 아이/배 중진

갸륵한 아이/배 중진 가상한 아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부모를 따라 이곳 식물원에 와서 일주일에 두 번씩 봉사하는 마음 다른 아이들은 고추, 오이, 토마토, 호박, 수수, 해바라기 등을 심는데 우리의 아이는 무궁화, 봉선화, 분꽃, 코스모스, 고구마, 도라지, 동부, 들깨, 팥과 한국인 후예로서 자랑스럽다고 태극기 간판도 내걸어 생전 만나지는 못했지만 부둥켜안아 주고 싶기만 하여라 고국을 잊지 않고 남보다 더욱 노력하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져 넓고 위대한 나라에서 자유를 배워 만끽하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 인류발전에 기여하며 인종차별이 없는 세계를 만들겠지 싶어 정말 갸륵한 아이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애국심을 고취케 하네 저도 범부채를 며칠 전에 보았는데 핀 것만 보고 진 것은 살피지 못했답니다. 이상한 형..

詩 2013 2013.08.18

고비마다/배 중진

고비마다/배 중진 울창한 협곡에서 폭포수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뭉게구름 피는 하늘을 보면서 말없이 맞잡은 노부부의 모습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어떻게 태어나서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흐름에 쫓기며 이곳까지 달려왔고 세월에 쫓기며 이제까지 살았지만 그동안 굽이는 얼마나 많았으며 한평생 고비는 얼마나 많았던가 격하게 바위를 쪼고 심하게 이웃과 다투었지만 그것이 운명이요 삶이겠거니 여겨왔는데 차츰 넓어지는 세상이요 점점 높아지는 안목이라 격할 것도 없이 바다에 스며들고 인자함으로 세상을 품으리라 인자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리 인자요산 지자요수 인자는 산을 좋아하며, 적이 없느리라.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다. 인생은 짧고 세월은 덧없다. 고달픈 인생길 인생무상 인생항로 인생살이 인생삼락 ..

詩 2013 2013.08.18

이상도 하지/배 중진

이상도 하지/배 중진 이름은 모르지만 이상하게 열매 달린 곳만 이상 현상을 일으켜 이유를 알고 싶었고 단풍이 들었다면 어째서 특별한 곳만 색이 바랬으며 다른 곳은 멀쩡하여 눈길을 끄니 추측을 할 수밖에 해독이 있어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 관리자가 농약을 뿌렸거나 새들의 분비물로 퇴색했거나 곤충들의 공격을 받았던가 아무리 고개를 갸웃거려도 속 시원하게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갑자기 부모님이 떠오르는 것은 자식들에게 영양분을 다 빼앗기신 모습이었기에 계곡 밑으론 좁은 강이 흐르고 상당히 키가 커서 이웃의 떡갈나무와 어울려 도토리는 건강한 모습이었지요. 협곡 강이라고 하기엔 너무 우습지만 지도에도 강으로 표기하여 모두 그렇게 부르고 있으며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요 하류로 내려가도 많은 물은 흐르지 않..

詩 2013 2013.08.17

어느 노부부/배 중진

어느 노부부/배 중진 말씀을 하시지 않아 한국 분이신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차림새로 느낄 수는 있었으며 화려하거나 거만하지도 않으셨고 매우 조용하시고 인자함이 풍기셨는데 이미 몇 번 다녀보셨기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이셨으며 할머니가 앞장을 스셨고 넓은 식물원의 어디론 가로 가셨는데 손에 들고 계시는 것도 없이 손가방도 없이 나들이하셨기에 자꾸 신경이 쓰이며 궁금하기 짝이 없었는데 교회나 모임에서 같이 오시지 않았고 미국을 잘 알고 계시는 느낌도 받지 않았는데 멀리도 가지 못해 나무의자에 벌써 앉으시니 바쁜 아들딸들은 두 분의 외출을 매우 걱정하고 있으리라 카페도 있고 안전한 장소이지만 의지할 사람도 대동하지 않았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실 테지만 멋진 추억을 만드셨으면 하고 기도드리네 님 ..늘 ..

詩 2013 2013.08.17

여정/배 중진

여정(旅程)/배 중진 등에는 짐을 잔뜩 짊어지고 두 손엔 지팡이가 들려있으며 두 무릎을 보호대로 보호하고 터벅터벅 외로이 가는 젊은이 누가 시켰을까마는 옛날의 함성이 들리는지 싶었고 누구의 환호를 받고자 떠났을 리는 만무요 그저 발걸음 가는 대로 따라가겠지 여정(旅情)을 버리려고 바쁘게도 걸어보고 여정(餘情)을 떨구려고 새로움을 찾아봐도 여정(旅程)은 빡빡하여 한가하긴 어불성설 여정(勵精)이 순탄하지 못하지만 어떠리오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고 날씨도 화창하면 바랄 것이 없겠으며 무엇보다도 건강이 우선이니 조심하여 원하는 것을 취해 긴 인생길에 보탬이 되었으면 가는 대로 가는 데로 Rockefeller Memorial at Newfound Gap 5/21/2007 반은 TN 반은 NC 목소리 높여 환호해..

詩 2013 2013.08.15

일요일 오후/배 중진

일요일 오후/배 중진 예전에 왔던 Cold Spring 오늘 다시 와 보니 기억이 조금은 남아있고 굴다리는 여전하네 작년 허리케인 샌디로 정자의 처마까지 물이 찼다니 믿기 어려웠지만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늦여름의 일요일 오후 거리를 꽉 메운 방문객들 서로를 구경하며 여유롭네 골동품과 미술품을 사랑하듯이 옛날 이곳을 누비던 노인들 남들이 갖지 못했던 부를 가졌지만 젊음이 넘쳐흐르는 곳을 찾아와 흐르고 있는 허드슨 강물을 굽어보네 예전에 왔던 곳 오늘 다시 와 보니 기억이 조금은 남아있고 굴다리는 여전하네 작년 허리케인 샌디로 정자의 처마까지 물이 찼다니 믿기 어려웠지만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늦여름의 일요일 오후 거리를 꽉 메운 방문객들 서로를 구경하며 여유롭네 골동품과 미술품을..

詩 2013 2013.08.13

과수원/배 중진

과수원/배 중진 가을과도 같은 청명한 날씨에 금세 더위를 잊은 사람들이 가족을 데리고 과수원으로 몰려 북새통을 이루니 좋은 일인지 계획에도 없이 길을 나섰는데 인산인해로 후회도 했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 어마하게 큰 과수원 길을 걸어보네 길이 있건 없건 뱀만 조심하고 벌레에 좀 물리면 어쩌랴 싶게 초원을 헤집고 다니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날씨에 적응을 잘하여 농심을 울리지 않았으며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에 흡족하고 싱싱하고 알찬 것에 힘이 솟았으며 더군다나 향기가 꽃냄새 못지않네 찾아오는 것이 어찌 인간뿐이랴 나비도 너울거리며 춤을 추고 벌들도 좌우로 요동을 치니 온갖 새들도 연신 지저귀며 즐거워하네 Blackberry 참외가 저렇게 큰 것은 또 처음 봅니다. 전진운2013.08...

詩 2013 2013.08.13